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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바티리크스' 촉발한 베네딕토 16세 전 수행비서 별세(종합)

송고시간2020-11-25 19:55

교황청 문서 유출로 유죄받은 파올로 가브리엘레, 지병으로 54세에 숨져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수행하는 파올로 가브리엘레(맨 앞 중앙). 2011.5.4. [AFP=연합뉴스]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수행하는 파올로 가브리엘레(맨 앞 중앙). 2011.5.4. [AFP=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012년 교황청의 기밀문서를 언론에 유출해 파문을 일으킨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집사 출신 파올로 가브리엘레가 5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브리엘레는 오랜 지병을 앓아오다 이날 오전 로마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교황청 기관 매체인 바티칸 뉴스는 부고에서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한, 소수의 교황 패밀리 가운데 하나였다"고 그를 소개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재위 때인 2006년부터 그의 수행비서이자 집사로 일한 그는 2012년 교황 서한을 비롯한 교황청 기밀문서 다수를 외부로 유출했다.

이탈리아 탐사기자 잔루이지 누치는 이를 토대로 교황청 내부 권력 다툼과 고위 성직자들의 부정부패를 고발한 책 '교황 성하(聖下) - 베네딕토 16세의 비밀편지'를 펴내 큰 파장을 불렀다.

이 책은 유럽에서만 10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당시 언론에서는 교황청 심장부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위키리크스'에 빗대어 '바티리크스'(Vatileaks)라고 칭하기도 했다.

가브리엘레는 그해 8월 기밀문서 불법 소지·유출 등 혐의로 기소됐고 두 달 뒤 바티칸 법원에서 징역 1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공판 당시 재판부 앞에서 "나 스스로를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톨릭 교회와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교황을 위한 본능적인 사랑으로 행동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가브리엘레는 복역 두 달여가 지난 같은 해 12월 22일 베네딕토 16세의 성탄절 특별 사면으로 출옥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사면 발표 당일 오전 수감 중인 가브리엘레를 직접 찾아 그의 행동을 용서함과 아울러 사면 요청을 수락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베네딕토 16세의 신망을 받던 가브리엘레가 바티칸을 발칵 뒤집어놓은 일을 저지른 배경은 정확히 알려져있지 않다.

개인의 양심에 따른 것이라거나 베네딕토 16세의 반대편에 선 고위 성직자의 사주를 받았다는 설, 교황청 권력 투쟁에 휘말린 결과라는 설 등 추측만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이듬해 2월 베네딕토 16세가 사임을 결심하는 데 이 사건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가족과 진배없는 최측근의 예상치 못한 부정에 큰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베네딕토 16세는 당시 사임 발표문에서 "고령으로 더는 베드로의 직무를 수행할 맞갖은 힘이 없다"고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가브리엘레 별세와 관련한 베네딕토 16세의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93세의 고령인 베네딕토 16세는 사임 이후 바티칸 내 한 수녀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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