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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에 법원①] 불법 수의계약·중소기업 가구 외면 '황제 법원장실'

송고시간2020-11-24 08:00

전주지법원장 책상은 1천700만원…수원 고·지법 원장실 가구비용만 1억 넘어

사용 연한 지나면 멀쩡해도 폐기…특정 업체에 '수상한 양여' 정황

[※ 편집자 주 =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법원의 청사 내 호화 가구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한 지방법원의 법원장실에 배치된 가구들의 가격은 모두 합해 5천만 원이 넘고 다른 법원에서는 법원장 책상 하나를 사는 데 1천700만 원을 쓰기도 했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낭비된 것도 문제지만 법을 수호해야 하는 법원이 가구 구매 과정에서 업체 간 공정경쟁 등 공익을 위해 마련된 각종 법규(국가계약법, 판로지원법 등)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연합뉴스는 수년간 반복된 법원의 불법 예산집행 사례를 살펴보고 원인과 대안을 분석하는 기획 기사 3편을 일괄 송고합니다.]

수원고등법원 수원지방법원
수원고등법원 수원지방법원

[연합뉴스TV 제공]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김솔 기자 = 340만원 상당의 책상과 100만원이 넘는 의자·법복장에 140만원짜리 침대까지.

청와대도 국무총리실도 아닌 차관급 수원지법 법원장의 청사 사무실 내부를 들여다본 모습이다.

이 법원은 신청사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법원장실을 고가의 가구로 채워 넣었는데,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유명 가구업체 제품을 사들인 사실이 밝혀졌다.

가구의 가격이 고가인 것도 문제지만, 공공기관이 가구를 비롯한 물품을 사들일 때는 공정경쟁 유도와 중소기업의 판로 확보를 위해 마련된 법에 따라 구매해야 함에도 사법 수호자인 법원이 오히려 법을 어긴 셈이다.

◇ 호화 가구로 가득한 법원장실

수원지법은 지난해 2월 광교신도시에 지하 3층∼지상 19층 규모의 신청사를 지어 이전하면서 법원장실 등 임원실에 3천만∼5천만 원대 가구를 들여놨다.

기관장인 법원장실에는 침대를 비롯한 15종의 가구 5천290만원 어치를 들여놨는데, 한 지붕을 쓰는 수원고법 법원장실도 동일한 구성과 가격으로 가구를 구매했다.

신청사에 입주한 법원 2곳의 법원장실 가구 구매 비용에만 1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것이다.

다른 정부 부처와 비교하면 법원이 얼마나 값비싼 가구를 구매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픽] 수원지방법원 법원장실 가구 목록
[그래픽] 수원지방법원 법원장실 가구 목록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수원지법이 신청사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법원장실을 고가의 가구로 채워 넣었는데,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유명 가구업체 제품을 사들인 사실이 밝혀졌다. 다음은 수원지방법원 법원장실 가구 목록.
jin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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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실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실에 놓인 가구의 가격(취득가액 기준)은 모두 합해 2천391만9천원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취득시점이 다르긴 하지만, 비용으로 따지면 수원고·지법 법원장실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법원 사무국장실(3천57만2천원)보다도 적다"면서 "법원장과 같은 차관급인 문체부 1차관실의 경우 1천460만원, 2차관실은 1천603만원을 가구 구매에 썼다"고 말했다.

법원의 호화 가구 논란은 지난해 12월에 신청사로 이전한 전주지법에서도 불거졌다.

전주지법은 법원장실에 놓을 책상을 사는 데에만 1천760만원을 쓰는 등 총 7천700만원의 예산을 쓴 것으로 확인돼 호화 가구 논란에 정점을 찍었다.

◇ '가격 쪼개기'로 수의계약…구매과정서 각종 불법

더 큰 문제는 법원이 가구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여러 현행법을 어겼다는 데에 있다.

수의계약 요건
수의계약 요건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5천만원 이상의 계약에 대해서는 수의계약이 금지돼 있지만, 수원지법과 수원고법 그리고 수원가정법원 등 3개 법원은 법원장실과 사무국장실 등 6개 사무실에 2억1천만원 어치 가구를 사들이면서 중소업체인 A사와 불법 수의계약을 맺었다.

각 법원은 법원장실과 사무국장실을 분리해 별개의 계약을 맺는 '쪼개기'라는 꼼수를 동원하면서까지 이 계약을 성사시켰다.

아울러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도 위반했다.

이에 따르면 가구는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중견기업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

그러나 A사가 수원법원종합청사 임원실에 납품한 가구는 '퍼시스' 제품이 대부분이었으며, '한샘' 등의 제품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퍼시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3천억 원이 넘는 중견기업이자 유가증권 상장사로, 이들 제품을 들여놓은 것 자체가 판로지원법 위반에 해당한다.

연합뉴스가 김승원 의원실로부터 전달받은 최근 5년간 전국 법원의 가구구입 현황 자료를 보면 불법은 다른 법원에도 있었다.

판로지원법은 계약사와 납품사가 다른 사례를 막고자 계약금액이 1천만원 이상일 경우 중소기업자의 직접 생산 여부를 확인한 뒤 계약을 맺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대구고법은 2018년 3월 부장판사실과 부속실에 1천177만원 상당의 가구를 구매하면서 직접 생산 확인 증명서를 제출받지 않는 등 두 차례나 법을 어겼다.

심지어 대법원도 2015년 12월 1천만원 이상의 가구를 사들이면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같은 법을 위반했다.

◇ 그 많던 가구 어디로 갔나…특정 단체에 무상양여 정황

법원이 이렇게 사들인 가구는 잘 사용되고 있을까?.

지난 1월 30일 한 유튜브 채널에 화물차 운전기사가 신청사로 이전한 전주지법의 구청사를 찾아 각종 가구를 차에 옮겨 싣는 영상이 올라왔다.

'트럭을 타고 법원에 갔습니다' 유튜브 영상.
'트럭을 타고 법원에 갔습니다' 유튜브 영상.

(수원=연합뉴스) 한 화물차 운전기사가 전주지법 구청사의 가구를 트럭에 싣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상 속 산더미처럼 쌓인 물품은 한 달 전 전주지법이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구청사에 버리고 간 책상과 책장 등 가구를 비롯해 컴퓨터, 비데, 냉방기, 청소기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내구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사용할 수 없는 물품, 즉 '불용품'으로 분류됐으나, 한눈에 보기에도 상태가 양호한 것들이 많았다.

화물차가 불용품을 싣고 간 곳은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중소가구업체 B사의 창고였다.

앞서 전주지법은 청사 이전 과정에서 취득가 기준 13억 원 상당의 불용품 3천253개를 장애인 단체인 C협회에 무상으로 양여했다고 밝혔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그래픽] 전주지법인 C협회에 무상 양여한 불용품 규모
[그래픽] 전주지법인 C협회에 무상 양여한 불용품 규모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전주지법은 청사 이전 과정에서 취득가 기준 13억 원 상당의 불용품 3천253개를 장애인 단체인 C협회에 무상으로 양여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전주지법이 C협회에 무상 양여한 불용품 규모.
jin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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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은 "이사업체 측이 남은 가구를 중소가구업체로 옮겨 사용 가능한 제품을 선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원의 해명을 모두 받아들인다고 해도 C협회에 모든 불용품을 무상 양여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전주지법은 "물품관리법에 따라 비영리 단체를 양여 대상으로 선정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불용품의 '수상한 양여' 정황은 다른 법원에서도 나왔다.

김승원 의원실이 확보한 수원지법의 10년간 불용품 처분 현황에 따르면 취득가 기준 65억 원 상당의 불용품 중 54억3천만 원 상당이 전주지법과 같은 C협회와 다른 장애인 단체인 D협회 등 2곳에 무상 양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폐기 등 기타처분 됐다.

수원지법은 "물품관리법에 따라 비영리 단체에 무상 양여했다"며 전주지법처럼 법률을 어긴 것은 아니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달 종합 국정감사에서 "법원이 불용품을 특정 단체에만 무상 양여했다는 것도 이상할뿐더러 실제로는 양여가 이뤄지지 않고 중소가구업체가 불용품을 챙겨 갔다니 황당하다"며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kyh@yna.co.kr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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