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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자 역차별?…당국 "쏠림 과해, 일시적 브레이크 불가피"

송고시간2020-11-22 06:15

고소득자 신용대출 규제 앞두고 "금융시장 논리 역행" 논란

당국 "최근 2년간 고액 신용대출 과열…선제적 관리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오는 30일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고소득·고신용자의 대출이 제한되는 역차별이자 금융시장 논리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 안정뿐만 아니라 최근 과열 양상을 보여 일시적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의 핵심은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 규제다.

연 8천만원을 넘는 고소득자가 받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으면 개인 단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고,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고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면 대출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고신용자에 역차별"…"신용대출 자금 주택시장 유입, 검증 있었나"

통상 신용도가 높고 상환능력이 큰 차주가 대출을 더 많이 받는 게 금융시장의 논리다. 고소득자 대출에 그동안 부실이 감지되지 않았는데도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소득이 낮은 사람의 신용대출 한도가 더 큰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전히 정부는 소상공인 대출은 독려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은행 건전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만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22일 "지금까지 신용등급을 잘 관리한 분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구조가 의아하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고신용자에게 대출을 많이 내줌으로써 건전성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고신용자 대출은 규제하고 부실 우려가 큰 소상공인 대출을 내주다 보면 부실 위험이 커진다"며 "그 비용은 결국 금리 인상 등 다른 고객한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규제가 나온 원인 진단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말로 고소득·고신용자가 받은 신용대출이 주택시장으로 흘러가 가격 불안정으로 이어졌는가 하는 부분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당 계층의 늘어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으로 언제 얼마나 흘러갔는지 검증이 있었는가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단이 잘못됐다면 처방의 효과 역시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소득 산정 기준도 문제다. 현시점에서 소득 증빙은 작년 기준이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고소득 개인사업자들도 적지 않을 텐데, 작년 소득 기준으로 보면 이들도 대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용대출 금리 (PG)
신용대출 금리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 "2년간 고액 신용대출 2배로 늘어…일시적 관리 필요한 시점"

신용대출 규제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금융당국이 칼을 뽑은 데에는 우선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가 배경에 깔려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신용대출 쏠림 현상이 지나치므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신용대출 급증세가 특히 고액 대출 위주로 나타난 만큼 부작용을 막으려면 일시적으로 특정 타깃에 맞는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금융위는 지난 13일 이번 규제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서민층의 생활자금 수요에 기인한 부채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신용대출의 부동산시장 유입 가능성은 위험 요소"라며 "현시점에서 적정 수준의 선제적 가계대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2년간 고액 신용대출이 거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며 "뭐든 순간적으로 많이 늘고 쏠림 현상이 있으면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용도가 좋은 사람이라고 대손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코로나19처럼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형태의 충격이 와서 고액연봉자들부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거론되는 것은 2005∼2006년 은행권이 개업 의사 등 전문직, 개인사업자들을 상대로 경쟁적으로 판매한 엔화대출 상품이다.

당시 저금리에 엔화대출을 받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급등하고 금리가 오르자 부실이 이어졌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던 고소득 전문직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렸다.

여기에 코로나19 위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규제 잣대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서민·소상공인한테는 대출의 문을 열어두되 고소득자를 콕 집어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큰 그림 아래 단계적으로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금융당국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서라면 차주 단위의 DSR 적용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다만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당장 전면적으로 빡빡하게 적용하기는 어려우므로 한 발짝씩 시행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DSR 규제 전면 시행이 아니라면 일부 과도기적 현상이 있을 수 있으며, 시뮬레이션 검토 결과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부터 적용하는 방안이 그나마 부작용이 적었다는 설명이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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