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진 뉴스

[여기 어때] 하동에서 맛보는 '잭살' 그리고 블렌딩 홍차

1천200년 전 야생 차나무 시배지 매력적…잭살은 녹차 아닌 홍차

(하동=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1천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왕의 녹차'의 고장 경남 하동 사람들이 예로부터 마셔오던 '잭살'이라는 이름의 차가 있다.

이 차가 발효차인 홍차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하동 사람들은 홍차에 유자와 생강 등 다양한 재료를 가미해 마셔왔다. 요즘 유행하는 블렌딩 홍차다.

하동에서 지역 생활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생산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찻집을 찾으면 손쉽게 홍차를 즐길 수 있다.

1천200년 전 차나무가 처음 전해져 재배가 시작된 차나무 시배지. 야생 그대로 자란 차 나무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사진/성연재 기자]
1천200년 전 차나무가 처음 전해져 재배가 시작된 차나무 시배지. 야생 그대로 자란 차 나무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사진/성연재 기자]

◇ 1천200년 차밭에서 맛본 홍차

하동 화개면 십리벚꽃길에는 1천200년 전 차나무가 처음 전해져 재배가 시작된 차나무 시배지(始培地)가 있다. 화려한 간판이 없어 여행자들이 얼핏 지나치기 쉬운 곳이지만 한 번쯤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줄지어 재배된 차밭이 아니라 무질서하게 자란 야생 그대로의 차밭이지만, 그 생명력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곳에서 화개장터 방향으로 2㎞가량 내려가다 보면 높은 언덕 위에 있어 전망이 아름다운 정금다원이 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이곳에 피크닉 자리를 깔고 차를 마셨다.

녹차와 홍차를 번갈아 마시면서 산 아래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는 기분이란 상상만으로는 헤아리기 어렵다.

여기에 예술인이 직접 나와 들려주는 해금 연주가 흥을 돋운다. 음악·차·풍경 3박자가 어우러지면서 청량감은 절정에 이른다.

정금다원의 차 피크닉과 해금 연주는 예비 사회적기업 '놀루와'가 개발한 생활 관광 프로그램 '다달이 하동' 가운데 '하동 차 마실' 프로그램이다.

피크닉 등 '다달이 하동' 프로그램 신청은 놀루와 블로그(https://blog.naver.com/nolluwaba)로 하면 된다.

하동이 고향인 조문환 놀루와 대표는 녹차밭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광 상품화했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2020년 생활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으로도 선정됐다.

화개면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금다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화개면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금다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 선조들이 만들어 마신 '잭살'

차 피크닉에 합석한 혜림농원 구해진 대표로부터 '잭살' 홍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잭살이란 단어는 흔히 알려진 대로 작설(雀舌)의 하동식 발음이다. 차나무의 어린 새싹을 따서 만든 차를 작설이라 한다.

찻잎이 참새의 혓바닥 크기만 할 때 따서 만든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녹차 중에서 작설은 최상급 차로 친다.

그러나 하동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잭살이라고 부르는 차는 녹차가 아니었다. 바로 잭살 홍차를 뜻하는 것이었다.

하동 사람들은 옛날부터 배가 아프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차를 우려내 마셨다.그때 마셨던 차가 홍차였다. 약 대용인 셈이다.

하동녹차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종철 박사는 "조선 후기의 고승 초의(草衣) 선사(1786∼1866)가 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 쓴 책 '동다송'(東茶頌)을 보면 하동 주민들이 손으로 찻잎을 비빈 뒤 이를 햇볕에 말리는 방식으로 발효시켜 제다(製茶) 해 왔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덖는 방식으로 차를 만드는 녹차와 달리, 발효시켜 제다한 것이므로 홍차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최근 하동을 중심으로 이 잭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작업이 한창이다. 홍차에 다양한 요소들을 가미하는 블렌딩 홍차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하동 사람들은 옛날부터 배가 아프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차를 우려내 마셨다. 그 차가 잭살이다. [사진/성연재 기자]
하동 사람들은 옛날부터 배가 아프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차를 우려내 마셨다. 그 차가 잭살이다. [사진/성연재 기자]

◇ 주목받는 블렌딩 홍차

화개면 쌍계로의 홍차 제조공장을 겸하고 있는 찻집 티스토리 하동을 찾았다. 하동차생산자협회장을 지낸 박성연 대표가 전통 차 보급을 위해 문을 연 곳이다.

이곳은 하동에서 블렌딩 홍차를 개발해 오고 있는 대표적인 찻집 중 한 곳이다.

박 대표는 생강 홍차와 비트 홍차 등 다양한 홍차를 개발해 내고 있다. 하동에서 5년 이상 블렌딩 홍차 대회도 주최했다.

박 대표는 "옛날부터 하동 사람들은 홍차에 유자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약 대신 마셔왔다"면서 "이러한 전통을 되살려 블렌딩 홍차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다양한 블렌딩 홍차를 마실 수 있도록 메뉴를 세트로 구성했다. 진한 갈색의 잭살 홍차 이외에도 빨갛고 노란 블렌딩 홍차가 어우러진 모습이 이색적이다.

티스토리 하동에서는 세트메뉴를 시키면 비트 홍차와 생강 홍차, 유자홍차, 잭살 등 모든 종류의 블렌딩 홍차를 마실 수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티스토리 하동에서는 세트메뉴를 시키면 비트 홍차와 생강 홍차, 유자홍차, 잭살 등 모든 종류의 블렌딩 홍차를 마실 수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생강 홍차는 쌀쌀해진 날씨 덕분인지 생강의 톡 쏘는 맛이 홍차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찻집을 나서기 전 별생각 없이 밀크티 한잔을 마셨는데 지금까지 국내외 그 어느 곳에서 마신 차보다도 훌륭했다. 타닌의 약간 떫은맛이 우유와 잘 어울려 부드러운 맛을 냈다.

박 대표는 밀크티 맛의 비결에 대해 "특별한 원액을 개발했기 때문"이라며 냉장고에서 직접 원액을 보여줬다.

하동 한밭제다의 유자병차 [사진/성연재 기자]
하동 한밭제다의 유자병차 [사진/성연재 기자]

이어 홍차 '유자병차'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한밭제다도 들렀다. 홍차에 모과, 돌배, 잭살, 유자 등의 재료를 넣어 만든 블렌딩 홍차다.

살짝 마셔보니 향긋한 유자 향과 함께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 가득 느껴졌다. 그러나 홍차 맛이 유자 향에 가려질 정도는 아니었다.

한밭제다 유자병차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남이섬 왓에버센터에서 맛본 수정과 블랙티(오른쪽) 등 3가지 블렌딩 홍차 [사진/성연재 기자]
남이섬 왓에버센터에서 맛본 수정과 블랙티(오른쪽) 등 3가지 블렌딩 홍차 [사진/성연재 기자]

◇ 지평 넓혀가는 블렌딩 홍차

블렌딩 홍차를 말할 때 하동녹차연구소를 빼놓을 수 없다. 하동녹차연구소는 수정과 블랙티 등 다양한 홍차를 개발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남이섬의 왓에버센터(Whatever Center)를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왓에버센터 내부에는 하동녹차연구소에서 납품하는 차를 마실 수 있는 '티하우스 차담'(Tea House Chadam)이 있다.

이곳에서는 하동의 잭살홍차와 다양한 블렌딩 홍차를 맛볼 수 있다.

티하우스 차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블렌딩 홍차는 수정과 블랙티와 푸른하늘 블랙티였는데, 수정과 블랙티는 깔끔한 수정과의 향이 홍차의 떫은맛과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난다.

요즘 녹차연구소는 남이섬 등에서 수정과 홍차 등 밀려드는 블렌딩 홍차 주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김종철 박사는 "최근 인삼을 블렌딩한 홍차 등 지역 다원에서도 새로운 블렌딩 홍차를 계속 생산해 내고 있다"면서 "앞으로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너른 섬진강 변에서 문화공연과 함께 달맞이를 할 수 있는 '섬진강 달마중' 프로그램 [사진/성연재 기자]
너른 섬진강 변에서 문화공연과 함께 달맞이를 할 수 있는 '섬진강 달마중' 프로그램 [사진/성연재 기자]

◇ 생활문화관광도 눈여겨볼 만

정금다원에서의 피크닉 등 하동의 차 문화를 접하는 데에는 하동 생활문화관광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프로그램은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일상 주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체험 여행 콘텐츠다.

이 중에는 너른 섬진강 변에서 달맞이를 할 수 있는 '섬진강 달마중' 프로그램도 있다.

섬진강 변에 뜬 둥근 달을 보며 차를 마시거나 버스킹 공연도 즐길 수 있다.

가을 전어 산지로 유명한 진교면 '술상마을'의 '며느리 전어 길'도 초겨울 걷기에 좋은 곳이다. 왠지 이곳에서는 술상 위의 전어 맛에 빠져 걷기를 게을리할 것 같다.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경우 해발 849m의 금오산 정상에서 타고 내려오는 짚와이어도 좋은 선택이다.

술상마을에서 맛본 전어 [사진/성연재 기자]
술상마을에서 맛본 전어 [사진/성연재 기자]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댓글쓰기

이매진 기사는 PDF로 제공됩니다. 뷰어설치 > 아크로벳리더 설치하기

출판물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