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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 '천사의 섬' 신안 예술 여행

송고시간2020-12-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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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천사의 섬, 신안.

미술가 김환기의 고향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총 24개의 뮤지엄을 건립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전라남도 신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작품 가격의 미술가로 유명한 김환기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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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생가·뮤지엄 파크·12사도 순례길 등 볼거리 풍성

(신안=연합뉴스) 1천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천사의 섬, 신안. 미술가 김환기의 고향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총 24개의 뮤지엄을 건립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미 11개의 뮤지엄이 완공된 아름다운 신안 풍경을 소개한다.

12사도 순례길의 첫 번째 작품 '건강의 집, 베드로' [신안군 제공]

12사도 순례길의 첫 번째 작품 '건강의 집, 베드로' [신안군 제공]

◇ 그 섬에 가고 싶다

전라남도 신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작품 가격의 미술가로 유명한 김환기의 고향이다.

김환기 그림의 아름다운 푸른빛은 고향 바다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

안좌도에 있는 김환기 생가는 여전히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가야 해서 생가만 방문해도 하루 해가 저물었으나, 지난해 안좌도와 연결된 암태도와 압해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개통했기 때문에 이제는 차를 타고 가서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다.

김환기 고택은 고즈넉한 한옥 건물이다.

환기재단과의 계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그 안에는 아직 아무것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아쉽다.

신안군은 김환기 고택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하고 환기재단과 관련 행사를 논의하고 있다.

신안에서 태어난 미술가 김환기의 고택. 안좌도에 있으며 매일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신안에서 태어난 미술가 김환기의 고택. 안좌도에 있으며 매일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김환기 고택에서 바닷가까지는 걸어서 10분이다.

상업에 종사했던 부친 덕분에 풍족한 환경에서 태어난 소년 김환기는 이곳에서 아름다운 바다와 산을 보고 자랐다.

이후 일본과 미국에 진출했으나 그의 작품 세계 전반에서는 신안 바다의 파란색과 붉은색을 발견할 수 있다.

김환기와 사이에서 세 자녀를 출산한 첫 번째 부인 역시 신안 태생이었다고 한다.

신안 출신의 역사적 인물로는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했던 정약전과 임자도에 유배됐던 조희룡을 들 수 있다. 하의도에서 태어난 김대중 대통령과 비금도의 이세돌 바둑기사도 빼놓을 수 없다.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집필했는데, 그가 머물렀던 서당이 보존되어 있다.

조희룡은 우리나라에서 매화를 가장 잘 그린 서화가로 알려져 있다. 임자도에 있는 조희룡기념관은 조희룡미술관으로 재개관될 예정이다.

전국 유일의 이세돌 바둑뮤지엄도 비금도에 완공된 상태라니 반갑다.

◇ 뮤지엄 파크, 조개미술관과 수석미술관

안좌도와 반월 박지도는 아름다운 보라빛의 퍼플교로 연결되어 있다. [신안군 제공]

안좌도와 반월 박지도는 아름다운 보라빛의 퍼플교로 연결되어 있다. [신안군 제공]

신안 예술 여행은 김환기 고택이 있는 안좌도에서부터 시작된다.

흥미로운 것은 안좌도와 퍼플교로 연결된 반월 박지도의 보랏빛 풍경이다.

나무 소재 다리에 친환경 보라색을 칠한 퍼플교는 물론이고, 모든 집에 보라색 지붕을 얹었다.

언덕에는 계절마다 보라색 꽃이 피는 식물을 심는다.

관광객은 보라색 의상을 입거나 매표소에서 보라색 옷이나 우산을 빌리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퍼플교와 퍼플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뮤지엄파크에 가보자. 자은도 양산해변에 있는 뮤지엄파크에는 조개박물관과 수석미술관이 자리 잡았고, 해송숲 오토캠핑장도 개관할 예정이다.

이곳의 매력은 1.5㎞의 아름다운 해변이다. 낮에는 고운 모래사장을 거닐 수 있고, 밤이면 쏟아지는 별빛을 감상할 수 있다.

발이 푹푹 빠지지 않으면서도 단단하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신비롭다.

신안에는 이런 근사한 모래 해변이 500개가 넘는다니, 내년 여름 휴가지로 신안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원수칠 수석미술관 관장이 기증한 수석으로 야외 정원과 수석미술관을 구성했다. [신안군 제공]

원수칠 수석미술관 관장이 기증한 수석으로 야외 정원과 수석미술관을 구성했다. [신안군 제공]

이번 여름 개관한 수석미술관과 조개박물관은 규모는 아담하지만 실속 있는 전시물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의 관람객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수석미술관은 야외 수석 정원과 실내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야외 수석 정원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으로 야생화와 어우러진 훌륭한 수석이 가득하다.

분재도 100여개 조성되어 있는데, 그 솜씨가 수준급이다.

실내 전시장에는 신안을 비롯한 전국에서 수집한 수석 260점을 만날 수 있다.

증강현실(AR)을 이용한 관람도 할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원수칠 수석미술관 관장이 자신이 수집한 수석 1천4개를 기증해서 개관이 이뤄졌다.

원수칠 수석미술관 관장이 기증한 수석으로 야외 정원과 수석미술관을 구성했다. [신안군 제공]

원수칠 수석미술관 관장이 기증한 수석으로 야외 정원과 수석미술관을 구성했다. [신안군 제공]

바로 옆의 조개박물관은 1만1천점의 희귀한 조개와 고둥을 전시한 자연사박물관이다. 깨끗한 환경의 지표가 되는 조개와 고둥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하고 있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책과 조개, 돋보기 등이 가득한 '수집가의 방'을 구성해 관광객의 포토 스팟을 완성했다. 아마도 조개박물관 개관을 위해 희귀 조개를 기증한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임양수 관장의 방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두 곳 다 유명 수집가의 조언으로 개관한 박물관답게 수려하고 흥미롭다. 남녀노소 즐겁게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조개박물관은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임양수 관장의 희귀 조개 기증으로 이번 여름 개관했다. [신안군 제공]

조개박물관은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임양수 관장의 희귀 조개 기증으로 이번 여름 개관했다. [신안군 제공]

◇ 12사도 순례길에서 만나는 미술 작품

우리나라에도 순례길이 있다. 신안 예술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병풍군도 기점 소악 노둣길을 따라 국내외 미술가의 작품 12개가 있는 '12사도 순례길'이다.

손민아, 장미셸 후비오, 강영민 등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종교에 상관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바다와 산, 예술 작품과 건축이 어우러진다.

12사도 순례길 지도

12사도 순례길 지도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다섯 개의 작은 섬이 밀물과 썰물에 따라 잠기는 노둣길로 연결되어 있다.

'노두'는 과거 갯벌에 징검다리를 놓은 것을 뜻하는 말이며, 요즘은 차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어졌다.

12㎞의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국내외 미술가들이 설계한 작은 예배당을 만날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 명상이나 기도를 할 수 있고, 잠시 무념무상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낮에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도 좋고, 숙소를 예약해서 한밤중에 전문가와 별빛 산책을 해도 좋다. 걸어가는 동안 바다는 물론이고, 숲과 들, 논과 밭, 새우 양식장과 김 양식장을 두루 지나게 된다.

12사도 순례길은 민중신학운동가로 유명한 서남동 목사의 고향답게 개신교 신자가 많은 신안의 지역 특성에서 유래되었다.

하지만 굳이 12사도 순례길에서 기독교를 떠올리지 않아도 될 만큼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다.

12개의 작품 제목은 삶의 희로애락과 예수의 열두 제자 이름에서 따왔다.

건강의 집, 베드로'는 대기점도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만나게 된다. 그리스 산토리니섬을 연상시키는 블루와 화이트 컬러의 아름다운 예배당이며, 미술가 김윤환이 디자인했다. [신안군 제공]

건강의 집, 베드로'는 대기점도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만나게 된다. 그리스 산토리니섬을 연상시키는 블루와 화이트 컬러의 아름다운 예배당이며, 미술가 김윤환이 디자인했다. [신안군 제공]

출발점은 '건강의 집, 베드로'다. 대기점도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그리스 산토리니섬을 연상시키는 블루와 화이트 컬러의 아름다운 예배당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미술가 김윤환이 디자인했으며, 건강한 심신으로 순례를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키가 작은 종탑에서 몸을 숙여 겸손한 마음으로 종을 치면 된다. 멀리서도 보이는 불빛으로 등대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다섯 번째로 만나는 작품은 '행복의 집, 필립'이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를 잇는 노둣길 입구에 있으며, 장미셸 후비오, 파코 슈발, 브루노 프루네 등 프랑스 미술가들이 함께 만들었다.

프랑스 남부 툴루즈 지역 출신인 이들 미술가는 고향의 붉은 벽돌과 섬에서 채취한 자갈을 이용했다.

신안의 삶이 담긴 돌절구는 둥근 창문이 되었고,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잘라 지붕을 얹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갯벌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

소기점도 호수 위에 지어진 '감사의 집, 바르톨로메오' [신안군 제공]

소기점도 호수 위에 지어진 '감사의 집, 바르톨로메오' [신안군 제공]

그다음 여섯 번째 작품 '감사의 집, 바르톨로메오'도 이들 프랑스 미술가들의 작품이다. 소기점도 호수 위에 지어진 이 작품은 스테인리스강 구조물과 투명 홀로그램 필름으로 마감한 유리로 만들어져 무지개처럼 영롱하게 반짝인다.

작품 안에는 방문객이 누워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마루를 설치했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한낮의 빛을 모아 밤에도 은은한 빛을 내뿜는다.

작품을 위해 신안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고민해온 프랑스 미술가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게 되는 작품이다.

마지막 열두 번째 작품은 딴섬에 설치한 '지혜의 집, 가롯 유다'다. 마치 프랑스의 몽생미셸섬처럼 만조 때는 물이 차서 들어갈 수 없다.

섬으로 걸어 건너갈 수 있는 시간을 확인해서 방문하면 좋겠지만,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작품 역시 충분히 아름다우니 크게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겠다.

12사도 순례길의 마지막 작품은 미술가 손민아의 '지혜의 집, 가롯 유다'이다. [신안군 제공]

12사도 순례길의 마지막 작품은 미술가 손민아의 '지혜의 집, 가롯 유다'이다. [신안군 제공]

손민아 작가는 만조 때를 피해서 작업하다 보니 더 많은 제작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붉은 벽돌을 쌓아 만든 고딕 양식의 첨탑과 기와를 올린 지붕의 작품은 나선형 벽돌 종루를 갖추고 있다.

12㎞의 순례길을 무사히 걸어 온 방문객이 12번의 종을 치면 작은 여행이 끝났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영국 출신의 유명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도 신안의 매력에 빠져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바다 전망이 아름다운 압해도 저녁노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전시를 기획한 강지수 학예사는 마이클 케나의 신안 사진은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천사대교 개통 이후 한결 가깝게 느껴지는 신안. 여행과 미술, 자연과 사색이 만나는 아름다운 여행지로 다시 한번 거듭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천사의 섬에서 내 마음속의 천사를 발견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소영 프리랜서 기자)

압해도 저녁노을미술관에서는 최근 영국 출신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신안 사진 전시가 열렸다. [신안군 제공]

압해도 저녁노을미술관에서는 최근 영국 출신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신안 사진 전시가 열렸다. [신안군 제공]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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