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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난임 극복 '시험관 아기'도 맞춤형 전략으로"

송고시간2020-11-18 06:13

환자별 난임 원인 찾는 게 급선무…'착상실패' 반복 땐 유전자검사 권고

(서울=연합뉴스) 김지향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교수, 김길원 기자 = #1. A(41)씨는 아이가 생기지 않자 배아의 등급이 비교적 좋은 '상급배아'를 이용해 시험관 아기 시술을 4차례나 시도했지만 계속해서 임신에 실패했다. 의료진은 착상 실패가 반복되자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몸속 면역 수치가 이상하다는 소견을 냈고, A씨에게 면역조절 주사치료 후 시험관 아기 시술을 다시 시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임신은 되지 않았다. 이렇듯 난임이 계속되자 의료진은 A씨가 가진 '핵항체'(세포핵을 공격하는 항체)에 주목하고, 류마티스내과에서 자가 항체 심층검사를 진행했다. 결국 이 검사에서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자가 항체들이 추가로 발견된 A씨는 별도의 면역억제 치료 후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아 지난 5월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

#2. B(36)씨는 다른 병원에서 6차례에 걸친 시험관 아기 시술에도 임신에 실패하자 지난해 11월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를 찾았다. 진료 결과 자궁내막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자궁근육층에 침투해 자궁근육층의 성장이 비정상적으로 촉진되는 '중증 자궁선근증'으로 진단됐다. 이에 시험관아기 시술 전 3개월 동안 난소 기능을 억제하는 성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 작용제(GnRH agonist)를 투여했지만, 임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의료진은 약물 투여만으로는 임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부인암센터에서 자궁선근증 부분 절제술로 선근증의 크기를 줄인 뒤 냉동 배아를 이식했다. B씨는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9월 임신에 성공했다.

난임 치료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체외수정 시술을 받는 부부의 10∼15%는 배아가 자궁에 착상되지 않아 임신에 실패하거나 반복적인 초기 유산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경우 환자마다 각기 다른 실패의 원인을 찾아야만 환자 맞춤형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예컨대, 착상 전 유전자 검사가 대표적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에 연달아 실패하고도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 적이 없다면, 차후에는 이 검사를 통해 건강한 배아를 선별하고, 이식해야만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시험관 아기 (PG)
시험관 아기 (PG)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 '반복적 착상실패' 3회 이상이면 '착상 전 유전자검사' 해봐야

'반복적 착상 실패'는 상급의 질 좋은 배아를 선별해 3회 이상의 시험관 아기 시술로 자궁에 이식했는데도 지속해서 착상에 실패하는 경우를 말한다.

반복적 착상 실패의 원인으로는 부부의 나이, 배아의 염색체 이상, 자궁 내 격막 같은 선천성 자궁기형,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및 자궁내막 용종, 만성 자궁내막염 및 나팔관의 염증, 얇은 자궁내막, 자가 면역 인자, 호르몬 이상, 비만 및 흡연, 음주, 약물 또는 환경 유해물질 노출 등이 꼽힌다.

보통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난자의 양적, 질적 변화가 동반하고, 난자의 노화에 따른 배아의 염색체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착상 실패 위험은 38세 이상의 고령 여성에게 더욱 높은 게 특징이다.

이 중에서도 시험관 아기 시술의 반복 실패는 나이에 따른 배아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건강한 배아를 선별함으로써 무의미한 반복 실패를 최소화하는 게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만약 3회 이상의 반복적인 착상 실패를 경험한 38세 이상의 부부이면서, 이전 시술에서 한 번도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 적이 없다면 다음 시술 땐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건강한 배아를 선별해 이식하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게 바람직하다.

착상 전 유전자 검사는 과배란시킨 여러 개의 난자를 수정시켜 5일간 배양해 얻은 포배기 배아에서 장차 태반이 될 부위의 일부 세포를 채취해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기술로 염색체가 정상인 배아를 선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유전적으로 정상인 배아를 자궁 내에 이식함으로써 착상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불임ㆍ난임 클리닉 (PG)
불임ㆍ난임 클리닉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 유전자 검사로도 안 되면 다학제 진료 등 '맞춤형 치료' 전략으로

하지만 착상 전 유전자 검사로 정상 배아를 선별해 이식한 후에도 계속해서 착상에 실패하는 사례도 많은 편이다. 또한, 반복적인 착상 실패 검사를 거쳐 어느 정도 근거가 입증된 치료를 받고도 뚜렷한 원인 없이 반복적으로 착상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난임에 영향을 미치는 기저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실제로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가 임신에 어려움을 겪어 병원을 처음 찾은 여성 3천373명의 진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7.8%(601명)는 1개 이상의 기저질환이 있었다.

동반 질환으로는 심전도 이상,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장·대사질환이 28.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갑상선질환과 당뇨병 등 내분비질환이 27.2%를 차지했고, 난임과 연관성이 큰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등 부인과질환을 가진 경우도 15.7%에 달했다. 이외에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호흡기질환이 각각 7.1%였다.

이런 경우라면 난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진료과목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다학제 진료에는 착상 전 유전자 검사부터 면역 심층 검사를 위한 류마티스내과 전문의, 착상에 방해되는 부인과 질환에 대한 적극적 처치를 위한 산부인과 전문의, 부인암센터 의료진이 함께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1:1 환자 맞춤형 심층검사는 물론 호르몬 보충제, 혈액 농축액, 자궁 또는 기타 골반 교정 수술, 항생제 요법, 제한적 면역 요법 등의 다양한 치료 시도도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김지향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교수 [분당차병원 제공]

김지향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교수 [분당차병원 제공]

◇ 김지향 교수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차의과학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난임, 시험관아기, 자궁경, 습관성유산, 반복적착상 실패, 난소기능부전, 가임력보존 등이 주요 진료분야로, 지금까지 9천건 이상의 난임시술을 시행했다. 이런 성과로 SCI 등재 국제학술지에 50여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으며 대외적으로는 대한가임력보존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생식의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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