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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성차별 숙직 시정 촉구' 男공무원 "진정한 양성평등 실현돼야"

송고시간2020-11-21 06:00

장재형 대구시청 주무관 "여성, 사회적 약자 아닌 동료…충분히 숙직 가능"

대구시 측 "여성 공무원 숙직 투입 긍정 검토"…서울·안산 등 도입

[※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대구시청 공무원 장재형(51)씨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강다현 인턴기자 = "대구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당직 근무 명령 시 여성 공무원은 일직, 남성 공무원은 숙직(야간 당직)만 전담하도록 했다."

대구시청 소속 한 남성 공무원이 지난 5일 "이젠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야간 숙직 업무에 참여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진정서를 낸 주인공은 교육지원과에 근무하는 장재형(51) 주무관.

장 주무관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진정서를 제출한 이유를 들어봤다.

장 주무관은 "진정한 의미의 양성평등을 실현하고자 진정서를 제출했다"며 "여자를 사회적약자로 보는 게 아니라 공직에서 근무하는 같은 조직원,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직원이 힘든 일을 기피하지 않고 남직원과 대등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성과에 따라 중책도 맡아야 한다는 견해다.

장재형 주무관이 인권위에 보낸 진정서 일부
장재형 주무관이 인권위에 보낸 진정서 일부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남성 공무원 비율이 감소한 현실도 고려했다.

장 주무관은 "갈수록 정년퇴직하는 남성 공무원이 많아지고 신입 여성 공무원 수는 늘어나 남녀 공무원 비율이 비슷해졌다"며 "숙직 업무를 남성 공무원이 전담하다 보니 업무 과중이 심해졌다"고 전했다.

주말 일직 근무가 7~8개월마다 돌아오는 여성 공무원과 달리 남성 공무원은 2개월마다 일일 숙직을 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매일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근무하는 숙직 업무에는 남성 공무원만 투입된다.

주말과 공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일직 업무는 여성 공무원에게만 적용된다.

앞서 지난달 22일 직원 익명 토론방에 '이제 여직원도 숙직할 때가 된 거 아닙니까'란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말로만 남녀평등을 외치고 아직도 (여성이) 숙직을 안 하고 있었냐", "모 구청에는 숙직 전담 직원을 채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 대안도 괜찮은 것 같다", "남녀 모두 숙직하면서 대체 방법을 찾아보자. 당장은 남성 공무원들이 힘들다" 등 동의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일부는 "여직원이 당신들 엄마, 아내, 딸이라면 숙직을 하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겠느냐"며 반대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장재형 대구시청 주무관
장재형 대구시청 주무관

[장 주무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 주무관은 "숙직 업무는 숙직실에 앉아 전화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현장 출동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여성 공무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업무 강도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다른 지자체에서도 숙직에 남녀 공무원 모두가 투입되는 추세"라며 "양성평등 실현을 공무원 사회에서 먼저 시작한다면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작년부터 남녀공무원 간 형평을 도모하기 위해 여성 공무원 숙직을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울산광역시 울주군 등도 여성 공무원 숙직 제도를 도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장 주무관의 진정서 제출에 대해 "시청 내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며 "현재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는 여성 공무원 숙직 투입을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아 섣불리 결정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여성 공무원 야간 당직 투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권위 진정을 계기로 성별에 따라 분류돼 온 업무 기준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남성 중심 시각에서 존재해 온 숙직이라는 관행을 양성평등 관점으로 새롭게 접근한다는 점에서 이번 인권위 진정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한 여성의 군대 복무 이슈는 차치하더라도 그동안 성별에 따라 분류돼 온 사회 행위들에 적절한 명분이 있었는지 재고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교수는 "여성 휴게실이나 당직 시 보호장치가 갖춰지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여성 공무원을 투입하면 각종 치안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해당 기관에서 당직 근무 시 안전 확보를 위한 여건을 갖췄는지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용산구 여성 공무원도 숙직한다…석 달간 시범운영
서울 용산구 여성 공무원도 숙직한다…석 달간 시범운영

(서울=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여성 공무원이 지난 15일 구청 당직실에서 숙직 근무를 하고 있다. 용산구는 1월부터 3월까지 여성 공무원 숙직 제도를 시범 운영한다. 2020.1.16 [서울 용산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rkdekgus1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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