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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신생아 열나는데 "코로나19 검사부터"…병원찾아 '발동동'

송고시간2020-11-13 06:13

대학병원 응급실 갔다가 진료 늦어져 아이 상태 악화하는 사례도

영유아 호흡기·발열 증상 땐 주변 '호흡기전담클리닉' 찾아봐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태어난 지 2개월도 안 된 막내 아이가 갑작스럽게 열이 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갔지만, 코로나19 선별검사를 거쳐야 아이를 진료할 수 있다면서도 검사는 안 해주고 집에 갔다가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그때 만약 근처에 있던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생후 45일이 지난 아이의 엄마 A(38.경기도 의정부시)씨는 요 며칠 병원에서 겪었던 상황을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다. 병원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이러다가는 자칫 아이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너무나 컸던 탓이다.

A씨의 아이한테 '발열' 증상이 처음 나타난 건 지난 1일이었다. A씨는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찾았다. 이 의원에서는 해열제를 처방해주면서 신생아인 만큼 만약 차도가 없으면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이 지나도 아이의 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걱정이 커진 엄마는 이튿날 아침 부랴부랴 의정부에서 가까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진료는 쉽지 않았다. 해당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아이의 발열이 코로나19 감염 증상과 유사한 만큼 우선 선별진료소를 다녀오라고 안내했다. 이렇게 찾아간 선별진료소에서는 오전 11시께인데도 코로나19 검사 시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가 오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A씨는 아이가 열이 안 떨어지고 코로나19와도 아무런 역학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호소했지만, 방역 원칙을 강조하는 병원에 계속 항변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는 사이 아이의 열은 점점 더 올라갔고, 상태는 나빠졌다.

A씨는 그제야 큰아이를 키울 때 찾았었던 인근 B소아과병원을 떠올렸고, 이 병원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호소했다.

그런데 B병원 원장은 앞서 방문했던 대학병원과 달리 아이의 진료를 흔쾌히 수락했다. B병원이 이런 때를 대비해 정부가 운영 중인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지정돼 있어 아이를 곧바로 진료할 수 있다는 게 원장의 설명이었다.

우여곡절을 거친 아이는 이틀 만에 가까스로 B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진료실 모습
호흡기전담클리닉 진료실 모습

[자료사진]

진료 결과 아이의 상태는 악화일로였다. 열은 38.6도의 미열이었지만, 백혈구 수치가 정상(1만 이하)보다 훨씬 높은 1만4천700에 달했으며, 염증 수치(CRP)도 정상치(0.5)보다 24.8배나 높은 12.4로 측정됐다. 소변 내 백혈구도 20∼25개나 됐다.

의료진은 아이를 신생아 요로감염과 신우신염으로 진단하고 병원에 입원시켜 곧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다행히 응급치료를 받은 아이는 입원 사흘째부터 백혈구 수치가 정상 범위(8천800)에 들어오고, 염증 수치도 7.1로 떨어지는 등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이를 진료한 최용재 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요로감염은 신생아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일 정도로 위험하다"면서 "이번 아이의 경우 다행히 골든타임에 치료를 받아 회복됐지만, 치료가 조금만 더 늦어졌다면 패혈증으로 이어져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A씨의 아이와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생길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소아청소년 전문 호흡기 클리닉'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 전문 호흡기 클리닉은 코로나19와 '역학적 연관성'이 없는 호흡기·발열 환자에 대한 1차 진료를 담당하는 곳으로, 음압 설비와 비말 차단 등의 감염예방 시설을 갖추고 있다. B병원이 아이를 진료할 수 있었던 것도 코로나19와 역학적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의료진의 판단 덕분이었다.

이 클리닉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지정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자칫 코로나19 환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보건소를 제외한 참여 병의원은 현재 전국에서 15곳에 불과할 정도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최 원장은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이 발열 등의 감기 증상조차 적절히 치료받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치료법도 없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의심 때문에 이미 치료법이 확립된 평범한 질환마저 제때 치료하지 못해 억울한 희생자가 되는 상황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감염병 유행 시 응급 진료가 필요한 호흡기·발열 환자들을 위해 정부와 전문가들이 대안으로 마련한 시스템이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이 좋은 시스템을 잘 이용하고 운영하는 건 이 사회의 몫이고, 이 사회의 수준일 것이다.

영유아 발열에 무조건 응급실?…'호흡기전담클리닉' 찾으세요![김길원의 헬스노트]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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