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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바오로 2세·베네딕토 16세 美추기경 성학대 의혹 방관"(종합)

송고시간2020-11-12 00:11

교황청, 매캐릭 前추기경 사건 관련 2년만에 진상보고서 공개

의혹 다루는 과정서 실수 인정…"고의적 은폐는 없었다" 부인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과 시어도어 매캐릭 전 추기경(오른쪽).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과 시어도어 매캐릭 전 추기경(오른쪽).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두 교황이 고위 사제의 미성년자 성 학대 문제를 사실상 방관했다는 내용을 담은 교황청 보고서가 나왔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은 시어도어 매캐릭(90·미국) 전 추기경 사건의 진상 보고서를 1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미국 가톨릭계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매캐릭 전 추기경은 1970년대 어린 신학생들과 동침하고 사제들과 성관계를 하는 등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2018년 추기경직에서 면직됐다. 이어 작년 초 교회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면서 사제직마저 박탈당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 관련 의혹은 1980년대부터 40년간 미국 교계에서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그는 2000년 미국 워싱턴DC 대주교로 임명된 데 이어 2001년에는 가톨릭교회 교계제도에서 교황 다음으로 높은 추기경직을 꿰차는 등 승승장구했다.

450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피해자·사제·신학생 등 관련자 90여 명의 인터뷰를 포함해 지난 2년간 이뤄진 내부 진상조사 내용이 상세히 담겼다.

보고서는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년)와 베네딕토 16세(2005∼2013년)가 재위 당시 매캐릭 전 추기경 관련 의혹에 대한 보고를 받았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적시했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의 경우 매캐릭 전 추기경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의혹이 확산하자 요한 바오로 2세에 서한을 보내 "신학생들과 동침한 것은 사실이나 성관계는 없었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의혹의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워싱턴DC 주교 4명 가운데 3명이 부정확하고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해 그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던 사정도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결국 요한 바오로 2세는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진상을 규명하는 절차 없이 매캐릭 전 추기경을 워싱턴DC 대주교와 추기경으로 발탁했다.

베네딕토 16세 역시 매캐릭 전 추기경 관련 의혹을 인지했으나 진상 조사를 명하거나 교회 재판을 열지 않고 워싱턴DC 대주교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에 그쳤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처음에는 이를 근거 없는 루머 정도로 인식했으나 2017년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그의 성 학대 사실을 구체적으로 폭로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에 따라 열린 교회 재판에서 매캐릭 전 추기경은 고위 성직자의 권력과 권위를 남용해 미성년자 성 학대 등을 저지른 죄가 인정됐다. 근래 100년간의 가톨릭 역사에서 사제직을 박탈당한 첫 추기경이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다만, 교황청은 보고서를 통해 의혹을 다루는 과정에서 일부 미숙함이나 실수가 있었으나 교회 차원의 고의적인 은폐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매캐릭이 교회 기부금 모금의 '큰 손'이라는 점을 고려한 봐주기였다는 일각의 지적도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부인했다.

교황청 사무를 총괄하는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 총리는 "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보편 교회에 상처를 준 데 대해 슬픔을 함께한다. 보고서의 규모와 그 안에 담긴 문서 및 정보의 양에서 볼 수 있듯 진실을 추구했고 관련된 모든 의혹에 답을 하려 했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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