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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흑우' 제주에 왜 현무암처럼 검은 가축이 유명할까?

송고시간2020-11-08 10:00

천연기념물 지정 등 멸종 위기종 지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결실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 하면 떠오르는 색은?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의 노란색, 빛나는 바다의 에메랄드빛, 소금이 내려앉은 듯한 메밀꽃밭의 하얀색, 감귤의 먹음직스러운 주황색까지 다채롭다.

제주흑돼지 천연기념물 예고
제주흑돼지 천연기념물 예고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에 화려한 총천연색 세상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검은색도 제주의 색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제주에는 현무암처럼 검은빛을 띠는 가축이 유명하다.

바로, 흑돼지와 흑우다.

그렇다면 제주에 유독 검은색 가축이 이름을 떨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멸종위기에 처했던 재래종인 흑돼지와 흑우를 지키기 위한 자치단체와 제주도 내 연구진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 흑돼지 제주 정착부터 천연기념물 지정까지

사실 흑돼지가 제주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8세기 조선 후기 기록인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을 보면 우리나라 재래돼지 생김새에 대해 '대부분의 돼지가 다 검은빛을 띠며, 간혹 흰점이 박힌 돼지가 있으나 그 수는 많지 않다'고 기록됐다.

이 같은 사실로 미뤄 보아 우리나라의 재래돼지는 원래 검은 빛을 띠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제주흑돼지는 육지와 격리된 제주의 지리적 특성상 다른 종과의 교잡(交雜) 없이 고유의 특성을 간직하면서 제주 환경에 적응해 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다른 지역의 재래돼지는 일제 강점기,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외국에서 도입된 개량 돼지와의 교잡으로 순수 혈통이 거의 소멸했다.

제주흑돼지는 관광산업 초기에 '똥돼지'로 불리던 구경거리에 불과했으나 서서히 맛있는 돼지고기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제주도가 원종을 보호하고 개체 수를 늘리며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관광객들의 미각을 훔치는 제주의 대표 상품이 됐다.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흑돼지 역시 개체 수가 급감해 멸종 위기에 처했지만,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이에 1986년 우도 등 도서 벽지에서 재래종 돼지 5마리(암컷 4·수컷 1)를 확보해 현재까지 순수 혈통을 관리하면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문화재청은 2015년 3월 17일 고유의 '제주흑돼지'를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현재 제주도축산진흥원에서 보존 중인 순수 혈통의 제주흑돼지는 325마리로, 이들 흑돼지에 대해서만 천연기념물 지위가 인정된다.

시중에서 우리가 흔히 맛볼 수 있는 제주흑돼지는 순수혈통이 아닌 개량종 제주흑돼지다.

순수혈통 제주흑돼지는 다른 일반 돼지보다 체구가 작고 성장 속도가 상당히 느려 생산성·상품성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제주흑돼지와 외국산 품종(랜드레이스, 요크셔, 버크셔 등)을 교잡해 재래돼지 특유의 고기 맛을 살리면서 빨리 크고 지방도 얇은 상품성 있는 개량 돼지를 만들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제주에는 연간 1천500만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몰린다. 관광객은 물론 도민까지 재래돼지 특유의 맛을 가진 제주흑돼지를 찾으니 당연히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많아 일반 돼지고기보다 가격이 30%가량 비싸다.

300여년 전 제주흑우 사육 전경
300여년 전 제주흑우 사육 전경

(제주=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 조선 숙종 28년(1702년) 제작된 탐라순력도에 그려진 국우(國牛)인 흑우사육 전경. 아래는 확대된 흑우 그림. [제주시가 소장한 탐라순력도의 '별방조점'에서 발췌. 재판매 및 DB 금지]

◇ '흑우'는 일본 소? 임금님 먹던 우리 소!

제주흑우도 제주흑돼지와 유사한 경우다. 멸종 위기를 겪었지만, 제주도와 도내 연구진의 보호 노력으로 제주 특산품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기원전부터 제주에서 사육된 것으로 전해지는 제주흑우는 고려와 조선 시대 삼명일(임금 생일, 정월 초하루, 동지)에 정규 진상품이었으며, 나라의 주요 제사 때 제향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제주흑우가 이처럼 예부터 명품대접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맛이 좋기 때문이다.

축산과학원이 2004년 제주흑우 고기의 지방산 성분을 분석한 결과 올레인산, 리놀산, 불포화지방산은 일반 한우보다 높고 포화지방산은 낮게 나타났으며, 시식회를 통한 육질 평가에서는 향미, 연도, 다즙성 등이 좋다는 반응이 94.5%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육질에 지방 성분이 골고루 퍼지는 '마블링' 상태가 뛰어나 고기를 구울 때 지방 성분이 배어 나오면서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첨단 바이오기술 활용 제주 흑우 산업화 시동
첨단 바이오기술 활용 제주 흑우 산업화 시동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제주흑우는 일제강점기에 한우에서 제외되고, 1980년 육량(肉量) 위주의 축산정책이 펼쳐지면서 농가의 외면을 받아 그 수가 수십 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크게 줄었다. 제주흑우는 몸집이 작아 육량이 적다.

이처럼 멸종위기에 놓였던 제주흑우는 1992∼1993년 도와 농촌진흥청이 재래가축의 유전자원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흑우 23마리를 확보하면서 명맥을 가까스로 유지하게 됐다.

이어 제주도가 제주흑우를 축산법에 따른 보호종으로 고시해 다른 지방으로의 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증식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육두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울러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지원을 받아 제주대학교 제주흑우연구센터까지 출범하면서 제주흑우 산업화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제주흑우연구센터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흑우 대량증식 및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제주흑우는 지난달 말 기준 1천700마리 넘게 사육되고 있으며, 지난 9월부터 축산물품질평가원 '소도체 등급판정결과'에 한우나 흑우가 아닌 '제주흑우'로 당당히 표기되고 있다.

2013년에는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됐다.

농식품기술융합창의인재양성사업 축산물 고품질 생산관리 기술개발 연구센터의 '제주흑우 대량 증식 및 산업화' 과제 연구책임자인 박세필 제주대 교수는 "제주흑우 개체 수 확대를 위해 지난해 인공수정사업을 진행했고, 올해는 수정이식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제주흑우 사육두수를 5천 마리까지 늘려 제주흑우 산업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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