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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 현생 인류와 10만년 넘는 소모전서 패해 멸종"

송고시간2020-11-04 11:27

영역성·집단공격 성향 같은 사람속 두 종간 평화 공존 가능성 희박

英 진화생물학자, '더 컨버세이션' 기고문서 주장

네안데르탈인 유적이 발굴된 무스티에 동굴 상상도
네안데르탈인 유적이 발굴된 무스티에 동굴 상상도

[Charles R. Knigh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전쟁을 벌이고 싸움에 탁월했다는 최고 증거는 현생인류와 부딪힌 뒤 바로 짓밟히지 않고 약 10만 년간 확장을 저지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벗어나는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겠는가?"

사람속(Homo) 화석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수렵채집 영역을 놓고 적어도 10만 년 이상 장기적인 소모전을 벌이다 패해 멸종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있다.

약 4만 년 전까지 현생 인류와 함께 진화하다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에 대해서는 기후변화 부적응부터 바이러스 확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설이 제기돼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없다.

영국 배스대학교 진화생물학 및 화석학 부교수 니컬러스 롱리치 박사는 3일 전문 학자의 글을 싣는 매체인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기고문에서 두 인류 간 치열한 경쟁에 초점을 맞춰 이런 주장을 폈다.

제목은 '네안데르탈인 시대의 전쟁 : 현생 인류는 10만년이 넘는 전쟁에서 어떻게 패권을 차지했나'.

정식 논문이 아닌 기고문 형태로, 일정한 세력권을 확보하려는 인간의 영역성(territoriality)과 집단 공격 성향이 인류의 공통 조상에게서 내려온 본능으로 현생 인류는 물론 네안데르탈인도 같은 성향을 가졌다는 것을 대전제로 하고 있다.

롱리치 부교수는 침팬지도 영역 갈등이 심한데, 수컷들이 인간의 전쟁 행위와 유사하게 자주 무리를 지어 경쟁 그룹을 공격해 죽이는 것은 영역성과 집단 공격 성향이 약 700만 년 전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에서부터 진화해 온 것임을 시사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60만 년 전 갈라져 나간 네안데르탈인 역시 현생 인류와 같은 영역성과 집단 공격 성향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현생 인류와 유전자가 99.7% 같은 네안데르탈인이 불을 사용하고 시체를 매장하는가 하면 조개껍데기나 동물 이빨로 장신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등 놀랍도록 현생 인류와 행동이 닮았는데,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창조적 본능의 상당 부분을 공유했다면 파괴적 본능 역시 나눠 가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브롤터의 네안데르탈인 동굴 유적
지브롤터의 네안데르탈인 동굴 유적

[EPA=연합뉴스]

롱리치 부교수는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만나 평화롭게 같이 살거나 같이 살도록 허용했을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하다면서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빨리 나오지 못한 것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이미 네안데르탈인이 번성하며 현생 인류의 확장을 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네안데르탈인이 중동지역에서 이미 수천 년간 살고 있어 지형이나 계절, 동식물 등에 익숙해 현생 인류와의 싸움에서 전략적 우위에 있었으며, 큰 눈과 다부진 체격을 가져 생물학적으로도 싸움에 유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두 세력 간의 교착상태를 깨는 무언가가 진행돼 결국 현생 인류가 승자로 전쟁이 끝나고 네안데르탈인은 화석으로만 남게 됐다. 롱리치 부교수는 더 멀리 날아가는 활과 창 등 새로운 무기나 더 많은 인구를 유지해 수적 우세를 확보할 수 있는 수렵채집 기술 등과 같은 것이 현생 인류의 손을 들어줬을 수도 있다고 제시했다.

네안데르탈인 두개골 화석
네안데르탈인 두개골 화석

[EPA=연합뉴스]

그는 선사시대 전쟁에서 몽둥이로 머리를 가격하는 것이 상대를 제압하는 효율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라면서 현생 인류나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 화석에 부상 흔적이 많고, 적의 가격을 막다가 아래팔이 부러진 흔적도 자주 발견되는 것을 고고학적 증거로 제시했다.

특히 젊은 남성의 화석에서 이런 부상 흔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사냥 중에 생긴 것일 수도 있지만, 소규모로 벌어지는 치열한 싸움에서 예상되는 부상 양상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롱리치 부교수는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전쟁은 "(네안데르탈인이) 평화주의자이거나 싸움을 못 하는 전사일 때 기대하는 것과 같은 전격전이 아니라 장기적인 소모전이었다"면서 "우리가 이긴 것은 네안데르탈인이 싸우려는 경향이 덜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보다 전쟁을 더 잘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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