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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짓고 감옥 갔는데 노래방이라니…" 교도소에 무슨 일이[이슈 컷]

송고시간2020-11-04 08:00

(서울=연합뉴스) 조명과 음향기기를 갖춘 노래방에 두더지 잡기 게임기까지. 전북 전주교도소가 전국에서 처음 설치한 일명 '심신 치유실' 입니다.

교도소 측이 보도자료를 내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금세 역풍을 맞았는데요.

'가해자가 노래 부를 때 피해자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만간 교도소에서 술도 팔겠다', '교도소가 아니라 휴양소',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 궁금하다'….

개관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 사이에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사형수나 자살·자해 시도자 등 수용 스트레스가 큰 재소자에게 이용우선권을 준다는 소식에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는데요. 급기야 폐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해당 기관은 노래방 명칭을 '노래방 기기'로 바꾸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가, 결국 "폐쇄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한걸음 물러났는데요.

이는 법무부가 추진 중인 교도소·구치소 현대화 사업의 일환. 환경이 좋아지면 수용자가 심리적 안정을 찾고, 교정·교화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인데요.

지난 2015년 자리를 옮겨 새롭게 문을 연 광주교도소가 대표적인 사례. 당시 1인실 비중을 대폭 높이고, 온돌식 난방 등 편의시설을 확충해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당 면적이 2㎡꼴인 안양교도소를 비롯해 교정시설의 수용 과밀화와 시설 노후화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 지난 2017년 말 기준 구금시설 수용률(수용정원 대비 실제 수용인원)은 115.4%. 대도시 주변 시설은 124.3%에 달했는데요.

'닭장'에 비유되는 감방에서 '칼잠'을 자야 해 특히 혹서·혹한기에는 각종 사건,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를 혐오 시설로 인식하는 주민 반대, 즉 님비 현상으로 당장 이전이나 신축도 어려운 것이 현실.

4년 전 헌법재판소가 과밀수용 자체가 위헌이라 판단한 이후에도 좀처럼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래방 같은 시설을 통해 수감자의 숨통을 트일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 벌주는 곳에서 변화시키는 곳으로 교정행정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이러한 시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엇갈립니다.

'죄를 지었어도 인권보장 차원에서 여흥은 필요하다'는 측과 '남에게 고통을 준 이들에게 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데요.

범죄자가 너무 편하게 수형생활을 하는 것에 반감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 불법을 저지르고 감옥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은 시설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보편적 정서를 고려한 세심한 행정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이미 수용시설에서 합창단, 노래 교실 등 관련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는데요. 굳이 유흥시설을 연상시키는 '노래방'이란 표현을 사용해 국민 법 감정을 자극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

이용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고 원칙대로 집행하는 등 원래 목적에 맞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명숙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는 "긍정적 행동을 하고 성과를 낸 수형자에게 일종의 인센티브 형태로 본인이 선택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는데요.

안성훈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밀수용 하에서 제대로 교정 처우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출소 후 재범 우려가 커지기도 한다"며 "가능하다면 교정시설이 시설 밖과 유사할수록 사회 복귀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교정시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재소자 대부분이 죗값을 치르고 사회로 복귀하기 때문에 엄벌만큼이나 재사회화 역시 중요한데요. '교도소 노래방'을 통해 다시 한번 이 대목을 곱씹어보게 됩니다.

김지선 기자 홍요은 박서준 인턴기자

"죄짓고 감옥 갔는데 노래방이라니…" 교도소에 무슨 일이[이슈 컷] - 2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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