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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속 사진 읽기] 실루엣(silhouette) 효과

"사진 촬영 시 다양한 환경의 속성을 이용하자"

(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북한 황해남도의 남쪽 해안선과 가까운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를 일컬어 서해 5도(島)라 부른다.

이 다섯 개의 섬을 따라 그은 해안 경계선이 북방한계선(NLL, Northern Limit Line)이다. 자연히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 가장 먼저 주목받는 곳이다.

10년 전(2010년) 북한군의 포격 상흔이 남아 있는 연평도는 그 중심에 있다. 지난 9월 21일 소연평도 인근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측지역에서 피격된 사건은 연평도로 사진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출장 간 기자에게는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이다. 사고 현장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면에 사용할 사진을 취재해 전송해야 한다.

선착장에 배를 타고 내리는 주민과 군인, 새벽녘 출어 준비하는 어민, 고속단정을 탄 해병대원들의 해상 정찰, 저 멀리 보이는 북녘 해안 등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

보도된 사진들은 어찌 보면 작은 섬의 평범한 일상들이다. 그 가운데 떠오르는 해를 등진 해병대원들의 경계 근무 사진이 눈에 띈다. 실루엣으로 찍힌 장병들의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인다. 마치 그림 같다.

9월 29일 아침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안가를 따라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9월 29일 아침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안가를 따라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역광사진이다. 역광(逆光)이란 '피사체 뒤에서 비치는 광선'을 말한다. 카메라를 들고 선 사람이 태양을 등지고 섰을 때, 카메라와 같은 방향에서 비치는 순광(純光)과는 반대의 개념이다.

'역광사진'이란 바로 이 역광 상황에서 찍은 사진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를 든 당신이 늦가을 단풍을 배경으로 아이들의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아이들(피사체)을 둘러싼 붉은 단풍 뒤로 해가 있다면, 피사체 등 뒤로 내리쬐는 강렬한 빛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빛의 순방향을 따라 해를 등지고 서서 빛을 받아 환하게 모습을 드러낸 피사체를 찍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해를 마주 보고 사진을 찍게 된다.

역광으로 찍은 사진은 피사체의 윤곽이 잘 사는 반면 피사체가 빛을 등지고 서기 때문에 그늘지는 앞면은 어두워서(노출 부족) 사진에서는 검게 나오게 된다.

피사체가 실루엣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해를 품은 밝은 배경과 빛을 받는 피사체의 그늘진 앞면의 노출 차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여기 실루엣 효과를 이용한 또 다른 사진을 보자. 도심 속에서 열린 한 캠페인의 조형물과 가까운 주변을 노출 부족으로 어둡게 처리한 뒤, 보여주고 싶은 곳에 플래시건으로 보조광을 주어 밝게 찍은 사진이다.

문 안쪽에서 손등으로 눈물을 닦는 어린아이의 모습과 문 아래쪽에 쓰인 '도와주세요'라는 문구에 시선이 집중된다. 얼핏 봐선 팻말을 든 우는 아이의 모습으로도 보인다. 최근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는 아동학대 예방캠페인이다.

9월 22일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앞에 '2020 천사데이 오픈도어(OPEN DOOR)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한겨레신문 제공]
9월 22일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앞에 '2020 천사데이 오픈도어(OPEN DOOR)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한겨레신문 제공]

행사 내용은 이렇다. 지난 9월 22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서울 중구 재단 빌딩 앞에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관심을 촉구하는 '오픈 도어'(OPEN DOOR) 캠페인을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잇달아 발생하는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아이들에겐 사회적 거리 두기 대신 관심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진은 주최자가 행사로 보여주고 싶은 내용을 간결하게 담아냈다. 사진 속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을 제외한 시선을 분산시키는 무의미한 배경을 실루엣으로 처리했다.

마치 짙은 안개 속에 가려진 배경처럼 어수선한 주변의 사물과 사람들이 어둠에 가려졌다. 온전히 사진으로 말하려는 부분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기자의 기지가 돋보인다.

카메라는 일정한 기계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빛은 사물의 모든 면을 드러낸다. 어둠은 모든 것을 감춰 버린다.

사진을 찍을 때 마주치는 다양한 환경의 속성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이용하자. 좋은 사진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빛과 어둠 속에 담긴 모든 것을 기억한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swim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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