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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제갈량 무덤이 있는 정군산

송고시간2020-10-31 10:30

중국 한중시 의 제갈량 무덤.
중국 한중시 의 제갈량 무덤.

[최종명 제공]

'제갈량의 실제 무덤은 촉나라 수도였던 사천성 성도에 자리한 황제 유비의 능 곁에 있다. 실제로 중국을 답사하면서 <삼국지연의> 현장이라는 곳을 가보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테마파크식 건물과 저속한 조각상이 난무하여 차라리 안 가느니만 못한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 지음) '중국편' 1권 53쪽의 글이다. 실제로 '유비의 능 곁에' 제갈량 사당인 무후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제갈량 무덤은 천 리나 떨어져 있다.

다소 충격이었다. 이 밖에도 책 전체에서 오기·오류와 몰이해가 근정전의 박석만큼이나 많았다. 관점은 더 좋지 않았다. 아는 만큼 제대로 보는 독자가 '그릇된 답사'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정사 <삼국지> 등에 따르면 제갈량은 오장원(五丈原)에서 병사했고, 직선거리로 150km 서남쪽에 있는 정군산에서 장사를 지냈다. 유언에 따라 소박하게 무덤을 썼다. 산시 한중 땅 몐현이다.

정사든 소설이든 제갈량의 흔적이 있는 곳마다 무후사(武侯祠)를 세웠다. 전국에 무후사가 9개가 넘는다. 유비의 아들 유선이 황위에 오른 후 무향후를 제수했다. 제갈량이 사망하고 29년 후인 서기 263년에는 최초로 제갈량 사당도 세웠다.

제갈량 신위가 있는 전각 앞에 '대한일인'을 비롯해 12개의 편액과 황제가 하사한 비석들이 촘촘히 자리 잡고 있다. '천하제일' 무후사라고 부를 만하다.

제갈량 무덤은 따로 있다. 약 5km 떨어진 곳의 무후묘(武侯墓)다. 오랜 세월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만고운소' 편액이 보인다. 제갈량이 두루마리 책을 들고 앉아 있다. 양쪽에 관우와 장비의 아들 관흥과 장포가 시립하고 있다.

제갈량 무덤인 무후묘의 ‘만고운소’ 편액이 있는 전각.
제갈량 무덤인 무후묘의 ‘만고운소’ 편액이 있는 전각.

[최종명 제공]

삼국지 이야기를 그린 벽화는 100폭에 이른다. 무덤을 세우고 신하들이 도열해 있는 장면도 있다.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에 세운 묘비가 나란히 서 있다. 무덤에는 천년 고목인 측백나무 한 그루가 세월의 무게를 짊어진 채 반듯하게 자랐다. 관리를 잘했는지 봉긋한 무덤을 덮은 풀이 푸릇푸릇하다.

정군산에도 갔다. 촉나라 오호장군 중 한 명인 황충이 노익장을 발휘해 조조의 맹장 하후연을 물리친 장소다. 소설은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다. 황충이 하후연을 도벽(刀劈)하는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칼을 휘둘러 두 동강 냈다. 말과 장수가 서로 엇갈린 모습, 전투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황충의 긴 칼이 하후연의 배를 가르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조각상이다. 정군산을 찾은 이유는 따로 있다.

황충이 하후연의 배를 가르는 조각상이 있는 정군산.
황충이 하후연의 배를 가르는 조각상이 있는 정군산.

[최종명 제공]

베이징의 천안문광장 남쪽 상업거리인 다스뢀에 대관루가 있다. 지금도 영화관으로 '중국 영화의 탄생지'다. 1905년 중국 최초의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 제목이 '정군산'이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던 경극 '정군산'을 촬영해 영화로 제작한 사람이 있었다. 일본 유학 후 사진관을 운영하던 임경태다. 경극 배우 담흠배가 연기한 황충이 칼춤을 추고 교전을 벌이는 무대는 인기 절정이었다.

무대가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서민이 경극 무대를 즐기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영화는 무료로 상영됐고, 관객은 정군산에 나오는 노래를 제창했다. 감동의 물결이었다고 전해진다.

황충 조각상이 있는 정군산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겉치레만이 아니라 속살로 들어가면 훈훈한 중국문화가 곳곳에 숨어 있다. 도원결의, 삼고초려, 적벽대전 등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소라면 빠짐없이 답사를 다녔다.

'차라리 안 가느니만 못한' 장소는 없었다. 제갈량 무덤이 있는 정군산에서 중국 영화의 탄생과 만나듯, 답사는 늘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찾는 일이다.

최종명
최종명

'13억 인과의 대화' '민, 란' 저자 | 중국 현장 취재 16년, 여행기(7권) 집필 중 | '인문학 중국 발품' 강의 및 중국 문화여행 동행 | www.youy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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