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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술작가가 드러내는 '혐한'의 현실

송고시간2020-10-30 16:24

다나카 고키 아트선재센터서 국내 첫 개인전

다나카 고키, '다치기 쉬운 역사들 (로드 무비)' 설치 전경, 2020. 사진 김연제 [아트선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나카 고키, '다치기 쉬운 역사들 (로드 무비)' 설치 전경, 2020. 사진 김연제 [아트선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재일한국인 3세 우희와 일본계 스위스인 크리스티앙이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상징하는 장소를 차례로 방문한다.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표현)와 혐한 시위가 있었던 곳, 1923년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이 벌어진 아라카와 강둑 등을 찾아가며 두 사람은 일본 사회의 인종주의와 외국인 차별에 대해 알아간다.

30일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한 일본 작가 다나카 고키(45)의 국내 첫 개인전 '다치기 쉬운 역사들(로드무비)'에서 선보인 동명의 영상 작업은 이들의 여정과 대화를 통해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을 다룬다.

다나카 고키는 국가주의와 인종 차별 등 갈등이 심화하는 시대에 영상과 사진, 설치 작업 등을 통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지속해서 던져온 작가다.

2013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 일본관 대표작가로 참여했으며, 2015년 도이치방크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지난해 아이치 트리엔날레,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도 소개됐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 영상으로 연결된 작가는 "재일한국인 차별 문제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일본 사회에서 숨겨진 부분도 많기 때문에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혐한 시위를 직접 보고 나서 그렇게 심한 말을 공개적으로 한다는 것에 놀랐다"라며 "이 작품을 2018년 만들었는데 여전히 풀어갈 것들이 많다. 계속 이야기를 발전시킬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교토에 거주 중인 작가는 히가시쿠조 한인촌에서 혐한 시위 현장을 지켜보면서 한국인 차별 문제를 실감했다고 한다. 그는 내년 초에 작품을 히가시쿠조 지역에서 상영하는 등 지역 사회와도 연결해 이 문제를 환기할 예정이다.

다나카 고키는 "우경화는 세계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다양성과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미술이 이런 문제에 저항할 수 있는 마지막 지대라고 생각한다"라며 "자유주의와 휴머니즘을 지키지 못한다면 사회는 점점 우경화되고 파시스트 집권기로 돌아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전시는 다섯 개의 챕터와 에필로그, 부록으로 나뉘어 있다. 우희와 크리스티앙의 대화뿐만 아니라 재일한국인의 삶과 역사에 대한 증언과 사회학자 한동현의 강의, 작가와의 대화 등도 포함됐다.

영상 주인공들이 정체성의 위기 속에서 겪은 개인적인 경험과 그들의 삶을 둘러싼 역사와 사회적 상황을 아우르며 우리가 어떻게 서로에 대한 이해에 다다를 수 있는지 살펴본다.

12월 20일까지 이어지는 다나카 고키 개인전과 같은 기간 아트선재센터에서는 두 개의 또 다른 전시가 동시에 개최된다.

기획전 '먼지 흙 돌'은 피아 아르케, 차학경, 부슈라 칼릴리, 알렉산더 우가이의 작업을 소개한다. 모두 개인사나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이주를 경험하고 정체성, 개인과 집단의 기억, 탈식민주의와 연대의 문제를 다룬 작가들이다. 별개 전시지만 다나카 고키 개인전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여덟 팀의 작가가 참여해 소규모 예술출판 활동을 조명하는 전시 '방법으로서의 출판'도 열린다.

다나카 고키, '다치기 쉬운 역사들 (로드 무비)' 설치 전경, 2020. 사진 김연제 [아트선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나카 고키, '다치기 쉬운 역사들 (로드 무비)' 설치 전경, 2020. 사진 김연제 [아트선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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