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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때 민간인 계획 학살 뒤 구덩이 파고 묻었다"

송고시간2020-10-28 16:39

전주 황방산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유품 추가 발굴

전주 황방산 2차 유해 발굴 현장
전주 황방산 2차 유해 발굴 현장

[전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한국전쟁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전북 전주지역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유해와 유품이 황방산에서 추가로 발견됐다.

특히 이번 유해 매장지는 계획적으로 민간인들을 학살한 뒤 구덩이를 파고 매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28일 황방산 발굴조사 현장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김건우 전주대학교 박물관장, 유족회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조사 결과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보고회에서 박현수 전주대 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완산구 효자동 황방산과 산정동 소리개재 등 유해 매장 추정지 약 400㎡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1차 발굴 때 황방산 일대에서 발견된 전주교도소 민간인 희생자 유해
1차 발굴 때 황방산 일대에서 발견된 전주교도소 민간인 희생자 유해

[전주대학교 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사 결과 황방산 매장 추정지에서는 다리뼈와 팔뼈 등 잔존 상태가 양호한 희생자 유해가 확인됐다.

또 계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토양화가 진행된 두개골 편과 치아, 일부 다리뼈·팔뼈 등이 나왔다.

희생자 것으로 추정되는 허리벨트와 단추 등의 유품도 출토됐다.

허리벨트는 희생자가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이거나 혹은 보도연맹과 관련된 예비검속(혐의자를 미리 잡아 가두어 놓는 일) 때 착용하는 것이어서, 희생 당시의 상태를 추정할 수 있다.

희생자 주변에서는 M1 소총 탄피와 카빈총 탄피 등 당시 군인 또는 경찰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무기들도 다수 발견됐다.

이번 2차 유해 발굴 조사 결과는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추진된 1차 때와 달리 매납 형태에서 차이가 났다.

지난해 확인된 유해는 산사면에 민간인을 학살하고 그 위를 덮어 흔적을 지운 형태였지만, 이번 유해 매장지는 구덩이를 파고 매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내년 3월까지 유해를 수습하고 감식을 마친 뒤 유해와 유품을 안치할 계획이다.

앞서 시는 1차 발굴에서 나온 두개골과 치아, 다리뼈 일부 등 유해 237건과 M1 소총과 권총의 탄피, 벨트 등 유품 129건을 올해 7월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했다.

황방산 일대는 2009년 진실화해위원회가 전주 지역 유해 매장지로 추정한 곳이다.

지난해 열린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개토제
지난해 열린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개토제

[전주시 제공]

시에 따르면 군과 경찰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1950년 7월 전주형무소(현 교도소) 재소자 1천400여 명을 좌익 관련자라는 이유로 학살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전주를 점령한 인민군은 재소자 등 500여 명을 공산주의에 반하는 반동분자로 분류해 살해했다.

당시 학살된 수감자 가운데는 대한민국 건국 초기 지도자급 인사인 손주탁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과 류준상·오기열·최윤호 국회의원 등이 포함됐다.

박현수 전주대 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구덩이를 파고 매납한 행위는 일정한 계획에 의해 학살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며 "매납 형태의 차이로 매장 당시와 매장 전후 상황 등을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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