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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김태균 "후회 없는 선수 생활…열정 심어준 아버지 덕분"

송고시간2020-10-24 11:31

"모든 것 쏟아냈기에…은퇴 결정, 단 한 톨의 후회 없어"

"타격 마음에 들지 않는 날엔 배트 껴안고 자기도"

인터뷰하는 김태균
인터뷰하는 김태균

(대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최근 은퇴한 한화 이글스의 레전드 김태균이 23일 밤 대전 시내 음식점에서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0.24.cycle@yna.co.kr

(대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은퇴를 선언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레전드' 김태균(38)은 선수 시절 특이한 루틴 한 가지를 갖고 있었다. 그는 경기 직전 꼭 수십 분간 낮잠을 잤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인터뷰하다가도 낮잠을 청해야 하는 시간이 되면 쏜살같이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이유가 있었다.

야구 생각에 몰두했던 김태균은 밤에 깊게 잠들지 못했다. 피로를 씻기 위해선 꼭 낮잠을 자야 했다.

23일 대전 시내 음식점에서 만난 김태균은 "치열하게 살아왔다"며 "돌이켜보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 자신을 매우 혹사했던 것 같다. 타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날엔 너무 잠이 안 와 배트를 안고 잠을 청한 적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은퇴 기자회견을 한) 어젯밤도 잠이 들지 않았나'는 말에 김태균은 씩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상하게 한 번에 불면증이 사라지더라"며 "이렇게 푹 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치열한 삶이었다.

야구와 사투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아버지가 야구를 굉장히 좋아하셨다"며 "당시 아버지 손에 이끌려 야구부에 들어갔는데, 같은 나이의 선수는 나를 포함해 딱 두 명이었다. 나머지는 5학년 이상의 고학년 형들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경쟁이 시작됐다. 신체조건에서 선배들과 크게 차이 났던 김태균은 수년간 경기 출전을 하지 못했다.

김태균은 "초등학교 3학년 전국대회 예선을 앞두고 주전 선배 한 명이 몸살감기에 걸려 출전 기회를 대신 잡을 뻔한 일이 있었다"며 "그런데 경기 전날 그 선배가 다 나았다며 출전하겠다고 하더라.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김태균, 영원한 52번
김태균, 영원한 52번

(대전=연합뉴스) 김연수 기자 = 22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김태균 선수 은퇴 기자회견에서 김태균 선수가 자신의 52번 야구복을 앞세우고 화려했던 과거를 잠시 회상하고 있다.
2020.10.22 yskim88@yna.co.kr

김태균만큼이나 부친 김종대(66) 씨의 열정도 대단했다. 김 씨는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했다.

그는 "중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아버지가 (거주지였던) 천안 교외 공터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그 안에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을 직접 만들어주셨다"며 "휴일마다 그곳에 가서 아버지와 훈련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주택 옥상에도 훈련 공간을 마련해 집으로 돌아온 김태균을 그냥 쉬게 하지 않았다.

김태균은 "그땐 너무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면 당시 잡았던 훈련 습관이 나를 만든 것 같다"며 "남들이 안 보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는 아버지 말씀이 인생의 모토가 됐다"고 말했다.

엄청난 훈련에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면 김태균은 밤잠을 설쳤다.

새벽에 일어나 배트를 돌린 적도 수없이 많았다.

고교에 입학한 김태균은 야구부 숙소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의 품을 떠나게 됐지만, 아버지가 심어준 훈련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프로에 입단해서도 그랬다. 그에겐 매일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냈다.

김태균은 "아버지는 내가 프로선수가 된 뒤 멀찌감치에서 바라만 봐주셨다"며 "하지만 마음 한편엔 아버지가 심어준 열정과 마음가짐이 계속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은퇴를 선택한 '최강 한화' 레전드 김태균의 스윙 장면
은퇴를 선택한 '최강 한화' 레전드 김태균의 스윙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낙 치열한 삶을 살아왔기에 그는 은퇴 갈림길에서도 선명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올 초 한화 구단은 자유계약선수(FA) 김태균에게 2년 계약을 제안했지만, 김태균은 이를 마다하고 1년 계약을 했다.

그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낼 자신이 있었다"며 "그런데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은퇴할 것이고, 결과가 좋게 나오면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선수 생활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계약 후 김태균은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그는 "은퇴 뒤 2020년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매긴 구단 인바디검사(체질량 지수)에서 김태균은 선수단에서 근육량 전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올 시즌 성적은 안 좋았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단 한톨의 후회도 없다"며 "이렇게 웃으며 은퇴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아쉬운 건 딱 하나, 은퇴 기자회견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게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을 못 한 것"이라며 웃었다.

김태균은 "사실 쑥스러워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도 아버지께 연락을 못 했다"며 "아버지가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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