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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발표 후에도 해석 분분한 '월성 1호기' 감사원 감사결과

송고시간2020-10-20 18:03

(서울=연합뉴스) 감사원은 2018년 6월 월성원자력발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그러나 감사의 주된 목적인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확실한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경제성뿐만 아니라 안전성, 지역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따져 조기 폐쇄를 결정했는데 안전성이나 지역 수용성은 감사 범위를 벗어나 조기폐쇄 타당성 판단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조기 폐쇄 방향을 정해놓고 경제성을 낮추는 데 관여한 백운규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에 대해서는 인사자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감사자료를 당국에 통보했고, 감사를 방해한 문책 대상자의 자료도 수사기관에 넘기기로 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아 탈원전 정책 기조는 이어질 수 있게 됐다. 다만, 법정 시한을 훌쩍 넘겨 1년 넘게 감사를 하면서도 주목적인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부분을 유보함에 따라 이번 감사 결과는 논란의 명쾌한 매듭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안전설비 보강에 막대한 돈을 들여 월성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해놓고도 갑자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를 결정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따져 보자는 것이 주목적이다. 1983년 4월에 상업 운전에 들어간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로 설계수명(30년)이 끝나지만 한 차례 수명연장이 결정돼 2022년까지 연장 운전을 보장받았다. 한수원은 수명 연장을 위해 5천900여 억원을 들여 노후설비를 보강했다. 엄청난 돈을 들여 2015년 5월 연장 운전 허가를 받은 지 3년 3개월여만에 조기 폐쇄 결정이 난 것이다. 한수원은 당시 '경제성'을 조기 폐쇄 결정의 주된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원전을 계속 가동했을 때에 비해 즉시 가동을 중단했을 때의 경제적 이익이 2018년 3월 3천707억원(한수원 분석)에서 석 달도 안 되는 사이에 224억원으로 줄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제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키웠다. 급기야 국회가 나서 지난해 9월 30일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고, 감사원이 우여곡절 끝에 385일 만에 감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은 가동률과 전력 판매단가를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감사원은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중립적 가동률(60%)을 적용한 것은 문제가 없으나 한수원 전망 단가를 사용한 판매단가는 실제보다 낮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가 잘못됐음을 알고도 회계법인에 그냥 사용하도록 했고, 그 과정에서 산자부 직원들도 관여했다고 했다.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결과에 따라서는 탈원전 정책의 대의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여권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사안이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정치적 입장 차이에 따른 여야의 신경전으로 국감장에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피감 기관에서는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강하게 저항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 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법사위에서 "이렇게 저항이 심한 감사는 처음이다. 자료 삭제는 물론이고 진술을 바꾸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감사 보고서가 최종 의결될 때까지 감사 법정 시한을 8개월씩이나 넘기고 6번에 걸쳐 감사위원회를 열어 이견 조율에 나섰던 것만 봐도 이번 감사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민감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모든 국민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시각에서 들여다보면 감사의 주된 목적인 월성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여부에 대한 확실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했을 것이다.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조기 폐쇄의 타당성은 판단하기 어렵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놓고 해석이 분분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더라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감사 결과를 내놓은 만큼 더 이상의 정쟁으로 비화하지 않길 바란다. 덧붙이자면 여야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립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할 감사원을 압박하는 일은 앞으로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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