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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나를 안락사 시켜주세요"…65세 중증 장애인의 절규

송고시간2020-10-20 15:36

나이 제한으로 장애인활동 지원서비스 지원 중단

65세 장애인의 절규
65세 장애인의 절규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20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중증 지체 장애인 전모씨가 65세부터 중단되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계속받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0.10.20 iny@yna.co.kr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차라리 나를 안락사 시켜주세요."

올해로 65번째 생일을 맞은 중증 지체 장애인 전모(65) 씨는 자신의 생일날 '죽음'을 떠올렸다.

하루 최대 16시간씩 제공되던 돌봄 서비스(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더는 지원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앉거나 설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인 전씨에게 돌봄 서비스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몸을 쓰지 못하게 됐을 때부터 전씨를 괴롭히는 욕창도, 배변 활동을 위해 필요한 관장도 혼자 사는 전씨에겐 돌보미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들이었다.

이러한 전씨가 돌봄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없게 된 건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장애 상태가 나아진 것도, 생활 형편이 나아진 것도 아닌, 단지 나이를 1살 더 먹어 만 65세가 됐다는 이유였다.

현행법상 장애인 돌봄 서비스는 만 6∼64세까지만 지원 대상이다.

이 서비스를 받던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호법에 따라 장애인 돌봄 서비스는 중단되고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강제 전환된다.

이 경우 하루 최대 16시간의 돌봄 서비스는 사라지고 요양등급에 따라 최대 3시간의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3시간 돌봄으로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전씨와 같은 중증 장애인들은 매달 400만∼500만원을 들여 사비로 돌보미를 쓰지 않는 한 요양병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과거 요양병원 생활을 해봤던 전씨는 요양병원에 가는 것을 "죽는 것보다 싫다"고 했다.

50년 넘게 건강한 사회인으로 활동하던 전씨는 2009년 철봉 운동을 하다 떨어져 목뼈를 다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계속 받을 수 있도록…"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20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중증 지체 장애인 전모씨가 65세부터 중단되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계속받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0.10.20 iny@yna.co.kr

대수술 끝에 겨우 목숨은 부지했지만 1급 지체 장애 판정을 받고 10년 가까이 요양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마치 관 속에 누워있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치매나 뇌졸중으로 대화가 어려운 어르신 5명과 함께 생활해야 했던 전씨는 숨 막히는 고독과 침묵을 이겨내야 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신체에 갇힌 또렷한 정신은 이런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는 "세상 밖과 단절된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삶은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못한 좀비와 같았다"고 말했다.

전씨는 "10년 만에 요양병원에서 퇴원해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홀로 살기를 터득했다"며 "이제야 행복하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됐는데 다시 요양 시설로 들어가야 한다니 너무 무섭고 두렵다"고 호소했다.

전씨를 포함해 돌봄이 필요하지만 65세 이상이 됐다는 이유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은 광주에서 현재까지 9명으로 조사됐다.

광주시는 이들의 사정을 고려해 65세가 되더라도 장애인 돌봄 서비스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자체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3월 보건복지부에 65세가 된 장애인에게 장애인 돌봄 제도와 노인장기요양보험 중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만 65세 연령 제한'을 폐지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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