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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택배기사 잇단 과로사…특단대책 강구해야

송고시간2020-10-19 14:50

(서울=연합뉴스)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 종사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2일 한진택배 기사로 근무했던 김 모(36)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별다른 지병이 없던 김씨는 장시간 근로로 힘들다고 주변에 호소했다. 숨지기 나흘 전인 8일 새벽 동료에게 "집에 가면 5시인데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또 물건정리를 해야 한다. 너무 힘들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현 단계에서 김씨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씨가 다른 택배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노동에 내몰렸다는 점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김씨는 추석 연휴 전주에 하루 택배 물건 200~300개를 배송했으며 이는 다른 기사들과 비교할 때 많지 않은 양이었다고 한진택배 측은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책위는 한진택배의 배송 구역이 더 넓어 물량이 적더라도 실제 작업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김씨의 죽음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올해 들어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택배 종사자들의 사망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경북 칠곡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해온 20대 일용직 노동자가, 8일에는 서울에서 배송 업무를 하던 CJ대한통운의 40대 택배 기사가 숨지는 등 올해 들어 숨진 택배 종사자만도 10여명에 이른다. 택배 종사자들의 잇따른 사망을 계기로 이들의 열악한 노동 실태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택배 기사의 경우 구역당 계약을 맺기 때문에 자신의 담당 구역에 배정된 물량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정된 날짜에 처리해야만 한다. 보통 새벽부터 시작해도 점심시간 전후에나 끝나는 택배 물량 분류 작업도 노동시간 연장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택배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이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를 받는 데 어려움이 많다. 현행 법규는 택배 기사와 같은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에게 제한적으로나마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보호 조항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일이 적지 않다. 산업재해보험 적용이 대표적인 경우다. 특고 종사자인 택배 기사는 입사 14일 이내에 입직 신고를 해야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이런저런 이유로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신고가 됐더라도 노동자 쪽에서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 보험료 부담을 회피하려는 업체들이 이를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노동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숨진 CJ대한통운 택배 기사도 산재보험 제외 신청을 했으나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소속 대리점이 신청서를 대필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산재보험을 비롯한 특고 종사자 관련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정부 역시 주요 택배사들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조치 긴급 점검에 나서는 등 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당장 드러난 문제점을 시정하고 위반 업체들을 단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회와 정부는 택배 종사자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자로서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들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기업들에 실무적인 어려움은 있겠지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제안한 '택배기사 직고용'과 '주 5일 근무'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방안으로 보인다.

또한 이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 1분이라도 더 빨리, 그리고 더 싼값에 물건을 배송하려는 업체들의 무한경쟁이라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택배 노동자들에게 적정한 운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지엽적인 대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익을 위해서는 노동 조건의 악화도 불사하는 기업들의 탐욕도 억제돼야 하지만, 소비자들 역시 우리 공동체의 일원인 택배 종사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하다면 다소의 불편과 추가 비용 부담을 감수할 수 있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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