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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코리아텐더 떠올리게 하는 전자랜드의 '루스벨트 게임'

송고시간2020-10-19 08:32

인생을 걸고 뛰는 전자랜드, 코리아텐더처럼 '해피엔딩' 꿈꾼다

18일 KCC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기뻐하는 전자랜드 선수들.
18일 KCC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기뻐하는 전자랜드 선수들.

[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해체 위기에 몰린 스포츠팀이 불굴의 투혼을 발휘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내용의 스포츠 영화, 드라마 또는 소설 등은 사실 찾아보면 많이 있을 터다.

그만큼 진부할 수도 있지만 스포츠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승리에 대한 열정과 집념, 위기에 내몰린 팀 내에서 불거지는 갈등과 치유 과정 등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좋은 소재다.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드라마 '루스벨트 게임'도 그중 하나다.

모기업 아오시마 제작소가 경영 위기에 빠지면서 해체 위기에 몰린 사회인 야구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 등에서 선수로 뛰고 소프트뱅크 사령탑을 역임한 구도 기미야스 감독의 아들 구도 아스카가 주연을 맡았다.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패하면 곧바로 해체'라는 통보를 받은 아오시마 제작소 야구팀은 공교롭게도 악의적인 방법으로 모기업을 인수·합병하려는 이츠와 전기와 갈등 구도를 이룬다.

이츠와 전기는 아오시마 제작소의 주전 선수들을 빼가려는 시도 등을 통해 아오시마 제작소를 벼랑 끝으로 내몰지만 두 팀은 결국 패자부활전 준결승에서 만나 정면 대결을 벌인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2021시즌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도 이 드라마의 아오시마 제작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다.

전자랜드는 지난 8월 이번 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을 접기로 했다.

당시 전자랜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져 홍보보다 경영 쪽에 더 집중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KBL도 인수 기업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최악의 경우 10개 구단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다.

전자랜드는 이런 위기에 팀 전력도 약해졌다. 강상재가 입대했고, 김지완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전주 KCC로 이적했다.

승리 후 기뻐하는 전자랜드 선수들.
승리 후 기뻐하는 전자랜드 선수들.

[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들 약체로 평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자랜드는 개막 4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선두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팀이 없어지는 '시한부 인생'이지만 팀의 시즌 슬로건 'All of my Life'(내 인생의 모든 것)에 걸맞게 매 경기 선수들이 '인생 경기'를 펼쳐 보인다.

원래 악착같은 근성이 강점이던 팀이 이번 시즌 더 끈끈해졌다는 평이 줄을 잇는다.

서울 삼성을 6강 플레이오프에서 물리친 여수 코리아텐더 선수단
서울 삼성을 6강 플레이오프에서 물리친 여수 코리아텐더 선수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래된 프로농구 팬이라면 2002-2003시즌 여수 코리아텐더의 돌풍을 떠올릴 만하다.

당시 이상윤 감독대행 체제였던 코리아텐더 역시 '없는 살림'에 '헝그리 투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팀이다.

시즌 개막을 불과 이틀 앞두고 팀의 주전 가드 전형수를 울산 현대모비스에 내주고 김정인과 현금 2억 5천만원을 받아 그 돈으로 구단 살림에 보태야 했을 정도였다.

안 그래도 '약체'로 예상됐던 팀이 재정난에 '기둥뿌리'로 불린 전형수까지 팔아넘겨 '시즌이나 완주하겠느냐'는 우려마저 나왔지만 당시 코리아텐더는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치고,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부자 구단' 서울 삼성을 2-0으로 일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전자랜드 정영삼은 18일 인천 홈 경기에서 KCC를 꺾은 뒤 인터뷰에서 "저야 농구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후배들은 사실 겪지 않아도 될 상황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이 이겨서 우리 가치를 좋게 가져가고 싶다. 후배 선수들은 일이 좋은 쪽으로 풀려 앞으로 마음 편하게, 행복하게 농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2002-2003시즌 4강 돌풍을 일으켰던 코리아텐더는 결국 2003년 11월 KTF에 인수돼 지금의 부산 kt로 이어졌다.

'루스벨트 게임'의 아오시마 제작소 사회인 야구팀도 결국에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2003년 11월 코리아텐더의 고별전 모습. 상대는 전자랜드.
2003년 11월 코리아텐더의 고별전 모습. 상대는 전자랜드.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교롭게도 2003년 코리아텐더의 마지막 경기 상대가 바로 전자랜드였다.

2003년 11월 경기도 부천에서 열린 전자랜드와 코리아텐더의 경기에서 코리아텐더는 1점을 뒤진 종료 1초 전에 현주엽 전 LG 감독이 자유투 2개를 얻었지만 2개를 다 못 넣어 결국 71-72로 고별전에서 패했다.

다행히 그때 코리아텐더는 KTF로 인수가 확정된 상황이어서 그렇게 슬픈 패배는 아니었다.

17년 전 코리아텐더의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를 안겼던 전자랜드는 이번 시즌 어떤 고별전을 치르게 될지 시즌 초반 맹렬한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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