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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도전적이고 아름다운 송창식의 세계…되살려내고 싶었죠"

송고시간2020-10-18 12:37

송창식 명곡 재즈로 재해석 '송창식 송북' 발매…한국적 재즈 탐색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JNH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우리는 /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 찾을 수 있는…"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가 대지 위에 고즈넉하게 부는 바람처럼 깊은 목소리로 1절을 풀어낸다. 1983년 발표된 송창식의 연가 '우리는'이다.

2절을 넘겨받은 것은 원곡자 송창식. 송창식의 목소리는 세월을 버텨낸 견고한 울림으로 땅을 진동시키며 말로와 세대도, 장르도 넘어선 앙상블을 빚어낸다.

두 선후배가 함께 부른 '우리는'은 지난 15일 발매된 말로의 새 앨범 '송창식 송북'에 실려 있다. 우리 가요사의 큰 산봉우리인 송창식을 재즈의 지평으로 탐색하는 시도다. 국내 첫 송창식 헌정 앨범이기도 하다.

최근 노들섬에서 만난 말로는 "재즈 보컬들은 고전으로 분류되는 음악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많이 해 왔다"며 "1970∼80년대에 걸친 송창식 선생님의 음악은 불릴 가치가 있는 노래고,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노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스펙트럼이 넓은 것이 굉장히 도전적이고 그만큼 아름다워요. 파고 들어가고 싶은 세계가 있었고요. 그래서 감히 선택을 한 거죠."

◇22곡 재즈로 재해석…송창식이라는 산을 탐사하다

말로로서도 '송창식 송북'은 창작 앨범이었던 6집 '겨울, 그리고 봄'(2014) 이후 만 6년 만의 정규작이다.

소속사 JNH뮤직 이주엽 대표가 송창식 악보집을 구해 건넨 뒤부터 "일사천리로 진척이 됐다". 송창식도 흔쾌히 작업을 수락했다.

그렇게 시작한 작업은 무려 22곡이 수록된 더블 앨범으로 열매를 맺었다. 곡 선정과 편곡, 녹음 등에 꼬박 1년이 걸렸다. 그만큼 송창식 음악세계가 방대했다.

말로는 "원곡의 틀을 유지하면서 음악적 컬러를 더하는 작업이 굉장히 어려웠다"며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니면 맛이 나지 않는 곡이 많았는데 그것을 제 목소리에 맞게 만들어 낸다는 것이 과제였다"고 전했다.

말로 '송창식 송북' 재킷
말로 '송창식 송북' 재킷

[JNH뮤직 제공]

앨범을 들어보면 말로가 구사하는 재즈의 유연함, 그리고 송창식 명곡들에 면면히 흐르는 독창성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1CD 문을 여는 첫 트랙 '가나다라'는 원곡의 토속적 해학을 7박자 곡으로 풀어냈다. 동백이 붉게 피고 지는 '선운사'는 잔잔한 보사노바로 재탄생했다. 말로가 선운사에 대해 마음속에 갖고 있던 이미지가 투영됐다. 편곡의 시작이었던 '왜 불러'는 플라멩코와 탱고 색깔을 입혔다.

'우리는'은 송창식 목소리가 피처링으로 음원에 담겨 더욱 귀한 트랙이 됐다. 그는 1986년 발표한 '86 송창식' 앨범 이후 신곡을 낸 적이 없다. 녹음실에서 그의 목소리가 처음 울리자 탄성이 나왔다고.

이주엽 대표는 "처음에는 선생님의 현재적 목소리가 상징적으로 몇 마디라도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흔쾌히 수락하셔서 2절 전체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러 번 찾아가면서 계속 이야기도 나눠 주시고 해서 좀 더 음악적인 동료 같은 느낌이 생겼는데 녹음실에 오셔서 첫 일성을 떼시는 순간은 또 새로운 경험이더군요. '아, 역시 송창식'이라는 느낌을 다시 한번 받았죠."(말로)

◇"한국사람이 잘 아는 노래를 한국어로…한국적 재즈"

말로는 '재즈의 한국화'를 음악적 화두로 삼고 한국 대중음악의 대표적 유산을 재즈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이른바 'K-스탠더드' 시리즈다.

2010년 전통 가요를 재즈로 새롭게 해석한 '동백 아가씨' 앨범을 선보여 크게 주목받았고, 2012년에는 '말로 싱즈 배호'를 통해 1960∼70년대를 풍미한 '불멸의 가수' 배호의 노래를 다시 불렀다. '송창식 송북'이 세 번째 작업이다.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JNH뮤직 제공]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주엽 대표가 가사를 쓴 3집 '벚꽃지다'부터 한국어로 노래하는 재즈의 가능성을 탐색해왔다.

말로는 "한국 사람이 잘 아는 노래들을 한국어 그대로 살려서 재즈 뮤지션이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사실 한국적 재즈"라는 것을 이 작업을 통해 조금은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국내 뮤지션이 재즈를 한다고 하면 항상 미국 등에 지향을 두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음악적 기준이나 평판에 합류하려는 생각이 있잖아요. 특히 보컬재즈는 목소리가 굉장히 친근한 악기인데도 극대화된 스킬과 테크닉을 구사하느라 뜻을 전달하는 데 소홀하게 돼 버리는 거예요. 그런 메리트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장르가 한국의 보컬재즈라면, 정면으로 '그냥 한국말로 하자'고 말하는 것이죠."

말로는 8월 별세한 1세대 재즈 보컬리스트 박성연이 아끼는 후배이기도 했다.

고인이 만들고 평생 운영한 국내 첫 토종 재즈클럽 '야누스'를 이어받아 '디바 야누스'라는 이름으로 꾸려가고 있다. 고인을 기리기 위해 그가 제안한 추모 연주 릴레이에는 많은 국내 재즈 뮤지션이 온라인으로 연주 영상을 올리며 동참했다.

말로는 "선생님이 지켜오신 야누스는 뮤지션들이 어떤 구애를 받지 않고 진짜 음악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고 기억했다.

"1년에 한 번 선생님이 '야누스 생일'이라고 부르시는 오픈 기념일에는 뮤지션을 수십 명씩 불러서 그랜드 잼을 하는 전통이 있었어요. 일하느라 바빠도 그날은 모여서 1세대 선생님들 사이에 끼어 연주하고 교류도 하고… 재즈 뮤지션들의 잔칫날 같은 거죠. 그런 장이 계속돼온 기억이 야누스를 기억하는 사람들한테는 있어요."

그는 "고집스러움이 선생님이 이뤄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며 "뮤지션에 대한 존중을 끝까지 고집하신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디바 야누스 무대에 정기적으로 서고 있는 그는 "디바 야누스가 시작하는 뮤지션조차 오직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실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마음껏 음악을 할 수 있는 무대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JNH뮤직 제공]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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