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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근의 병영톡톡] 주한미군·전작권…'동맹의 새 변수' 되나

송고시간2020-10-17 08:00

'미군 유지' SCM 공동성명서 빠져…"전작권, 군사 지도자들이 풀기 어려워"

손잡은 한미 국방장관
손잡은 한미 국방장관

(서울=연합뉴스)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국방부 청사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했다.
사진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자신의 SNS에 게시한 서욱 국방장관과 기념촬영 하는 모습. 2020.10.15
[에스퍼 장관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한국과 미국 국방부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개최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20개항)은 최근 몇 년간의 성명과 비교하면 문구 표현이나 전개 순서가 완전히 바뀌었다.

양국 군사 당국의 감정과 입장이 직설적으로 드러나 있다는 관전평까지 나온다.

이번 공동성명은 주한미군 유지와 관련한 문구가 빠졌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작업이 더디게 진행될 것임을 보여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주한미군과 전작권 문제가 향후 '동맹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군 일각에서 제기된다.

◇ '주한미군 현수준 유지' 삭제…미군 주둔 재검토 '글로벌 리뷰' 적용하나

올해 SCM 공동성명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주한미군 병력의 현 수준을 유지'라는 문구가 빠진 것이다. 2008년 제40차 SCM 공동성명에 이 문구가 처음으로 명시된 지 12년 만이다.

미국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들은 공동성명 초안 검토 과정에서 해당 문구를 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방부와 합참도 초안 검토 단계에서 이런 낌새를 알아채고 최대한 '방어'를 시도했으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미국 측이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를 뺀 것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그보다 '글로벌 리뷰' 결과를 본격적으로 적용할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국외 주둔 미군 규모를 비롯해 주둔국과 비용분담 문제 등에 관한 새로운 원칙을 정하고자 2018년 말부터 '글로벌 리뷰'를 진행해왔다.

한미연합훈련(PG)
한미연합훈련(PG)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미국이 최근 독일과 이라크 주둔 미군 감축 계획을 발표한 것은 글로벌 리뷰가 끝났고, 그 결과에 따른 것임을 보여준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7월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중 약 6천400명을 본국에 귀환시키고 약 5천600명을 유럽의 다른 국가로 이동 시켜 독일에 2만4천명을 남기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라크를 방문한 프랭크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지난달 이라크 주둔 미군을 5천200명에서 3천명으로 줄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한미 군사 현안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17일 "미측은 이번 SCM 전부터 미국의 전략상 주한미군 유지와 관련한 문구를 공동성명에 넣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은 2006년 한미 외교 당국 간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 이후 주한미군과 관련한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1월 당시 반기문 외교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양국간 첫 고위전략대화를 갖고 한국은 세계 군사전략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되, 미국은 "주한미군의 세계 분쟁 동원 과정에서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키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주한미군 규모를 2만8천500명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순환배치 전력이 들어오고 나가고 할 때는 그 규모가 들쭉날쭉하다.

군사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운용에 관해 미국 정부의 입장이 일관하므로 '주한미군 숫자'에 집착하기보다는 한반도를 방위하는 주한미군의 '전투준비태세'를 한층 강화하는 쪽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전문가는 "준비태세가 숫자보다 중요하다"면서 "준비태세를 강화할수록 미군 전력 사용에 융통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 전작권 전환 '산 넘어 산'…미 "조건 합의 기본계획 충실 이행해야"

이번 공동성명 11항은 "양 장관은 전작권이 미래연합사로 전환되기 전에 상호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적시했다. 이는 미국의 요구에 따른 문구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와 합참은 이번 군사위원회(MCM)와 SCM에서 "전작권 전환은 (3가지) 조건을 합의한 기본계획에 충실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권은 한국군 핵심 군사능력 확보(조건 1),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조건 2),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충족(조건 3) 등 세 가지 조건 평가 후 전환된다. 전환 시기는 3가지 조건 평가와 양국 국방부 장관의 건의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결정한다.

한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PG)
한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한국은 세 가지 조건에 대한 평가 및 검증방식이 포괄적이고 모호해 이를 명확하게 재정립하자는 의견을 미측에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미측은 양국 정부 간에 합의한 기본계획을 군사 당국이 뒤집을 수는 없다면서 기본계획의 조건들이 충실이 이행되고 그것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번 SCM에서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한 전문가는 "전작권 전환은 양국 정부 차원에서 두번이나 시기를 연기했다"면서 "양국 정부 차원의 합의 사항을 군사 지도자들이 풀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결국 전작권의 전환 시기 결정은 능력과 상황의 문제라기보다 의지와 판단의 문제"라면서 "한국전쟁 이후 점진적으로 진전되어 온 작전통제권 환수를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25전쟁 당시 중국인민지원군(중공군)과 북한인민군 간에도 1950년 12월 중조연합사가 창설되어 중국인민지원군 총사령관인 팽더화이가 지휘권을 행사했으나 전쟁 후 북한에 환원했다"고 말했다.

국내 예비역 및 보수 단체들은 조건 구비를 통한 전작권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재향군인회는 SCM과 관련한 성명서를 통해 "전직 연합사령관 등 미국 고위 장성들도 한국군 발전에도 아직은 전작권 전환의 적기가 아니며 조건에 의한 추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시기가 아닌 '조건'에 맞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작권은 1950년 6·25전쟁 발발 이후 7월 14일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이양하면서 그 긴 역사가 시작됐다.

한 주권 국가를 다른 나라가 공격해 전쟁이 발발했는데도 해당 국가가 작전통제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구조가 존속하고 있다.

김정섭 수석연구위원은 "전작권 전환이 행정부에 따라 큰 변화를 보여왔고 아직도 논쟁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주권'과 '안보'라는 양보할 수 없는 두 가지 핵심 가치를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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