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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앨범 준비하는 한대수 "내 반세기는 고통이었지만…"

송고시간2020-10-16 11:06

녹음차 최근 귀국…"탐욕이 팬더믹 빚어, 고통 받아들이고 고쳐야"

마지막 앨범 준비하는 한대수
마지막 앨범 준비하는 한대수

[원춘호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이은정 기자 = 한대수(72)가 사는 뉴욕은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최대 진원지였다. 문화의 첨단이 꽃피던 도시에 감염병이 창궐하며 시신 보관 시설까지 부족한 지경이 됐다.

그 속에서 한대수는 곡을 썼다. 제목은 '페인 페인 페인'(pain pain pain). 곡이 시작하자마자 특유의 끓어오르는 탁성으로 아홉 번 고통(pain)을 외친다.

포크록 거장의 단말마 외침 속에 세상이 겪는 고통이 날것으로 펄떡이는 것만 같다. 그의 마지막 앨범 타이틀곡이 될 노래다.

앨범 녹음을 위해 지난달 서울로 날아온 한대수를 최근 송파구에서 만났을 때 그는 "72세 할아버지가 코로나바이러스 뚫고 왔다고 스튜어디스가 깜짝 놀라더라"며 "크하하∼" 웃었다.

1968년 미국에서 귀국해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 무대를 밟은 지 벌써 반세기. "뮤지션은 남는 게 앨범뿐"이라고 말해 온 그다. 마지막 앨범이라고 결심한 이유는 뭘까.

마지막 앨범 준비하는 한대수
마지막 앨범 준비하는 한대수

[원춘호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물리적, 육체적으로 안 되니 마지막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작년에 미국에서 폐에 문제가 생겨 응급실에 두 번 갔어요. 목 상태도 예전 같지 않고. (호탕하게 웃으며) 그런데 인생이 괴로워서 신곡이 또 나오더라고요. 지금 아니면 녹음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환갑에 시작된 아빠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는 딸 양호(13)가 서울과 뉴욕에서 자라며 빨리 성숙해 "10대의 반항이 시작된 것 같다"며 "내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한대수가 녹음실에 들어간 건 2016년 14집 '크렘 드 라 크렘'(CREME DE LA CREME) 이후 4년 만이다. 그는 "나 자신도 상상치 못하게 노래가 잘 나온다. 100% 만족은 없지만, 마지막 앨범치고 양호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곡은 5곡 실린다. 미국에서 들고 온 '페인 페인 페인'과 '머니 허니'(money honey), 서울 도착 후 자가격리를 하며 쓴 재즈풍 발라드 '멕시칸 와이프'(mexican wife) 등이다.

블루스 록 '페인 페인 페인'은 "팬더믹을 낳은 우리의 탐욕과 이기적인 행동으로 빚어진 고통과 슬픔을 이야기하는 곡"이다. 앨범의 메인 테마도 '희생 없이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것.

뉴욕의 한대수
뉴욕의 한대수

[정영헌 뉴욕시립대학교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대수는 2004년 한국에 정착해 12년간 신촌에서 살다가 딸에게 자유로운 교육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2016년 다시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방문할 땐 즐겁지만 사는 건 고통, 지옥"인 뉴욕에서 겪은 코로나19 봉쇄는 유난히 혹독했다.

그는 "아침 일곱 시에 나오니 슈퍼마켓은 줄을 한 시간 반씩 서더라"며 "교회와 구세군 등에서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했다.

"제가 그렇게 사랑하고, 문화를 흡수하고, 존경하고 좋아하던 뉴욕 시티가 그렇게 (코로나19로) 망가지니까. 사람들이 다 고통을 받았어요. 미국의 유명 팝스타들이 모두 '희망을 가지자, 우리는 이겨낸다'고 해요. 저도 같은 음악가지만 그저 희망을 가지고 극복 하자기엔 힘든 상황처럼 보였어요. 양호 같은 어린 세대들에게 미안해요. 고통을 고통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앞으로 고치자는 의미에서 만든 곡이죠."

프로듀서 이우창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음악인을 비롯한 예술가가 모두 힘든데, (한대수가) 모두를 위로할 곡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기타리스트 한상원, 베이시스트 모그, 재즈 드러머 최요셉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뉴욕의 한대수
뉴욕의 한대수

[정영헌 뉴욕시립대학교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다른 신곡 '푸른 하늘'은 무려 49년 전인 1971년 썼던 곡을 다시 꺼내 들었다. 한대수는 "아깝더라. 녹음할 기회가 없었다"며 "마지막 앨범에 넣고 싶었다"고 전했다.

동요 같은 멜로디에 가사도 예쁜 시 같다. '사랑, 사랑은 위대해 / 창밖에 고요히 내린 하얀 눈∼'

"군대 가기 직전에 쓴 곡이에요. 1971년 해군에 입대해 구축함에서 복무했는데 그때 애인이 제 만류에도 3년을 기다렸죠. 사랑은 위대하단 생각이 들었죠."

이 곡에서 한대수와 함께 기타를 연주한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타 슈지는 한대수가 18세 때 쓴 1집 수록곡 '바람과 나'(1974)도 기타 솔로로 풀어냈다. 2014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한대수 트리뷰트 공연 '히피의 밤'과 2015년 LG아트센터에서 열린 한대수 40주년 앨범 기념공연 등으로 인연을 이어왔다.

한대수와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타 슈지가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
한대수와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타 슈지가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

[하타 슈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바람과 나'는 한대수가 미국에서 실종됐다가 17살에 재회한 아버지, 아버지의 이탈리아인 부인과 함께 뉴욕 롱아일랜드에 살던 시절 쓴 곡. 소년 한대수의 외로움이 스며 있다.

"영국 시인 퍼시 비시 셸리의 시 '서풍에 부치는 노래'를 읽고서 영감을 받았죠. 어떻게 인간이 바람에 대한 시를 쓸 수 있나. 한국을 생각하고 나를 떠올리니 허무한 인생 같았어요. 난 뭔가 안착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지금도 아니죠. 남의 집에 살고 있으니. 크하하∼."

리메이크는 '바람과 나' 외에도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 '하루아침' 등 4곡이 담긴다.

유신시대 숱한 젊은이들의 목마름과 공명했던 1집 수록곡 '물 좀 주소'는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다시 부른다. 이현도와 밴드 블랙홀이 '물 좀 주소'를 부른 적이 있지만 여성 뮤지션이 리메이크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대수는 "이번에 참여하는 음악인들, 밴드 멤버, 프로듀서 같은 훌륭한 이들을 뉴욕에서도 찾기 어렵다"며 "앨범 발매는 11월 중순쯤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히피 문화의 선구자' '한국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로 불리는 한대수의 등장은 1960∼7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 일대 파격을 선사하며 지워지지 않을 획을 그었다. 이후 흘러온 음악 인생 반세기는 한대수 자신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스스로를 '고시원 로커', '로큰롤 할배'라고 칭하는 그는 "내 반세기는 고통 고통 고통이었다"며 또 "크하하" 웃었다. "남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서, 나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서 끝없는 노력을 하는데 90%가 실패하죠. 그러니 고통 고통 고통이죠."

마지막 앨범 준비하는 한대수
마지막 앨범 준비하는 한대수

[원춘호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가로도 활동해온 그는 "1950∼60년대 한국, 1960∼70년대 뉴욕에서 찍은 200만장의 네거티브 필름을 갖고 있다"며 "음악 작업은 마지막 앨범으로 끝내고 뉴욕에 돌아가면 그간 찍어둔 사진 작업을 천천히 하려 한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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