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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에 왜곡된 난민 신속심사…'돈 벌러왔다' 낙인 쾅

송고시간2020-10-15 10:07

인권위 "법무부, 난민 신속심사 제도 책임 있어…재발 방지책 마련" 권고

국가인권위원회 간판
국가인권위원회 간판

[촬영 정유진]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난민심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된 난민 신속심사 제도가 난민 신청자들의 사유를 금전적인 이유로 왜곡함으로써 이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난민 신속심사 제도와 집행과정에 법무부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난민인정 심사의 공정성 방안을 마련하도록 법무부에 권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집중심사나 일반심사 등은 심사 기간이 1∼6개월 이상이 걸리는 데 반해 신속심사는 7일 이내로 짧다. 제도 도입 당시 난민신청자는 1천917명이었고 이 중 80%가 거점 사무소 한 곳에 몰렸지만 처리 인력은 난민전담공무원 9명에 불과했다.

법무부는 2015년 9월 전체 신청 중 신속심사 처리 비율을 10%포인트 상향해 40% 수준을 유지하면서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난민심사전담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는 내용의 '난민심사 적체 해소방안'을 마련해 시행했다.

그러나 실제로 신속심사 처리 비율은 절반을 훌쩍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무소의 신청 건수 5천10건 중 68.6%(3천436건)가 신속심사로 처리했고, 특히 이집트 국적자의 난민신청은 838건 중 94.4%(791건)가 신속심사로 분류돼 처리됐다.

신속심사 담당 공무원에게는 월 40∼44건이 처리목표로 할당했으며 처리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경위서를 내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난민 신청자들은 면접 과정에서 박해 사실을 충분히 말할 여유가 없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일부 난민 신청자들의 난민면접 조서에 '돈 벌러 왔다'라는 틀에 박힌 문구가 공통으로 기재됐다고 인지했고, 조사 결과 사실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난민전담공무원이 '경제적 이유로 난민 신청을 남용한다'는 예단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심사하지 못했다"면서 법무부의 책임이 크다고 봤다.

인권위는 법무부가 난민 신청자들이 난민 제도를 남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신속심사 정책을 수립한 점, 중동 아랍권 난민신청자 대다수에 대해 신속심사를 한 점, 공무원에게 면접 처리 목표를 설정하고 미달 시 경위서를 제출하도록 한 점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의 신속심사 남용으로 피해자들의 행복추구권과 적법절차를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며 ▲ 난민전담공무원에 대한 실질적 관리·감독 방안 마련 ▲ 난민심사 인력에 대한 훈련과정과 평가제도 마련 등을 권고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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