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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화가' 변시지의 바람 같은 삶과 그림

송고시간2020-10-14 18:20

가나아트센터 회고전 '변시지, 시대의 빛과 바람'

변시지 '폭풍의 바다', 1989, Oil on canvas, 91x117cm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변시지 '폭풍의 바다', 1989, Oil on canvas, 91x117cm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변시지(1926~2013)는 대지를 삼킬듯한 바람이 부는 고향 제주를 황톳빛으로 그려 '폭풍의 화가'로 불린다. 바람을 소재로 한 그림을 특히 많이 그렸던 그의 삶도 바람을 닮았다.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난 변시지는 여섯 살에 가족과 일본으로 건너갔다. 소학교 2학년이었던 1933년 교내 씨름대회에서 상급생과 겨루다 다리를 심하게 다쳤고, 이후 평생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다.

마음대로 뛰어놀지 못하게 된 소년은 그림에 빠졌다. 오사카미술학교에 진학해 그림을 공부한 변시지는 당대 일본 화단의 거장이었던 데라우치 만지로 도쿄대 교수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후기 인상파 표현주의 기법을 익혔다.

한국 출신임에도 1948년 일본 최고 권위 미술전 '광풍회전'에서 23세 젊은 나이에 최고상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 수상이며, 일본인을 포함해도 최연소 수상이었다. 이듬해에는 심사위원까지 맡았다. 20대 초반 한국인 작가가 일본 화단을 뒤흔든 셈이다.

1957년 서울대 교수로 초빙돼 귀국한 작가는 한국 고유의 독특한 화풍을 찾겠다는 집념으로 창덕궁 비원 등을 소재로 작업했고, 1975년 제주로 귀향해서는 기존 화풍을 모두 버리고 구도자처럼 그림에 몰두하며 그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완성했다.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6일 개막하는 '변시지, 시대의 빛과 바람' 전은 작가가 50세 되던 1975년부터 제주에서 38년간 그린 회화 40여점을 선보인다.

제주 시기 작품인 만큼 전시장은 황톳빛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그 안에 소년과 지팡이를 짚은 사람, 조랑말, 까마귀와 해, 돛단배, 초가, 소나무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초가와 나무를 날려버릴 듯 거센 바람이 부는 풍경은 마치 누런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강렬하다. 작품에는 주로 한 사람과 말 한 마리가 보인다. 지팡이를 짚은 구부정한 사람과 말은 폭풍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 애쓰는듯하다.

바람은 삼다도 제주의 바람이면서 시대의 풍파를 의미한다.

작가는 바람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 생전 "바람 부는 제주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라며 "고독, 인내, 불안, 한, 그리고 기다림 등이 내가 자주 다루는 소재"라고 설명했다.

또한 "내 작품에서의 폭풍은 독재정권 하의 시달림에 대한 마음속 저항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라며 "작품은 그 작가가 살던 시대의 마음, 심상의 표현"이라고도 했다.

작가의 아들인 변정훈 아트시지재단 대표는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람은 단순하게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마음의 바람일 것"이라며 "척박한 시대 속에서 살아가려는 모습을 미적으로 승화시킨 소재가 바람"이라고 말했다.

평론을 쓴 송정희 공간누보 대표는 "민족예술에 대한 고민을 안고 일본에서 돌아온 변시지 작가는 동서양의 기법과 정신을 융합해 자연과 시대, 인간에 대한 성찰을 작품에 담았다"라면서 "그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조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15일까지.

변시지. '소식', 1986, Oil on canvas,112x145cm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변시지. '소식', 1986, Oil on canvas,112x145cm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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