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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상생·소비자편익 전제돼야

송고시간2020-10-12 17:06

(서울=연합뉴스) 국내 최대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가 중고자동차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히면서 기존 사업자인 영세 중고차업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고차 시장의 신뢰와 투명성 문제를 들어 공신력 있는 완성차 업체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 사실상 중고차 진출을 공식화했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출이 제한됐으나 작년 초 지정 시한이 만료됐다. 이에 따라 기존 업체들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으나 동반성장위원회가 부적합 의견을 내면서 중소기업벤처부의 최종 판단만 남아 있다. 시장 규모가 20조원에 달하는 중고차 시장은 그 규모에 비해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으로 불투명하고 낙후된 시장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이 절실하지만, 기존 사업자와 종사자들의 생존이 걸려 정부가 정책 결정에 뜸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는 만큼 정책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취합해 합리적 결론을 내길 바란다.

지난 7년간 중고차 시장에 대한 정부의 보호막이 펼쳐진 사이 소비자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관련 불만은 2018년 이후 2만건이 훌쩍 넘었다. 허위, 바가지 매물이 넘쳐난다. 침수 차를 멀쩡한 차로 둔갑 시켜 판매하는가 하면 소비자가 감금, 협박당하는 사례까지 나왔다고 한다. 작년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서 응답자의 76%는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평가했다. 품질과 가격 평가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는 시스템이 부재한 탓이다. 이러다 보니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중고차 시장의 신뢰성과 연관 산업 경쟁력이 크게 뒤지는 게 현실이다. 선진국의 경우 우리와 달리 완성차 업체에서도 믿을 수 있는 인증시스템을 기반으로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매출이 수조 원에 이르는 수입차 업체는 국내에서 중고차 사업이 가능한 반면 국내 완성차 업체나 대기업 진출은 막혀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소비자 후생이나 산업 경쟁력 측면만 보면 국내 중고차 시장을 확 바꿔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생계 문제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는 6천여개 업체가 난립해 있고 종사자만 5만5천명에 달한다. 관련 업계는 완성차 대기업이 진출할 경우 종사자 가족을 포함해 30만명의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도 이런 점을 감안해 작년 11월 중고차판매업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면서도 소상공인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이 사업 확장을 자율적으로 자제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전제조건으로 '이익이 아닌 상생'을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서 이익을 내지 말라는 것은 극단적이지만 현대차로서도 기존 영세 사업자들과의 상생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사업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경우 중고차의 가격이 올라 소비자에게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와 기존 중고차 업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대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사이좋게 공생하면서도 시장의 투명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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