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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도 못 꺾은 열정…"보치아는 내 삶의 원동력"

송고시간2020-10-10 09:30

보치아 국가대표 원석법씨…도쿄패럴림픽 향해 구슬땀

훈련하는 원석법 선수
훈련하는 원석법 선수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이달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우진학교 체육관에서 보치아 국가대표 원석법(20) 선수가 투구 훈련을 하고 있다. 보치아는 바닥에 놓인 흰색 표적구를 향해 공을 던지거나 굴려 점수를 얻는 패럴림픽 종목이다. 2020.10.10 sh@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근육병이 있는 분들이 저를 보면서 힘과 용기를 얻으면 좋겠어요. 당차고 씩씩하게, 근육병이 완치되는 그날까지 제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국립 특수학교인 한국우진학교 체육관에서 패럴림픽 종목 보치아 국가대표인 원석법(20·우진학교 전공과 2학년)씨가 휠체어에 앉아 땀에 젖은 채 투구 연습에 몰두했다.

원씨가 던진 푸른 공은 약 5m를 날아가 바닥의 흰색 표적구 곁에 안착했다. 원씨는 가죽으로 된 275g짜리 묵직한 공을 들고 연거푸 팔을 앞뒤로 흔들면서도 지친 기색 없이 1시간가량 연습을 이어갔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과 운동성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특수 구기종목으로 컬링과 비슷하다. 공을 표적구에 더 가까이 보낸 선수가 점수를 얻는 방식이다.

원씨가 보치아를 처음 만난 것은 7년 전 중학교 입학 직후다. 그는 5세 무렵부터 근력이 점점 약해지는 희귀난치성 질병인 근이영양증을 앓아 초등학교 4학년부터 휠체어를 탔고, 우진학교 중학교 과정에 진학했다.

인터뷰하는 원석법 선수
인터뷰하는 원석법 선수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보치아 국가대표 원석법(20) 선수가 이달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우진학교 체육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보치아 공을 들고 있다. 2020.10.10 sh@yna.co.kr

"뭘 해야 할지도 몰랐고 꿈도 따로 없었다"는 중학교 1학년 원씨에게 김상호 체육교사가 보치아 공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운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주저했지만 "그냥 체육관 와서 놀다 가라"는 김 교사 말대로 하다 보니 어느새 매일 공을 던지게 됐다.

원씨 자신도 몰랐던 재능이 우연한 기회에 발견된 것이다. 실제로 원씨는 딱 한달간 연습하고 나간 장애학생 체육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국가대표급과 겨룬 대회에서는 처참히 패해 좌절도 했지만, 재능에 노력이 더해지자 성적은 쑥쑥 향상됐다.

원씨는 보치아를 시작한 지 3년 만인 2016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개인전에서 1위, 2인1조에서는 3위를 각각 차지했다.

2018년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안게임 개인전 3위를 포함해 3년간 16개 국내·국제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에는 국내 보치아 랭킹 2위에 올랐고, 올해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김상호 교사는 "석법이는 항상 한 단계씩 올라가며 최선을 다해온 선수"라며 "명확한 꿈을 품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니 앞으로도 기대가 크다"고 환하게 웃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 1위 시상식
전국장애인체육대회 1위 시상식

지난해 10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보치아 개인전에서 1위를 차지한 원석법 선수가 시상대에 오른 모습 [원석법 선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씨에게 보치아는 '삶의 원동력'이다.

그는 "보치아를 하면서 건강이 좋아졌고 성격도 밝아졌다"며 "병원에서는 제가 20살까지도 살지 못할 것이라 한 적도 있는데, 보치아를 하기 위해 살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종 대회가 미뤄지고 연습 공간이 사라졌지만, 원씨의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지난 2∼4월 국가대표 훈련이 끝난 뒤에는 체육관 등에서 훈련 모습을 촬영해 코치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비대면 훈련을 했다.

확산세가 심각해져 체육관마저 닫은 지난 8월에는 주차장이나 공원에서라도 하루 2∼3시간씩 연습을 이어갔다.

원씨의 열정을 알아본 이들의 도움으로 경제적 부담을 덜고 훈련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원씨는 서울시장애인체육회 보치아팀에 합격해 이달 5일부터 활동하고 있다.

원씨는 국내 랭킹 1위와 2021년 도쿄 패럴림픽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는 "저를 업어 키운 어머니와 아버지, 항상 감사한 선생님을 생각하며 더 뛰어난 선수로 성장해 나가겠다"면서 "나와 같은 난치병을 앓는 환자들을 위해서도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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