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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프다? 슬프다?' 알쏭달쏭 제주어…알면 제주가 보인다

송고시간2020-10-09 09:00

"한글이 우리 문화·혼 담고 있듯 제주어는 제주 역사·혼 담은 그릇"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어는 제주 방언을 일컫는 말이다.

제주어 관련 도서
제주어 관련 도서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어에 관심이 있다면 시중에 나온 또는 도서관에 비치된 제주어 관련 서적을 참고할 수 있다. 사진은 다양한 제주어 관련 서적. 2020.10.9

아래아(ㆍ)와 쌍아래아(‥) 등 지금은 거의 사라진 훈민정음 창제 당시 한글의 고유한 형태가 남아있어 '고어의 보고'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점차 사용 빈도가 줄어들면서 제주어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010년 12월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소멸 위기의 언어' 5단계 가운데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학생과 젊은 층에서 제주어를 사용하는 빈도는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574돌 한글날을 맞아 혼동을 줄 수 있는 제주어 사례와 제주어에 대한 궁금증을 알아본다.

◇ 알쏭달쏭 제주어

추석을 앞두고 제주에서 벌초하다 보면 간혹 헷갈리는 제주어가 나온다.

바로 '낫'과 '호미'다.

할아버지가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 손자에게 "저기 호미 가져오라!"라고 하면, 나이 어린아이들은 호미를 찾지 못해 난감해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낫' 밖에 보이지 않는데 '호미'를 가져오라고 하니 당황하는 것이다.

제주에서는 풀을 베는 도구인 '낫'을 '호미'라고 부르고, 김을 매거나 또는 고구마 따위를 캘 때 쓰는 도구인 '호미'를 'ㄱ+ㆍ+ㄹ겡이'(정확한 아래아 발음은 아니지만 '골갱이' 정도로 발음)라고 말한다. 독특한 제주어다.

제주어를 활용한 문양 디자인
제주어를 활용한 문양 디자인

(제주=연합뉴스) 제주시에서 개발한 제주어 활용 문양.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어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 제목인 '지슬'은 감자를 일컫는 제주어다.

대신 제주어 '감저'는 감자가 아니라 고구마다.

제주어와 표준어를 비교할 때 의미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아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베지근하다'란 제주어는 표준어로 바꿀만할 적당한 어휘가 없다.

제주도에서 발행한 제주어사전을 보면 베지근하다는 '고기 따위를 끓인 국물 같은 것이 맛이 있다'란 뜻으로 풀이돼 있다. 제주어 전문가들도 굳이 표준어로 표현한다면 '감칠맛 나다' 정도로 말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뜻이 들어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실프다'란 제주어 역시 마찬가지다.

'실프다'는 표준어 '슬프다'와 발음이 비슷해 관광객들이 혼동할 수 있다.

제주어사전에선 그 뜻을 단순히 '싫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아! 정말 실펑 죽어지켜!"라고 할 때 '실프다'에는 '싫다', '귀찮다', '짜증난다' 등 여러 가지 의미가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다.

제주학연구센터 제주어종합상담실에 문의한 결과 "'실프다'라는 제주어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는데, 표준어 '싫다'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다만 어원적으로 봤을 때 '실프다'란 말이 '싫다'에서 왔을 것이라고 보고 대응 표준어를 '싫다'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실 관계자는 "제주어사전이 개정된다면 추가적인 의미와 다른 용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내일은 한글날
내일은 한글날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제주어 Q&A

제주어가 궁금할 때 전화 한 통화로 궁금함을 해결할 수 있는 '제주어종합상담실'이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제주어 상담전용 전화 '들어 봅서'(☎1811-0515)가 개통돼 점심시간(12:00∼13:00)을 제외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제주연구원 부설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김순자)는 올 초 제주어종합상담실 개소 후 1년 동안의 상담 자료를 모아 '빌레의 표준어는 무신거우꽈'란 책을 펴냈다.

지난 1년간 전체 336건의 제주어 상담 문의가 들어왔다.

이 중 제주도민은 231건(68.8%), 도내 이주민은 28건(8.3%)이었다. 도 이외 이용자는 75건(22.3%), 거주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2건(0.6%)이었다.

상담 내용은 단순히 어휘를 묻는 말에서부터 뜻풀이, 문장, 어원, 문법 사항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집에 인?'(집에 있니?), '집에 언?'(집에 없니?)이라고 할 때 '인'과 '언'은 과연 제주어일까?

'있다'와 '없다'란 뜻으로 쓰이는 '인'과 '언'은 모두 근래 제주도 중·고등학생들이 만들어 쓴 신종 방언이다. 옛 어른들은 쓰지 않는다.

이 사례를 통해 제주어가 시대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빌레의 표준어는 무신거우꽈
빌레의 표준어는 무신거우꽈

(제주=연합뉴스)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는 올 초 제주어종합상담실 개소 후 1년 동안의 상담 자료를 모아 '빌레의 표준어는 무신거우꽈'란 책을 펴냈다. 2020.10.9 [제주학연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느 울엉 나 울엉 ㅁ+ㆍ+ㄴ 울엉'은 무슨 뜻일까.

'울엉'은 '울다'란 뜻이 있지만 이외에 '위하다'란 뜻이 또 있다. 이 문장에선 '어떤 대상을 위하여'란 의미로 쓰였다.

'ㅁ+ㆍ+ㄴ'('몬'으로 발음)은 'ㅁ+ㆍ+ㄴ딱'('몬딱'〃), 즉 모두란 뜻이다.

이 뜻을 잘 조합하면 이 문장은 '너 위해 나 위해 모두 위해'란 말이 된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적용하면, '느 울엉 나 울엉 ㅁ+ㆍ+ㄴ 울엉 마스크 쓰게마씸!'(너 위해 나 위해 모두 위해 마스크를 씁시다!)라고 할 수 있다.

제주어는 어디에서 비롯됐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책에서는 '제주어는 오랜 제주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제주어의 어원을 밝힐 때는 제주의 문화를 알아야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장은 제주어의 모든 기원을 밝혀내기는 어렵지만, 제주어의 가치와 그 중요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한글이 우리의 문화와 혼을 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주어는 제주의 역사와 혼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며 "제주어를 통해 제주 사람들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외에도 예전 중세 이전의 언어가 제주어에 많이 남아있어서 국어사와 방언사 연구에 아주 귀중한 자료다. 국내 학자만이 아니라 외국인 학자들도 제주어 연구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 휴대전화와 컴퓨터에서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아래아와 쌍아래아 표기를 올바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사에서도 아래아 표기를 못 해 '+' 기호를 사용해 'ㅁ+ㆍ+ㄴ'으로 표기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문자입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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