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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밖 출입 못 해요"…이주노동자들의 외로운 추석 풍경

송고시간2020-10-02 11:31

코로나19 거리두기로 기숙사 못 벗어나…망향의 설움 깊어져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비행기만 뜬다면 당장이라도 고국으로 달려가고 싶어요. 코로나로 인해 어머니의 임종조차 못 지킨 불효자가 됐어요"

추석 (기사내용과 무관)
추석 (기사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북 음성의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로완(45)씨에게 이번 추석은 유난히 외롭고 힘든 시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하늘길이 막혀 2주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벌써 19번째 맞는 추석이지만, 올해는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사무친다.

로완씨는 2일 연합뉴스 취재진과 통화에서 "장례는 어떻게 치렀는지, 혼자 남으신 아버지는 잘 계신지 궁금한 게 너무 많다"며 "마음 통하는 친구라도 만나 하소연하고 싶은데 코로나 탓에 공장 밖 출입을 못 해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닷새간의 추석 연휴가 이어지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 고향을 찾지 못하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고국에 못 가더라도 제2의 고향이 된 한국에서 동료와 어울려 명절을 보냈겠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이마저 불가능하다.

인근 공장에 근무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라비엔리 서다뚠(40·방글라데시)씨는 "작년 추석에는 고향 친구 집에 모여 고향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이국생활의 아쉬움을 달랬는데, 올해는 회사 측이 바깥출입을 금지했다"며 "고국의 가족 생각이 더욱 간절한 추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버지가 된 그는 "힘들고 답답한 상황이지만, 갓 난 아들을 생각하면 외로워할 틈도 없다"며 "연휴 동안 기숙사에서 사회통합프로그램 종합평가(국어 능력과 한국 문화에 대한 기본 소양을 평가하는 시험) 4단계 공부를 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을 위한 명절 행사 등도 모두 취소돼 이주 노동자들이 기댈 곳은 더 좁아졌다.

청주이주민노동인권센터 관계자는 "명절에는 이주노동자지원센터나 이주민공동체 등이 외국 가수 공연 등을 준비했지만, 올해는 모두 취소됐다. 많게는 50여명까지 모였는데 안타깝다"고 씁쓸해했다.

코로나19로 일감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밋(40·스리랑카)씨는 "코로나19로 회사 경영 사정이 안 좋아 야근 수당, 주말 수당 등이 없어졌고 월급도 100만원 가까이 줄었다"며 "추석 때 만나기로 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데, 보내줄 돈까지 줄어 더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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