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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살인면허?'…영국, 위장근무 요원에 범죄 허용 법안 추진

송고시간2020-09-24 19:04

당초 총리 비밀명령으로 권한 부여…시민단체 문제 제기에 입법화

"살인·고문·성범죄는 허용 안돼" 주장에 정부 "유럽인권협약 준수" 강조

'007 노 타임 투 다이'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화 '007시리즈'에서처럼 위장근무하는 영국 정보기관 요원이나 경찰이 범죄를 저질러도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24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는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비밀정보원법'(The Covert Human Intelligence Sources Bill·CHIS)을 내놨다.

일명 '살인면허법'(licence to kill)이란 이름이 붙은 이 법안은 국내정보국(MI5)이나 경찰의 요원이나 정보원이 위장근무를 할 때 '정식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영화에서처럼 테러조직이나 폭력조직에 잠입해 위장근무를 하다보면 동료들의 신임을 얻거나 불가피하게 범죄를 저질러야 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이를 법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꼭 필요한 경우에, 공공의 이익에 균형이 맞도록 이를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도 영국 첩보요원 등은 총리의 비밀 명령 하에 이러한 권한이 허용됐다.

영국 정부는 2018년까지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다가 시민단체의 끈질긴 노력으로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정식으로 입법을 추진하게 됐다.

제임스 브로큰셔 내무부 안보 담당 부장관은 때때로 정보요원들이 조사대상인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법을 어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매우 중요한 권한으로, 강력하고 독립적인 감독 대상"이라며 "대중을 보호하는 데 책임을 가진 이들이 건전한 법적 토대 아래에서 자신들의 일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켄 맥컬럼 MI5 국장은 테러범들의 공격을 좌절시키는데 이같은 권한이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MI5와 경찰은 2017년 이후 이슬람국가(IS)와 극우조직의 테러 시도 27건을 막았는데, 위장근무 중인 요원 및 정보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2018년 당시 테리사 메이 총리에 대한 테러 시도를 위장근무 요원이 막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런던에 위치한 MI5 본부 [EPA=연합뉴스]
런던에 위치한 MI5 본부 [EPA=연합뉴스]

문제는 정보요원에게 어느 수준의 범죄까지 허용하느냐 하는 점이다.

시민단체들은 아무리 정보요원이 중요한 일을 하더라도 살인과 고문, 성범죄와 같은 활동까지 벌이는 것은 지나친 만큼 제한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그러나 구체적인 범위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만약 가능한 범죄와 불가능한 범죄를 구분해 공개할 경우 테러조직이나 폭력조직에서 의심이 가는 위장근무 요원을 적발하기 위해 일부러 특정 범죄를 지시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법안이 결코 '살인면허'가 아니며, 생존권이나 고문금지 등을 담은 유럽인권협약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하원이 법안 공개 과정에서 특정 범죄에 대한 제한을 법에 명시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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