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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성에 갇힌 채 임대료만 내는 꼴"…대학 입주업체들 '울상'

송고시간2020-09-30 06:00

"외부인 출입 차단된 데다 재학생 발길도 끊겨"

(서울=연합뉴스) 정윤경 인턴기자 = "라디오를 켜 놓으면 혹시라도 음악 소리를 듣고 학생들이 올까 봐 항상 볼륨을 최대로 키워놔요. 예년 같았으면 애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빵도 먹고 햇볕도 쬐면서 쉬다 갔을 텐데…."

서울 노원구 A대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모(60대 중반)씨는 지난 23일 점심시간을 앞둔 오전 11시께 텅 빈 테이블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하도 학생들이 안 와서 서른 가지 넘던 메뉴를 한 가지로 줄였는데 그마저도 안 팔린다"고 토로했다.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재학생 소비에 의존했던 대학 입주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많은 대학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교문을 걸어 잠그면서 외부인 손님도 뚝 끊겨 이중고에 처했다. '수개월째 성에 갇힌 채 임대료만 내는 꼴'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텅 빈 푸드코트 앞 테이블
텅 빈 푸드코트 앞 테이블

[촬영 정윤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코로나 확산에 반년째 개점휴업"…매점 냉장고 '텅텅'

지난해 9월 A대학 내 매점을 개업한 김모(65)씨도 먼지 내린 매대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김밥, 샌드위치 등 각종 신선식품이 진열돼있던 매대는 텅 비어있었다.

김씨는 "주거 밀집 지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편의점과 달리 대학 입주업체는 대부분 건물 구석구석에 있어 재학생이 아니고선 찾기 힘들다"며 "코로나19로 교내 동아리 활동도 자제하는 분위기라 새 학기가 시작된 3월부터 지금까지 적자만 누적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김밥 등 신선식품을 찾는 사람이 하루에 한 명도 없다 보니 유통기한이 짧은 냉장식품은 잘 안 들여온다"고 말했다.

텅 빈 식품매대와 냉장고
텅 빈 식품매대와 냉장고

[촬영 정윤경. 재판매 및 DB 금지]

점심시간에도 푸드코트 앞은 한산했다. 외부 손님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었지만 이용객은 한 명도 없었다.

A대학 3학년인 김모(22)씨는 "점심시간이 되면 재학생들과 대학 부속 유치원 학부모들이 테이블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던 곳"이라고 회상했다.

◇ 확진자 발생 대학내 업체들 "엎친데 덮친 격"…일부 대학 임대료 인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학에 입점한 업체들은 더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인천 B대학은 18일 한 학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교내에서 접촉한 교수와 학생 등 33명을 검사했다. 33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캠퍼스를 찾는 학생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코로나19 영향 텅 빈 대학가 상가
코로나19 영향 텅 빈 대학가 상가

(대전=연합뉴스) 김연수 기자 = 5일 대전시 동구 우송대 앞 거리가 텅 비어있다. 예년 같으면 중국유학생으로 점심시간에 북적거리던 이곳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개강이 늦춰지자 한산한 모습이다.
2020.3.5 yskim88@yna.co.kr

4년째 B대학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노모(50)씨는 기자로부터 대학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을 듣고서 "며칠간 통 손님이 없었는데 그거 때문이었네"라며 말끝을 흐렸다.

노씨는 "전공 서적을 사는 학생들이 줄었고, 문구류를 사는 사람은 아예 없다"며 "적자를 메꾸기 위해 학생들 대상으로 택배 서비스까지 도입했지만 매출 타격이 너무 크다"고 전했다.

대면 강의를 강행했다가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줄이 나온 부산 C대학에서는 카페, 식당 등 입주업체 3곳이 운영을 중단했다.

C대학 관계자는 25일 통화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전면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다"며 "확진자가 나온 캠퍼스 내 업체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 내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나오면서 학생들이 비대면 강의를 선호하고 있어 대학 입주업체들의 한숨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동대문구 D대학에 다니는 이모(23)씨는 "대면 강의를 강행하다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사례를 보면서 2학기에도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은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임대료를 인하하는 등 입주업체와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A대학 총무인사팀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로 3월부터 대학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를 50% 감면해주고 있다"면서 "감면액을 합하면 1억원이 넘을 정도로 손실이 크지만 교내 입주업체가 학생 복지시설인 만큼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봉구 E여대 홍보전략실 관계자도 이메일 인터뷰에서 "대학 입주업체 11곳에 이번 달부터 내년 2월까지 임대료를 50% 감면하기로 했다"며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학내 임대 업체의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을 추구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yunkyeong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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