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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 호텔이야? 미술관이야?

제주와 서울의 아트&디자인 호텔

(제주·서울=연합뉴스) 아트와 디자인을 주제로 한 특별한 호텔이 문을 열었다.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바이 아라리오'와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은 아트와 디자인 중심의 호텔일 뿐 아니라, 단순한 호텔 투숙을 넘은 새로운 즐거움을 겸비하고 있다.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탑동시네마' 옆에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바이 아라리오'를 중심으로 한 아라리오 로드가 조성됐다. [아라리오뮤지엄 제공]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탑동시네마' 옆에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바이 아라리오'를 중심으로 한 아라리오 로드가 조성됐다. [아라리오뮤지엄 제공]

◇ 아라리오 로드의 탄생

제주 탑동에 작은 마을이 생겼다.

아라리오뮤지엄은 2014년부터 제주공항 인근에서 미술관 세 곳과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다. 최근 아트 호텔까지 추가하며 아라리오 로드(Arario Road)를 완성했다.

아라리오뮤지엄 세 곳은 개관과 함께 꼭 가야 할 제주 명소가 됐다.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작가명: 씨킴(CI KIM))은 '생명과 영혼'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건물을 짓기보다 폐업한 극장과 모텔을 개조해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 동문모텔 I·II를 개관한 것이다.

미술관 세 곳은 세계적 미술가들의 대형 작업이 가득해 우리나라 대표 미술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창일 회장은 제주 구(舊)도심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미술관 이외의 또 다른 공간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래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롱 라이프 디자인을 소개하는 일본의 디자인 그룹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의 나가오카 겐메이 대표와 협업하게 된 것이다.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바이 아라리오의 d룸은 디앤디파트먼트가 개관한 세계 최초의 호텔이다.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 제공]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바이 아라리오의 d룸은 디앤디파트먼트가 개관한 세계 최초의 호텔이다.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 제공]

디앤디파트먼트는 일본, 중국, 한국에 디자인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호텔 개관은 처음이어서 화제가 됐다.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바이 아라리오(D&DEPARTMENT JEJU BY ARARIO) 역시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기존 건물을 활용한 공간이다.

3층은 호텔인데, 제주 친구 집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호텔이 아닌 'd룸'이라고 부른다.

총 13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벌써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d룸의 가장 큰 특징은 아트 앤 디자인 호텔이라는 점이다. 객실과 공간에는 예술 작품과 디자인 제품이 구비되어 있으며, 모두 구입 가능하다.

아름다운 호텔에서 "우와!"하고 감탄사만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집에 돌아갈 때 원하는 작품과 제품을 사갈 수 있다.

d룸에 설치된 모든 가구와 제품은 상점에서 구입 가능하다.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 제공]
d룸에 설치된 모든 가구와 제품은 상점에서 구입 가능하다.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 제공]

'생명과 영혼'이라는 김창일 회장의 주제는 d룸에서 식물과 미술 작품으로 표현됐다. 싱그러움을 뽐내는 식물이 '생명'이고, 미술 작품이 '영혼'이다.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이렇게 식물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객실과 욕실에도 푸르른 식물들이 가득해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제주 바다가 보이는 옥상에는 향기로운 하귤, 금귤, 레몬 나무가 있다.

미술 작품 역시 '그림의 떡'이 아니다.

장종완, 부지현, 권오상, 양만치, 노상호, 김인배 작가 등의 작품은 이곳이 아라리오뮤지엄과 디앤디파트먼트의 합작품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d룸 3층의 라운지 전경. 노상호, 씨킴, 권오상, 부지현 작가의 작품과 디자인 가구가 멋스럽다.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 제공]
d룸 3층의 라운지 전경. 노상호, 씨킴, 권오상, 부지현 작가의 작품과 디자인 가구가 멋스럽다.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 제공]

2층에서 호텔에 배치된 모든 가구, 조명, 잠옷, 슬리퍼, 스낵과 음료까지 구입할 수 있다.

2층 '디앤디파트먼트 상점'에서는 롱 라이프 디자인 감각으로 선정한 생활용품과 가구를 판매한다.

특히 제주 장인과 손잡고 새롭게 만든 디자인 제품이 지름신을 부른다.

70년 동안 신서란으로 생활용품을 만든 김석환 장인의 망태기, 화산회토로 옹기를 구워내는 김경찬 장인의 막걸리 잔, 대나무 공예의 명맥을 잇는 오영희 장인의 물구덕 등이 감탄을 자아낸다.

1층 'd식당'에서는 조주형 셰프가 제주의 제철 식자재로 맛깔스러운 요리를 선보인다. 제주 전통술과 제주에서 양조하는 맥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대표 메뉴는 돔베고기와 햇고사리 육개장을 중심으로 한 '제주 정식'이다.

d식당 옆 디자인 갤러리에서는 '롱 라이프 디자인 1- 47도도부현의 건강한 디자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일본의 47개 현의 대표 디자인 제품을 전시 중인데, 대부분의 제품은 즉시 구입 가능하다.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 2층은 디자인 제품과 가구를 판매하는 상점이다.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 제공]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 2층은 디자인 제품과 가구를 판매하는 상점이다.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 제공]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에서 식사하고 투숙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아라리오 로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라리오뮤지엄은 바로 옆에 'ABC 베이커리 카페', 카페 '크림', 수제맥주 펍 '맥파이', 영국 자전거 숍 '포터블', 스위스 친환경 브랜드 '프라이탁' 등을 입점시켰다. 한 곳에서 1박 2일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길 건너 'ABC 베이커리 카페'와 수제맥주 펍 '맥파이'는 아라리오뮤지엄에서 이전부터 운영해오던 것인데,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루는 제주 명소다.

맥파이 제주 양조장은 아라리오뮤지엄과 공동 지분을 갖고 있는 곳으로, 이제는 서울이 아닌 제주를 대표하는 맥주로 인식되고 있다.

카페 '크림'은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1층에 새롭게 만들어졌다. 아마도 미술관 입장에 부담을 느끼는 여행자를 위해 설치한 것으로 추측한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자연스럽게 미술관으로 전시를 보러 갈 수 있게 동선을 구성했다.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 동문모텔 I·II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것은 아라리오 로드의 필수 코스다. 미술관 세 곳은 컬렉션 전시 중심이며, 기획 전시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5층에서는 씨킴의 11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아라리오뮤지엄 제공]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5층에서는 씨킴의 11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아라리오뮤지엄 제공]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5층에서는 씨킴의 개인전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이 열리고 있다. 씨킴의 특징인 버려진 것, 차마 버릴 수 없는 것들의 사용이 돋보인다.

작가는 오래된 '위클리 타임즈' 잡지에 실린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꿈을 이루기 위한 일상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는 제주 해변에 떠밀려 온 스티로폼으로 브론즈 조각을 만들고, 버려진 마네킹에는 시멘트와 석고를 발라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바로 옆 건물 1층에는 영국 자전거 숍 '포터블', 2층에는 스위스 친환경 브랜드 '프라이탁'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몰튼(Molton) 브랜드 자전거는 디자인이 우수할 뿐 아니라 제주 일주하기에도 충분한 성능이 지녔다. 프라이탁의 제품은 버려진 방수천으로 만들어졌기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재활용 디자인 제품이라 다소 낡아 있지만, 환경 보호의 정신과 맞물려 젊은 세대의 인기를 끌고 있다. '재생'을 테마로 삼은 아라리오뮤지엄의 정신과 일맥상통한 브랜드 선정이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로 새로운 명소의 개관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아라리오뿐 아니라 디앤디파트먼트가 워낙 인기 있는 브랜드이다 보니, 각국의 애호가들이 디앤디파트먼트 바이 아라리오를 방문하고 싶어 대기 중이라고 한다.

아라리오 로드를 섭렵했다면, 인근 동문시장·제주 올레길을 연계해 추가로 여행할 수 있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바로 옆 건물 1층에는 영국 자전거 숍 '포터블', 2층에는 스위스 친환경 브랜드 '프라이탁'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아라리오뮤지엄 제공]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바로 옆 건물 1층에는 영국 자전거 숍 '포터블', 2층에는 스위스 친환경 브랜드 '프라이탁'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아라리오뮤지엄 제공]

◇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의 아트&디자인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의 1층 로비에는 짜기 기법으로 만든 이광호 작가의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제공]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의 1층 로비에는 짜기 기법으로 만든 이광호 작가의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제공]

서울에도 아트&디자인 호텔이 문을 열었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은 이태원 캐피털호텔을 리노베이션했으며, 아코르그룹의 아시아 최초 몬드리안 호텔이다.

디자인 그룹 어사일럼 크리에이티브(Asylum Creative)가 프로젝트를 담당했는데, 흥미롭게도 전래 동화 '해님 달님', '선녀와 나무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이광호 작가의 설치 작품이 2층까지 연결되어 있다.

카멜·블루의 아름다운 색감과 작가 특유의 짜기 기법으로 완성된 작품은 '해님 달님'의 동아줄을 연상시킨다.

이름에 걸맞게 1층 메인 레스토랑 '클레오'의 천정은 몬드리안의 작품 패턴으로 장식했다.

1층 레스토랑 '클레오'의 천정은 미술가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제공]
1층 레스토랑 '클레오'의 천정은 미술가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제공]

1층에는 카페·레스토랑과 어우러지는 다양한 예술 작품을 배치했고, 프런트 데스크는 2층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고상우 작가의 사진 작품이 있다. 동물원의 사자와 곰을 촬영한 후 디지털 드로잉을 가미한 재미있는 작품이다. 로비의 동그란 천장과 그네가 전래 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화려한 색감의 천장은 일러스트레이터 샘바이펜(Sambypen), 까만 닭 조형물은 오승렬 작가의 작품이다.

객실과 복도에서도 독특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타투를 떠올리게 하는 김준의 디지털 프린팅 아트가 복도 곳곳에 있고, 객실에는 장수지, 권신홍 등 젊은 작가들의 회화 작품이 설치돼 있어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기분이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2층 로비의 프런트 데스크 옆에는 닭을 형상화한 오승렬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이 있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제공]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2층 로비의 프런트 데스크 옆에는 닭을 형상화한 오승렬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이 있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제공]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에는 총 4개의 바(Bar)가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루프톱의 '프리빌리지' 바는 캐피탈 호텔에서 사용했던 냉각탑의 외형을 그대로 살려 디자인했다.

골드 컬러의 냉각탑은 '해님 달님'의 달을 상징하며, 미드나잇 블루톤의 벽을 채운 라이트는 밤하늘의 별을 떠올리게 한다.

호텔 지하에는 아케이드가 있다.

서점 아크앤북, 빵집 태극당, 레스토랑 이십사절기, 라이프스타일숍 띵굴스토어, 띵굴마켓 등이 있어 굳이 이태원 시내에 나가지 않고도 1박 2일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예술이 주는 위로의 힘이 절실한 코로나19 시국이기에, 아트 앤 디자인 호텔 두 곳의 개관이 더욱 반갑다. (이소영 프리랜서 기자)

객실에서는 남산타워와 용산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제공]
객실에서는 남산타워와 용산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제공]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0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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