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약속 잡고 가도 문전박대"…코로나에 홀대받는 가정방문 근로자

송고시간2020-09-19 08:10

외부인 방문 꺼리는 분위기 속 가스점검원·소독원 헛걸음 속출

"우리 일도 중요…철저하게 방역하니 너무 미워하지 말라" 호소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가정 방문이 더욱 힘들어졌어요. 가스 안전점검 나왔다고 하면 신경질부터 내거나 아예 대꾸조차 않는 경우가 다반삽니다"

가스 밸브
가스 밸브

[연합뉴스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17일 청주시 서원구에서 만난 도시가스 안전점검원 A(50)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일이 가정을 방문해 가스가 새는지를 확인하는 게 그의 업무지만, 외부인 방문을 경계하는 사회분위기 속에 가는 곳마다 홀대받는 게 일상이 됐다.

그는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8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시민 안전을 지킨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텼다.

여름철 고층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금세 온몸이 땀으로 젖지만, 시원한 얼음물 한 잔 건네주는 시민들에게 위로받으며 힘든 줄 모르고 일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그에게 직업적 회의감을 불러왔다.

출근길이 우울해졌고, 머리끝까지 차오른 스트레스 때문에 한두시간만 일해도 녹초되기 일쑤다.

그는 "날카롭게 반응하는 고객 때문에 초인종 누를 때면 불안하고 겁부터 난다"며 "코로나19로 외부인 방문이 달갑잖은 건 알지만, 철저한 방역수칙 속에 일하고 있으니 지나친 경계는 삼가 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가정과 사업체 등을 찾아다니며 가스 점검이나 소독 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이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거나 사전 약속 후 방문하더라도 문 앞에서 출입을 거부당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안전점검원 1년차인 정모(52)씨는 "사전 약속 후 찾아간 경우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헛걸음할 때가 부지기수"라며 "여기저기 싸돌아다녀놓고 어딜 들어오느냐고 문전박대당할 때면 일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아파트 소독
아파트 소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 흥덕구에서 정기적으로 아파트 소독 업무를 하는 김모(33)씨도 똑같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는 "문 앞에 세워놓고 취조하듯이 신분 등을 캐묻고는 소독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간혹 마음의 상처가 될 만큼 심한 말을 들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지침에 따라 매일 체온측정을 하고, 땀에 찌든 마스크조차 벗지 못하고 일하니 너무 나무라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청주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임산부라서 외출을 자제했는데, 소독한다고 문을 열어줘 찜찜하다', '소독하면서 전화까지 받던데 침이 튀었을까 염려된다', '물 마시려면 마스크를 내려야 하는데 물 달라고 안 했으면 좋겠다' 등 이들의 방문을 경계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공동주택이나 사무실용 건축물 등은 해충과 감염병 예방을 위해 연 3회 이상 의무적으로 소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평균 80%를 웃돌던 아파트 소독률은 6월 이후 60∼70%대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렇자 업계에서도 불편한 가정방문이나 대면 접촉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방역업체는 소독원 방문을 원치 않는 가정에 해충약을 대신 지급하고 있다.

도시가스 업체도 지난 4월부터 소비자가 점검원의 방문 날짜를 지정하거나 비눗방울 등을 이용해 가스누출을 자가검침하는 방법 등을 홍보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가정 방문이 불가피할 경우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당부하고 있다.

청주시 상당보건소 관계자는 "가스 점검이나 방문 소독 등 외부인과의 접촉할 경우 거리 두기와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w@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