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연합시론] 추석 호텔 만실·집회 강행…이래서야 확산 막을 수 있겠나

송고시간2020-09-17 13:20

(서울=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늘어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7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53명 발생해 누적 2만2천65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09명까지 떨어졌던 일일 확진자는 어느새 다시 100명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여전히 확진자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나온 가운데 환자 네 명 중 한 명은 감염 경로까지 알 수 없다고 하니 추가 확산의 위험이 큰 상황이다. 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에서 2단계로 낮춘 지 사흘째 되는 날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하나 잠복기를 고려할 때 이번 방역 성적표는 이번 주가 아닌 지난주에 했던 조치와 행위의 결과물이다. 2.5단계에서도 확산세가 잡히지 않았다는 것은 앞으로의 상황이 더욱더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런 일촉즉발의 국면에서도 국내 주요 관광지의 숙박시설에는 예약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일부 단체는 정부의 만류에도 개천절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추석 연휴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시한폭탄이 된 듯하다.

정부는 지난 13일 방역 수위를 2.5단계에서 2단계로 낮추면서 추석 연휴와 한글날이 포함된 이달 28일부터 2주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했다. 확산 양상을 봐야겠지만 지난 주말까지 2주간 시행한 2.5단계 수준으로 재격상할 공산이 크다. 매년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추석 연휴에는 으레 긴 귀성 행렬이 이어지는데 이번만큼은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코로나19 유행이 전국으로 확산할 위험이 큰 데다 시골 마을에는 감염 시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큰 고령자가 많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조처도 올해는 건너뛰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제주와 강원 등의 호텔·리조트에서는 객실 예약이 만실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나 있을 법한 현상이 국난급 위기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목적지만 달라졌을 뿐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결과는 같아질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코로나19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도권 중심의 집단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하면 2차 대유행의 위험이 큰 겨울철이 오기도 전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 건강과 공동체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일부 단체의 행태는 더욱 개탄스럽다. 지난달 광복절 집회에 참여한 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8·15 집회 참가자 국민비상대책위원회'는 개천절인 다음 달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1천명 규모의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결사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하는 게 맞지만,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기본권이다. 여러 가치가 충돌할 경우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조화와 균형의 묘를 발휘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정부는 개천절 당일 서울 시내에서 열겠다고 신고된 435건의 집회 가운데 참석 인원이 10인 이상이거나 장소를 종로 등 집회 금지 지역으로 정한 87건에 대해서만 금지 조처를 내렸다고 한다. 야외라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면 전파의 위험이 실내에 못지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실제로 지난달 광복절 도심 집회 관련 누적 확진자만 해도 600명에 육박하고, 이들 중 상당수는 수도권 밖의 감염 확산까지 촉발했다.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의 말처럼 지금은 흩어지는 것이 미덕인 시기이다. 정부는 법원의 판단도 받아봐야겠지만 광복절 집회 때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불법 집회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최근 방역 단계를 2단계로 낮춘 것은 방역 측면의 당위적 선택이라기보다는 현실론적 고육책이라고 봐야 한다. 잠시나마 경제와 민생에 숨통을 터주자는 것일 뿐 확산의 위험이 줄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방역 당국도 이런 뜻을 분명히 밝혔으나 오랜 기간 일상에 제약을 받은 국민의 경각심이 방역 수위 하향을 계기로 다소 이완된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가 가장 중요한 만큼 메시지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야당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방역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개천절 집회 자제를 호소하면서도 이를 3.1운동에 비유한 것은 일정 부분 주최 측에 집회 강행의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올해는 민족 최대의 방역 시험대가 됐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은 결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다. 특히 남들에게 기대하는 행동을 자신부터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최상의 무기이다.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는, 마음만이라도 풍요한 한가위가 되길 기원한다.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