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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먹방] 인제 내린천 절벽 위 낙지요리 맛집

낚지볶음·낚지보쌈 인기…활냉동 낚지와 국내산 고춧가루가 비결

(인제=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강원도 인제에는 휘돌아가는 내린천 물길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노루목 산장'이 있다. 오랜 세월 지역민들의 입맛을 즐겁게 한 숨은 맛집이다.

산골짜기에 있는 식당의 주메뉴가 낙지요리라는 게 신기하다.

한강 지류 가운데 최상류인 강원도 인제의 내린천은 오대산과 계방산 계곡에서 발원해 곰배령에서 시작된 진동계곡과 만난 뒤 40㎞를 내려가다 소양강 상류로 이어져 거대한 물길을 이룬다.

소양강 상류이자 내린천 하류쯤 되는 곳은 이미 물길이 거대해져 있다. 그렇지만 상류의 거칠고 빠른 물살은 그대로 살아있다. 그 물길이 꺾어지는 절벽 위에 목조 건물이 한 채 서 있다. 노루목 산장이다.

인제군청에 소개를 부탁해서 이곳을 알게 됐다. 주로 군민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점이라고 담당자는 설명했다. 식당이 있는 위치가 처음 들어본 곳이어서 더욱 궁금증이 생겼다.

게다가 강원도 산골 깊숙한 지역의 음식점 주메뉴가 낙지볶음이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촉촉한 가을비가 내리는 날 오후 식당을 찾았다.

노루목산장의 대표 메뉴인 낙지볶음 [사진/성연재 기자]
노루목산장의 대표 메뉴인 낙지볶음 [사진/성연재 기자]

◇ 산골짜기서 먹는 낙지요리

인제문화원에서 펴낸 '2016 향토사료집'에는 노루목이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한 짤막한 소개가 있다.

내린천 변의 이 자리는 덕산리와 고사리의 경계 지점으로, 453 지방도로가 개설되기 전 고개 모습이 노루목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내린천을 내려볼 수 있는 높은 절벽 위에 있어 지역 학교에서 소풍을 오던 장소였다고 한다. 이곳은 24년 전 지어진 2층 규모의 대형 목제 건물이다.

당시에는 보기 힘든 산장 형태의 고풍스러운 목제 건물이라 처음에는 카페로 활용됐으나, 이후 음식점으로 20년간 운영됐다.

이곳이 알려진 것은 낙지요리를 전문으로 하던 주성훈 씨가 6년 전 이곳으로 이주하면서부터다.

내린천 절벽 위 오른쪽이 노루목 산장 [사진/성연재 기자]
내린천 절벽 위 오른쪽이 노루목 산장 [사진/성연재 기자]

전북 전주에서 낙지요리를 처음 배운 주씨는 어머니와 형 등 가족과 함께 강원도 인제로 주거지를 옮겼다. 주씨는 낙지요리만 11년째다.

문을 열고 통나무집 내부로 들어가니 2개 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통창문으로 드넓은 내린천 물길이 보였다.

주인 주씨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곳은 낙지요리가 단연 인기 메뉴다.

낙지가 기력 회복에 좋다고 해서 조상들은 '펄 속의 산삼'이라고 부를 정도로 높이 쳤다.

정약전이 흑산도 귀양 시절에 쓴 고서 '자산어보'에는 '낙지는 살이 희고 맛은 달콤하고 좋으며 회와 국 및 포를 만들기 좋다. 또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라고 소개돼 있다.

낙지요리에는 낙지볶음과 낙지보쌈 등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우선 낙지볶음을 시켜봤다. 낙지볶음을 주문할 때는 아주 매운 맛과 덜 매운 맛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신선도가 생명인 낙지요리가 이곳에서 인기를 얻게 된 데는 비결이 있었다. 활 냉동 낙지를 쓰기 때문이라고 주씨는 귀띔했다. 살아있는 상태로 급속 냉동을 시킨 낙지를 쓴다는 것이다.

활 냉동 낙지를 녹이면 살아있는 낙지와 비슷한 탄력을 회복한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낙지가 탱탱하게 살아있는 듯 탄력이 느껴졌다.

밥과 함께 비벼 먹을 수 있는 낙지볶음 [사진/성연재 기자]
밥과 함께 비벼 먹을 수 있는 낙지볶음 [사진/성연재 기자]

낙지볶음 양념 맛은 기름지고도 혀에 착착 달라붙는 느낌이었는데, 낙지볶음 아래 깔린 소면과 함께 비벼 먹으니 감칠맛이 났다.

그는 낙지볶음의 양념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고춧가루라고 말한다.

주씨는 "부모님이 직접 고추 농사를 짓기 때문에 100% 국내산 고춧가루를 쓴다"고 했다.

또 고추는 반드시 햇볕에 널어 말린 뒤 빻아 쓴다. 좋은 고춧가루를 사용하는지 아닌지가 낙지볶음의 맛을 결정한다고 한다.

아주 매운 맛을 원하는 손님에게는 청양고추를 많이 넣고, 덜 매운 맛을 원하는 손님에게는 일반 고춧가루를 많이 넣는다.

맛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대파와 양파를 많이 넣고, 여기에 특제 고추장 소스가 들어가는데, 주씨는 자신이 개발한 소스의 재료는 밝히지 않았다.

낙지보쌈을 주문하면 낙지볶음과 함께 돼지보쌈, 백김치가 따라 나온다. 한약재 10가지를 넣은 육수에 돼지고기를 삶아 수육을 만든다. 낙지보쌈은 백김치에 낙지볶음과 돼지 수육을 함께 싸 먹는다.

◇ 구수한 청국장과 토종닭 백숙

직접 재배한 콩으로 만든 산약초청국장 [사진/성연재 기자]
직접 재배한 콩으로 만든 산약초청국장 [사진/성연재 기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메뉴는 산약초 청국장이다. 인근 덕적리 해발 500∼700m 농지에서 직접 재배한 콩으로 띄운 청국장으로 맛을 낸다.

여기에 마을 주변 산에서 채취한 가시오가피와 엄나무, 겨우살이, 산 당귀, 느릅나무, 표고버섯, 대추, 감초 등이 들어간다.

청국장을 한술 뜨니 구수하고 진한 국물 맛이 느껴졌다.

청국장도 포장해 판매하는데 주씨는 뚝배기에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두른 뒤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김치가 어느 정도 익을 때까지 볶은 다음 물을 붓고 으깬 청국장을 넣고 끓여 먹으면 맛있다고 조언했다. 취향에 따라 고기를 넣어 먹어도 좋다.

특선 메뉴로는 토종 닭백숙과 오리 백숙이 있다. 토종 닭백숙 맛을 조금 보기로 했다.

닭 한 마리라고 했는데, 냄비에 들어간 토종닭은 크기가 엄청났다. 가장 큰 사이즈의 토종닭을 사용한다고 한다.

토종닭 위에 큰 낙지도 한 마리 올라가 있다. 국물맛은 구수하고 깔끔했다.

김을 내며 익어가는 토종닭 백숙 [사진/성연재 기자]
김을 내며 익어가는 토종닭 백숙 [사진/성연재 기자]

역시 청국장에 들어가는 10여가지 산야초를 넣은 육수에 토종닭을 삶아내기에 이런 깔끔한 국물맛이 나는 듯했다.

토종닭은 일반 닭보다 살짝 질긴 느낌이 있는데, 그나마 이곳의 토종닭 육질은 부드러운 편에 속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음식 재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산야초다. 주씨는 반드시 지역 마을 주민들로부터 사들인다.

닭백숙과는 달리 오리백숙에는 낙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0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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