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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에도 역병이 돌 때 명절 차례 지내지 않았다

송고시간2020-09-15 13:53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일기 자료 공개

(안동=연합뉴스) 김효중 기자 = "전국에 역병이 돌아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

한국국학진흥원은 15일 소장하고 있는 일기 자료 가운데 역병이 유행한 탓에 설, 추석과 같은 명절 차례를 생략했다는 내용이 담긴 일기를 공개했다.

국학진흥원에 따르면 경북 예천에 살던 초간 권문해는 '초간일기'(1582년 2월 15일자)에서 "역병이 번지기 시작해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몹시 미안했다"며 나라 전체에 전염병이 유행하는 탓에 차례를 지내지 못해 조상님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이틀 뒤 쓴 일기에는 "증손자가 홍역에 걸려 아파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계암일록(광산김씨 설월당종택)
계암일록(광산김씨 설월당종택)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 예안 계암 김령은 '계암일록'(1609년 5월 5일)에서 "역병 때문에 차례(단오)를 중단했다"고 했다.

5월 1일 일기에는 "홍역이 아주 가까운 곳까지 퍼졌다"는 내용을 담았다.

안동 하회마을 류의목은 '하와일록'(1798년 8월 14일)에서 "마마(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해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또 안동 풍산 김두흠은 '일록'(1851년 3월 5일)에서 "나라에 천연두가 창궐해 차례를 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종실록(1668년)에는 "팔도에 전염병이 크게 퍼져 사람이 많이 죽었다"며 "홍역과 천연두로 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는 기록이 있다.

일록(풍산김씨 참봉댁)
일록(풍산김씨 참봉댁)

[한국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당시 홍역과 천연두가 크게 유행한 탓에 백성들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주었다.

예로부터 집안에 상(喪)을 당하거나 환자가 생기는 등 우환이 닥쳤을 때 차례는 물론 기제사도 지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는 유교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즉 조상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차례와 기제사는 정결한 상태에서 지내야 하는데, 전염병에 오염된 환경은 불결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역병이 돌 때 차례를 비롯한 모든 집안 행사를 포기한 이유는 무엇보다 전염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사람 사이 접촉 기회를 최대한 줄여 전염병을 극복하려는 의지 표출인 셈이다.

국학진흥원은 "코로나19는 조선시대 홍역과 천연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파괴력이 강한 전염병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하루속히 되찾기 위해 조선 선비처럼 과감히 추석 차례를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kimh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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