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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간부 "유재수, 사직 시기도 맘대로 미뤄…불이익 없어"

송고시간2020-09-11 17:27

조국 '감찰무마' 재판서 증언…"靑, 구체적 내용 없이 '인사참고' 통보만"

변호인 "금융위원장의 '정무적 판단' 아니냐" 반박

조국 속행공판 출석
조국 속행공판 출석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9.11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박형빈 기자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종결된 후 청와대가 혐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금융위원회 실무 책임자들이 잇따라 증언했다.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수뇌부들도 '인사에 참고하라'는 취지만 전달받자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난감해했다고 한다.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낼 시기까지 마음대로 정했다며, 감찰에 따른 '불이익'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6∼2018년 금융위 행정인사과장으로 재직한 최모씨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속행 공판에서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 "청와대 '인사 참고하라' 하자 금융위원장·부위원장 회의"

그는 2017년 12월 초순께 호출을 받고 위원장실에 올라가 보니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과 김용범 부위원장이 '청와대에서 인사 참고하라고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술회했다.

검찰은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 등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을 비정상적으로 중단시켰다고 의심한다.

이후 금융위에도 '유재수의 비위에 대해 감찰을 했으나 대부분 클리어됐고 일부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만 있으니 인사에 참고하라'고만 전달하고 비위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금융위원장 등의 감찰·인사 권한 행사를 방해했다고 본다.

검찰이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니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모여 인사 참고가 무슨 의미인지 논의한 것이냐"고 묻자 최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래서 자신이 "보통 금융정책국장 다음으로 가는 1급이나 산하기관장 등으로는 갈 수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2018년 12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가 유 전 부시장의 사적인 문제를 금융위에 통지했다고 주장했지만,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그 내용도 통보받지 못한다고 한다"고 했다. 최씨 역시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뇌물수수 혐의' 유재수 1심서 집행유예
'뇌물수수 혐의' 유재수 1심서 집행유예

(서울=연합뉴스) 뇌물수수·수뢰후 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2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9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2019년 11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두하는 유 전 부시장. 2020.5.22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 "유재수 사표 받으란 이야기 못 들어…사표 시기도 유재수 마음대로"

검찰은 이처럼 구체적 비위 내용을 알지 못하는 금융위원장이 정상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유 전 부시장을 일단 대기발령하는 데 그쳤고, 이후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내고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영전하기에 이르렀다고 본다.

반면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은 금융위가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받도록 조치함으로써 주어진 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감찰을 종료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최씨는 "유 전 부시장이 사직한 직접적 이유는 감찰에 따른 불이익이 아니라 수석전문위원으로 가기 위한 절차로 이해한다"고 증언했다.

또 금융위원장이나 부위원장 등 누구로부터도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오히려 유 전 부시장을 마냥 무보직으로 놔둘 수 없어 자신이 이동할 자리를 알아봤고, 매끄러운 인사를 위해 한 달 먼저 사표를 내 달라고 했으나 유 전 부시장이 한 달간 급여가 끊긴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말했다.

또 수석전문위원 자리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유 전 부시장이 월급이 적다며 탐탁지 않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핵심 요직인) 금융정책국장에서 보직해임 된 유재수가 더 낮은 자리로 가기는 어렵지 않느냐"며 "사표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최씨는 "사표와 100% 똑같진 않다"면서도 "다만 금융정책국장을 그만두고 1급을 하지 못하면 쉽게 어디로 가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답변하는 조국
답변하는 조국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9.11 seephoto@yna.co.kr

◇ "금융위원장, 동향 출신 유재수 자체 감사 안한 건 정무적 판단"

최씨에 앞서서는 금융위 감사담당관인 김모씨가 증인으로 나와 "청와대로부터 유 전 부시장의 감찰 결과에 대한 공식 통보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청와대 감찰이 끝났으면 금융위의 자체 감찰이 개시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위원장이 필요하면 추가 감찰을 지시했을 것이고, 필요성을 못 느꼈다면 자체 종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당시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청와대 감찰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사담당관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정무적 판단'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또 유 전 부시장이 최 전 금융위원장과 동향 출신으로 친밀한 사이이고, 인사청문회 준비를 맡았다는 사실도 부각했다.

청와대에서 구체적 내용을 알리지 않았으나, 금융위 내부에서는 이미 '복도 통신'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이 알려져 있었다는 주장도 했다.

금융위원장이 충분히 인사·감찰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자체 판단에 따라 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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