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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성 치매의 숨은 주범, 메딘 단백질을 아시나요?

송고시간2020-09-10 16:31

잘 뭉치는 아밀로이드 계열…혈관 벽 섬유질 탄력성 훼손

독일 연구진, 미 국립과학원회보에 논문

알츠하이머병 뇌
알츠하이머병 뇌

알츠하이머병이 생긴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녹색)를 공격하는 소교세포(붉은색)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는 뇌혈관 질환으로 뇌 조직이 손상돼 생기는 치매를 말한다.

알츠하이머병 치매와 달리 혈관성 치매는 중풍 등을 앓고 난 뒤 갑자기 생기거나 증세가 나빠지는 사례가 많다.

또한 초기부터 안면 마비, 연하 곤란(삼키기 어려움), 한쪽 시력 상실, 보행 장애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아밀로이드(amyloids)의 일종인 메딘(Medin) 단백질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혈관성 치매의 주범이라는 걸 독일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메딘 단백질이 미세한 알갱이 형태로 뭉쳐 뇌혈관 벽에 침적하면 혈관성 치매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독일 신경 퇴행 질환 센터'(DZNE)와 튀빙겐대 '임상 뇌 연구소'(HIH)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했고, 관련 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9일(현지시간) 실렸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령자면 누구나 메딘 단백질의 혈관 벽 침적이 관찰된다.

아밀로이드는 섬유 모양으로 뭉치는 단백질 응집체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추정되는 베타 아밀로이드다.

아밀로이드 계열에 속하는 메딘 단백질도 꽤 오래전부터 뇌혈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의심받았다.

혈관성 치매가 생긴 고령자의 뇌혈관엔 건강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메딘 단백질이 쌓여 있다는 연구 보고도 나왔다.

장기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성상교세포
장기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성상교세포

[미 소크 연구소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가설을 입증하는 열쇠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왔다.

사람보다 수명이 훨씬 짧은 늙은 생쥐의 뇌에도 다량의 메딘 단백질이 축적된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은 아예 메딘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게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 모델과 비교해 뇌혈관 팽창 속도 등을 분석했다.

메딘이 침적된 늙은 생쥐의 뇌혈관은 탄력성이 떨어져 혈액 공급을 늘려야 할 때도 팽창 속도가 따라가지 못했다.

뇌혈관이 유연하게 확장하고 수축하는 건 혈관 벽의 탄력적인 섬유질 덕분이다.

그런데 메딘 단백질이 혈관 벽에 침적하면 이 섬유질 기능이 훼손되는 것 같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활발히 작동하는 뇌 조직에 적절한 양의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려면 뇌혈관이 신속하게 팽창해야 한다.

메딘의 축적은 고령자의 신경 퇴행 질환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에도 영향을 줄 거로 보인다. 실제로 메딘의 축적은 다른 신체 부위의 혈관에서도 나타난다.

이 연구의 책임자인 DZNE의 요나스 네헤르 박사는 "메딘 알갱이를 분해하는 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만큼 일단 메딘을 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거의 모든 고령자의 혈관 벽에 쌓여 있는 메딘에 이제 주목할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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