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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보톡스가 뭐길래"…'메디vs대웅' 5년째 난타전

송고시간2020-09-11 06:13

'영입비밀 침해' ITC 예비결정 후 전문가그룹서 '공익의견서' 반박 봇물

9월중 '예비결정 재검토' 여부 발표…11월 최종결정 나와도 분쟁 계속될 듯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미용성형에 주로 쓰이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이하 보톡스)의 균주 출처를 두고 시작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분쟁이 2016년 이후 5년째 이어지고 있다.

두 회사는 보톡스 제품으로 각각 '메디톡신'(메디톡스)과 '나보타'(대웅제약)를 갖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훔쳐 갔다며 지난해 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했다.

이에 ITC가 지난 7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는 예비결정을 내놓으면서 메디톡스가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ITC의 예비결정 이후 이에 반박하는 전문가 그룹의 공개 의견이 잇따르면서 이 분쟁은 다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최근 ITC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지식재산권(IP) 분야의 소송 및 중재 권위자인 로저 밀그림(Roger Milgrim) 변호사는 "(ITC 판사가) 메디톡스의 균주가 경쟁사 균주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는 점을 입증하지 않았음에도 영업비밀법을 근거로 (대웅제약의 '나보타'에 대한) 배제 및 정지 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의 '공익의견서'(Public Interest Statement)를 정식 제출했다.

ITC 소송은 '공공의 이익' 차원에서 당사자들은 물론 제삼자도 주장, 정보 등을 포함한 공익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밀그림 변호사가 ITC에 낸 공익의견서 [ITC 홈페이지 캡처]

밀그림 변호사가 ITC에 낸 공익의견서 [ITC 홈페이지 캡처]

밀그림 변호사는 이 공익의견서에서 "경쟁 우위가 없으면 영업비밀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그는 이런 근거로 (메디톡스가 영업비밀로 주장하는) 'Hall A Hyper'에서 파생된 균주가 수십 년간 일반적으로 유통됐고, 균주의 DNA(유전자) 정보가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 이미 공개돼 비밀성이 없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은 보호돼야 하는 영업비밀이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는 것으로 요약되는 ITC 예비결정에 배치된다.

ITC 예비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박 의견을 낸 또 다른 전문가는 UC 데이비스(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의 바트 와이머(Bart Weimer) 교수다. 와이머 교수는 미생물 유전체(게놈) 분야 권위자로, 미생물 포렌식(microbial forensics) 기술을 공중보건에 활용하는 '1000K 병원체 게놈 프로젝트'(100K Pathogen Genome Project)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최근 본인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링크드인(Linked in)과 트위터(twitter)에 올린 글에서 예비결정의 판단 근거로 사용된 'SNP'(단일염기다형성) 분석의 한계를 지적했다.

SNP는 특정 부위의 유전자(DNA) 염기서열이 다른 것을 말하는데, 메디톡신의 6개 SNP가 대웅제약의 나보타 균주에서 나온 점이 동일 균주의 근거라는 게 메디톡스의 입장이다.

하지만 와이머 교수는 SNP 분석이 판결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와이머 교수가 ITC 판결에 반박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링크드인 캡처]

와이머 교수가 ITC 판결에 반박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링크드인 캡처]

그는 "SNP는 정확한 계통관계(genealogical relationship)와 광범위한 관련 메타데이터 없이는 관련성을 정확히 나타내지 못한다"면서 "전체염기서열분석(WGS)을 통한 유전적 거리에 따른 분석 방법이 몇 개의 공통되는 SNP 분석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분쟁이 오리지널 제품인 보톡스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 제약기업인 엘러간의 지배력만 더 키워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피부과 전문의 40여명은 엘러간에 대해 시장 장악 기업을 의미하는 '800 파운드 고릴라'(800-pound gorilla)로 지칭하며 '주보'(나보타의 미국 제품명)를 미국 시장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엘러간은 미국 내 미용 시장의 70%, 치료용 신경독소 시장의 94%를 장악하며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메디톡스는 이런 공익 의견서로는 ITC가 내린 예비결정이 뒤집어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ITC 차원에서 균주 출처의 진위를 가리는 조사가 이미 다 끝난 상황이라는 게 메디톡스의 설명이다.

다만, ITC 위원회는 이번에 접수된 공익의견서 등을 참고해 예비결정을 재검토할지 여부에 대해 9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규정상으로는 6명으로 구성된 전원위원회(full Commission) 위원 중 1명이라도 검토에 동의하면 절차가 개시된다.

이를 토대로 ITC는 오는 11월 6일 예비결정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파기하거나 인용하는 등의 최종결정을 내리게 되며, 이는 미국 대통령의 승인 또는 거부권 행사를 거쳐 확정된다.

하지만, 최종결정이 나오더라도 누구든지 60일 이내에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어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둘러싼 분쟁은 두 회사가 '대승적으로' 협상하지 않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

[그래픽] 메디톡스-대웅제약 보톡스 원료 분쟁 주요 일지
[그래픽] 메디톡스-대웅제약 보톡스 원료 분쟁 주요 일지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지난 7월 미국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예비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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