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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스님, '7천년 숨결' 알타이 암각화 종이 위에 새기다

송고시간2020-09-07 15:57

중앙아시아서 직접 탁본한 70여점 전시…"탁본 보며 본래 선한 마음 돌아보길"

암각화 명상록 '하늘이 숨겨둔 그림, 알타이 암각화'도 발간

일감스님
일감스님

(서울=연합뉴스) 일감스님이 7일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직접 작업한 암각화 탁본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암각화 탁본전 '하늘이 숨겨둔 그림, 알타이 암각화' 전시회는 15∼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2020.9.7 [불광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모든 사람에게는 하늘로 향하고자 하는 착한 심성, '향상의 마음'이 있습니다. 많은 분이 알타이 암각화 탁본을 보며 본래 바탕에 있는 선한 마음을 돌아보기를 바랍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이 '코로나 19'로 지친 이들에게 알타이 암각화를 선물한다.

동물과 사람, 기하학적 무늬가 바위 위에 새겨진 암각화는 문자가 없던 선사시대 인간의 바람과 기원을 나타내는 수단이었다.

국내 대표 암각화로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가 꼽힌다. 돌에 새겨진 300여점의 그림이 약 7천년 사람과 동물의 생활상을 전한다.

세계적으로는 중앙아시아에 국내 암각화와 비슷한 작품들이 많다. 알타이 지역권으로 볼 수 있는 몽골과 러시아 중부, 키르키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는 오래전 청동기 시대의 암각화가 많이 남아 있다.

일감스님은 2005년 수묵화가이자 암각화 전문가로 꼽히는 김호석 화백과 인연으로 경북 고령의 장기리 암각화를 보게 됐는데, 그 감동이 잊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11년 뒤인 2016년 스님은 국내를 넘어 중앙아시아의 암각화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지난 5년간 틈틈이 이어온 그 순례의 끝에서 스님은 총 150점의 암각화 탁본을 완성했다.

암각화와 함께 한 일감스님
암각화와 함께 한 일감스님

(서울=연합뉴스)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탁본 작업을 하다 휴식을 취한 일감스님. 그의 암각화 탁본전 '하늘이 숨겨둔 그림, 알타이 암각화' 전시회는 15∼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2020.9.7 [불광미디어 제공]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서 암각화에 새겨진 속뜻을 흰 바탕의 종이 위에 고스란히 옮긴 것이다. 그가 암각화 탁본을 뜨게 된 데에는 국내 어린이들에게 오래됐지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일감스님은 7일 전화 통화에서 "알타이지역에 여행을 처음 갔을 때인데 거기서 만난 암각화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더라"며 "아이들은 그 먼 곳까지 직접 가기가 어려우니까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탁본을 만드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화재인 암각화의 탁본을 뜨기 위해 현지 당국의 승인을 받는 것에서부터, 실제 암각화가 새겨진 벽면에 물을 뿌리고 종이를 발라 붓으로 사람과 동물의 형상을 옮기는 작업은 녹록지 않았다.

체감온도 영하 30도,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 3천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 벌인 작업은 극한의 자연을 뚫고서 고대인들의 흔적을 찾아가는 탐험과도 같은 길이었다.

암각화는 저마다 크기가 다르고, 탁본도 그렇다. 큰 것은 높이만 수 m에 달하기도 한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암각화의 탁본을 뜨고, 말리는 작업에 수고로움이 더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탁본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몽골 빌루트라는 곳의 암각화는 높이가 무려 5m에 달하는데, 여러 장의 종이를 이용해 탁본 작업을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일감스님은 이렇게 완성한 탁본 중 절반가량을 먼저 선보인다.

스님은 최근 암각화 탁본 사진 50여점에 시와 에세이를 덧붙인 책 '하늘이 숨겨둔 그림, 알타이 암각화'(불광미디어)를 발간했다. '암각화 명상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그가 암각화와 마주하며 겪은 신이(神異)한 체험을 전한다. 그것은 '우주 전체가 하나'라는 깨달음이다.

일감스님, '7천년 숨결' 알타이 암각화 종이 위에 새기다 - 3

일감스님은 오는 15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책과 이름이 같은 동명의 전시회도 연다. 70여점의 암각화 탁본을 선보이는 전시는 갤러리 2개층에서 나눠 진행된다. 지상 1층은 '하늘', 지하 1층은 '땅'으로 명명했다.

'하늘' 공간에서는 '태양신'과 '바람신', '하늘마차', '기도하는 사람들' 등 고대인들이 하늘과 신을 묘사한 작품을 전시한다. 지하 1층 '땅' 전시장에는 인간이 사는 대지이자 생명을 묘사한 작품으로 구성했다.

15일 개막식에서는 일감스님이 직접 작품 소개를 하는 자리도 이뤄진다. 다만, '코로나 19' 확산 예방을 위해 개막식 등 행사 전반이 간소하게 치러진다.

일감스님은 "고대인의 영혼의 성소(聖所)인 암각화를 보는 것은 사람이 본래 지닌 선량한 성품을 알게 한다는 점에서 맑고 오래된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며 "암각화를 직접 들고 올 수 없어서 그 마음을 탁본에 담아왔으니 선조 인류의 정신과 영혼을 자유롭게 누비는 여행길에 나서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인사에서 출가한 일감스님은 봉암사 태고선원, 해인총림선원 등 제방선원에서 수행했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불교문화재연구소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등을 지냈다. 2004년 멕시코 반야보리사 주지로 있는 동안 멕시코 역사상 처음으로 부처님오신날 연등축제를 열어 관심을 받았다.

저서로 쉽게 풀어쓴 '금강경을 읽는 즐거움', 불교TV 대담집 '그대로 행복하기' 등이 있다.

암각화 탁본 작업하는 일감스님
암각화 탁본 작업하는 일감스님

(서울=연합뉴스)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암각화 탁본 작업을 하는 일감스님(왼쪽). 그의 암각화 탁본전 '하늘이 숨겨둔 그림, 알타이 암각화' 전시회는 15∼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2020.9.7 [불광미디어 제공]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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