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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일용직 품삯·주차관리 박봉 쪼개 30년 무한 봉사한 김영만씨

송고시간2020-09-05 09:05

"감사하며 봉사하고 싶을 뿐"…주변 어려운 이웃 '동병상련' 마음에 봉사

마을마다 경로잔치 열고 홀몸노인 돌봐 효행·사회봉사 부문 잇따라 수상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남에게 베푸는 삶이 정말로 즐거울 뿐입니다."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거리에서 주차 관리로 일하는 김영만(70)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딱 봐도 착한 인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주차 관리하는 김영민씨
주차 관리하는 김영민씨

[촬영 이상학]

오랜 선행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난다는 것이다.

주차하는 운전자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하며 뭐든지 감사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는 탓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에 반은 가려진 얼굴인데도 선한 눈매가 딱 들어온다.

그는 어려운 70년 평생 속에서도 30년 이상 이웃을 도와왔다.

박봉을 쪼갠 쌈짓돈으로 틈틈이 기부하는 것은 물론, 쉬는 날에는 막노동으로 번 돈을 선뜻 내놓는다.

김씨는 인터뷰 요청에 '그저 좋아서 하는 작은 일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홍천 내면이 고향인 그는 9살 때 홍천읍으로 이사한 이후 형편상 학교에 다니지 못해 초등학교 2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다.

지독한 가난에 13살 때 아이스크림 장사를 시작했고 15살부터는 빵 공장에서 3년 넘게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보탰다.

주차관리를 하는 김영만씨
주차관리를 하는 김영만씨

[촬영 이상학]

마땅히 배운 것이 없는 탓에 20∼30대 때는 외지로 나가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지만, 가난은 꼬리를 물었다.

부모님과 자녀 5남매, 세상을 떠난 둘째 형님이 세상에 남긴 조카 2명까지 맡아 버거울 만도 하지만,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이겨냈다.

시련도 많았다.

1986년 사랑하는 자녀가 갑작스러운 병을 얻어 치료를 위해 전국 곳곳의 명의를 찾아다녀도 좀처럼 낫지 않았다.

이즈음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많다는 걸 느꼈고, '동병상련'은 그를 봉사로 이끌었다.

고난이 그를 전혀 다른 삶으로 바꾼 것이다.

김씨의 봉사 수첩 첫 페이지는 30년 전이다.

1987년 당시 60여명의 아이가 있던 홍천 명동보육원을 알게 됐고, 농사로 지은 쌀을 전하는 기쁨에 행복감을 느꼈다.

평소 외출 기회가 없던 아이들을 위해 현충원과 독립기념관 등지로 관광을 시켜준 것을 소개하는 회상에는 행복감이 흠뻑 묻어났다.

그는 "저 또한 넉넉하지 못한 터라 60여명의 김밥을 싸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며 "소박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2019년 홍천군민대상 수상
2019년 홍천군민대상 수상

[홍천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김씨는 '봉사를 시작했으면 최소 10년은 하자'며 보육원에 꼬박 10년을 오갔다.

그 사이 하늘이 보살폈는지 자녀는 건강을 되찾았고, 그는 더욱 봉사에 빠졌다.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북방면 18개 마을(리)에 경로잔치를 마련하는 등 봉사를 이어갔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일용직으로 사는 어려운 시기도 잦아 봉사를 한때 멈추기도 했지만 '결심한 봉사를 끝까지 성취하자'며 온정을 펼쳤다.

2011년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받은 월급에서 생활비만 빼고 홍천읍 47개 마을(리) 경로당에 쌀과 먹거리를 나누었다.

또 홍천읍에 2천300장의 연탄을 비롯해 10개 읍면에 각 500장씩을 나누어 홀몸노인을 돌보았다.

이웃한 인제에서 큰 수해가 나자 쌀 80kg짜리 두가마니를 전달하는 등 어려운 이웃을 보면 참지 못하는 천성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소년소녀가장과 장애인 등에 쌀 포대를 전달한 '남몰래 선행'은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지인의 도움으로 2013년 1월부터 홍천군청 주차관리원으로 일하게 되자 그 고마움을 이웃에 돌려주기로 했다.

박봉에도 차곡차곡 모은 쌈짓돈을 2015년 11개 읍·면에 각 100만원씩 보낸 데 이어 지난 5월까지 이웃돕기 성금을 잊지 않고 전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영만씨가 지난 5월 이웃돕기 성금 홍천군에 전달.
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영만씨가 지난 5월 이웃돕기 성금 홍천군에 전달.

[홍천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봉사는 그가 사는 이유가 됐다.

부족한 비용은 주말에 음식점에서 고기 굽는 숯불을 피우거나 벌초 대행 등으로 충당했다.

정작 자신은 허술한 슬레이트 지붕에 연탄을 피우는 집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다.

이형주 홍천노인회장은 "정작 자신도 빚이 있고, 집이 낡아 한동안 봉사를 하지 말라고 말리기도 했다"며 "자신도 어렵게 살면서 오랫동안 남에게 봉사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선행 등으로 1981년 효자상, 2013년 홍천읍민대상(사회봉사부문) 등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해 홍천군민대상(효행부문)을 받았다.

김씨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드는 가족에게 상패를 주니까 응원과 축하를 해주어서 정말 기뻤다"며 "제가 조금 고생을 하더라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이어서 건강이 허락되는 날까지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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