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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우리가 국민 머슴인가요" 삽질하고도 씁쓸한 군인들

송고시간2020-09-02 08:00

(서울=연합뉴스) '수해 복구할 땐 나를 불러줘 어디든지 달려갈게~,'

유명 트로트 곡인 박상철의 '무조건' 가사를 패러디한 문구.

구호를 외치는 듯한 얼굴의 군인들이 달리고 있는 그림까지.

지난달 국방홍보원이 수해 복구 홍보를 위해 공개한 포스터입니다.

게재 이후 '국가가 평소 군인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냐'며 장병들을 희화화했다는 거센 비판이 일었는데요.

결국 국방홍보원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사과문에는 '군인이 K-노예냐', '나쁜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문구가 적절치 못했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많은 나라에서 군인은 재난 상황이 되면 가장 먼저 동원됩니다.

일본의 경우 지난 7월 폭우로 피해를 본 규슈 지방 수해 복구를 위해 자위대원 1만 명을 투입했습니다. 올해 여름 17개 성이 홍수 피해를 당한 중국도 주민 대피와 복구 작업에 인민해방군 120여만 명을 동원했는데요.

우리 군도 수해 지역 침수 피해 복구 및 논둑 보수 작업, 가뭄 시 농업용수 지원, 실종자 수색 등 다양한 방면에서 대민지원 업무를 수행합니다.

국방부 '2018 국방백서'에 따르면 2016~2018년 대민지원을 위해 동원된 인력은 총 약 27만명인데요.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복구 작업에도 13일부터 이틀간 군인 1만4천여 명이 투입됐습니다.

올해 1월 제대한 A씨(23)는 "육군 23사단 소속으로 지난해 강릉 동해 산불 진화 작업과 태풍 링링 재해 복구 삼척 지역 작업에 참여했다"며 "산불 지원 때는 산을 타서 등짐 펌프를 직접 메고 불을 밟아가며 소화를 했고, 태풍 때는 진흙이 덮친 마을을 복구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궂은 일 후 군인들에게 돌아오는 건 자원봉사 실적이나 '명예로운 경력'(코로나19 방역 지원 임무 시) 인정과 월급뿐인데요.

군인 처우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군인권센터는 성명서를 통해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 현장에서 전투식량을 먹고 마스크 한장만 착용한 채 투입된 장병들의 열악한 환경을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7월 육군에서 전역한 B씨는 "대민지원 현장에서 일부 민간인들이 병장 이하 군인을 아랫사람 대하듯 무시하고 윽박지르는 일이 있었다"고 떠올렸습니다.

지난달 국방부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병장 월급(올해 54만900원)을 96만3천원까지 올리고 제초, 청소 등의 업무는 민간에 맡길 예정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장병 복지를 강화한다는 취지입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C씨(22)는 "장병의 월급 인상은 몇만 원 올랐다는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장병의 월급 수준이 '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것 같다. 이번 월급 인상이 국군 장병의 노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제고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18개월(육군 기준)이란 시간 동안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청년들. 코로나19로 인해 휴가도 나가지 못한 채 마스크를 쓰고 구슬땀을 흘렸는데요. 이들의 노고를 당연시하는 시선은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은정 기자 한명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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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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