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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으로 새것을 이룬 조각"…김종영미술관 최충웅 초대전

송고시간2020-09-01 17:16

최충웅 초대전 전시 전경 [김종영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충웅 초대전 전시 전경 [김종영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조각가 최충웅(1939~2019)은 1970년대 중반 당시로써는 매우 생소하고도 혁신적인 재료를 선택했다.

1963년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0여년간 다양한 실험 끝에 1974년 스티로폼을 소재로 한 작업을 시작했다. 미술계에서는 스티로폼 조각을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작가는 스티로폼 작업을 계속했고, 평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재료는 파격적이었지만 그의 작품은 옛것에 뿌리를 뒀다. 평생 '현대미술이 어떻게 우리 전통을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라는 화두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작업에 매진했다.

작가의 1주기를 맞아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초대전 '연우(然愚) 최충웅, 우리 눈으로 조각하다'가 열리고 있다. 유작 130여점 가운데 45점을 선보인다.

스티로폼으로 작업했다는데, 전시된 것은 주로 청동 작품이다. 초기에는 스티로폼으로 조각을 완성했지만, 이후 스티로폼으로 제작해 주물을 뜬 작품을 만들었다. 오랜 교편생활을 하면서 전근에 따른 잦은 이사로 스티로폼 작품이 다수 파손되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예술가로서 자신에게 더욱더 철저했던 작가는 평생 조각가의 길을 걸었지만 작품은 많이 남기지 않았고, 발표하는 일도 별로 없었다. 1990년 첫 개인전 이후 총 5번의 개인전이 전부였다. 만족스럽지 못한 스티로폼 작업은 폐기하고 일부만 주물로 제작해 남은 작품 수가 적다.

'전설' 연작은 장승과 탑 등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대체로 수직 구조에 좌우 대칭인 형태가 눈에 띈다.

작가는 작품을 완전히 통제하지 않고 우연의 효과를 냈다. 스티로폼으로 원형을 제작할 때 표면에 석유나 휘발유를 바르는데, 이때 스티로폼이 녹아내리면서 형태가 만들어진다. 청동 작품 표면이 부식되는 과정에서 재료가 스스로 색깔을 내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형태와 원리를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전통적 미감과도 일맥상통한다.

'작품' 연작은 우연스러운 요소를 표현하면서 재료의 물성과 순수한 조형미를 더욱 강조했다.

이 밖에 작가가 전국 장승을 찾아다니면 사진으로 찍어 정리한 앨범 등 유품과 드로잉 작품 등도 소개된다.

1939년생인 작가는 해방과 함께 우리 말과 글로 교육받은 첫 세대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대학 재학 중에는 4·19혁명에 앞장선 민주화 세대이다.

1991년부터는 서울산업대 조형학과 교수로 후학을 지도했다. 2002년부터 암으로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전시가 열리는 김종영미술관은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종영(1915~1982)을 기리기 위해 설립됐다. 최충웅은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스승으로 대학 은사 김종영을 꼽았다.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최충웅의 작품이 스승의 공간에서 새롭게 조명되는 셈이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최충웅은 묵묵히 옛것을 통해 새것을 이뤄나가고자 매진했고, 우리 눈으로 조각하고자 온 힘을 다했다"라며 "혁신적인 재료를 가지고 온전히 시대적 책무를 감당했던 그의 작업에 너무나 무관심하지 않았나 반성한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9일까지.

[김종영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종영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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