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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금강산 지맥 끝자락, 파로호 수변길

원시림·자연생태 잘 보존돼 경관 아름다워

(양구=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강원도 양구군 파로호 수변 생태·문화 탐방로는 원시림과 자연생태가 잘 보존돼 있어 산과 호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길이다. 금강산 줄기의 끝자락에 위치해 풍광이 빼어나다.

파로호 수변 국가생태문화탐방로 입구 [사진/전수영 기자]
파로호 수변 국가생태문화탐방로 입구 [사진/전수영 기자]

◇ 금강산 지맥 끝자락의 아름다운 길

양구군 파로호 수변 국가 생태·문화 탐방로에는 A, B, C의 세 코스가 있다.

이중 B 코스는 파로호를 왼쪽으로 내려다보며 숫돌봉(508m) 기슭을 따라 걷는 호숫가 길이다. 드넓은 파로호 수면에 이는 잔물결을 고즈넉이 바라보며,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난 아담한 오솔길을 걷는 코스다.

청정 파로호를 감상하면서 걸을 수 있는 길 중에서 이런저런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 그리 힘들지도, 쉽지도 않은 길이다.

양구군 양구읍 군량리 주차장에서 출발해 솔밭쉼터, 샛말을 거쳐 상무룡리 영환산장으로 이어진다. 거리는 약 5㎞, 보통 걸음으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상무룡 주차장에서 파서탕교까지 이어지는 A 코스는 약 7㎞인데, 조금 힘들다. 4시간가량 걸린다.

검무정골 주차장에서 성곡령 정상까지 가는 C 코스는 5㎞, 2시간 30분가량 걸려 B 코스와 거리, 시간이 비슷하지만 주로 산길이어서 파로호를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B 코스는 수변 탐방로이지만 산기슭에 난 길이어서 어린아이나 어르신이 걷기에는 조금 힘들 수 있다. 청소년을 비롯해 보통의 체력을 가진 성인이라면 누구나 걸을 수 있다. 중간 정도의 난이도라고 할까.

파로호 전망대 [사진/전수영 기자]
파로호 전망대 [사진/전수영 기자]

양구는 대한민국 국토의 정중앙으로 국민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한반도의 동서남북 끝 지점인 독도의 동단, 평안북도 마안도의 서단, 제주도 마라도 남단, 함경도 유포면 북단을 대각선으로 이었을 때 정중앙이 양구군 남면 도촌리 산 48번지다. 양구는 동경 128°10'∼127°51', 북위 37°59'∼38°19'에 위치한다.

국토의 중앙을 따지는 방법은 몇 가지 더 있다. 섬을 빼고 한반도 육지만 놓고 측정하면 경기도 연천군이 정중앙이 된다. 북한을 빼고, 남한만의 중앙은 충청북도 충주다.

국토의 중심이라는 위상 못지않게 양구가 자부심을 갖는 게 또 있다. 양구가 금강산 지맥의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양구군 방산면 비무장지대(DMZ) 남쪽, 민간인 출입통제선 위쪽에는 비경의 계곡, 두타연이 있다. 용의 머리 위에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 같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 계곡에서 수입천을 따라 동쪽으로 조금 더 가면 금강산으로 가는 길이 나 있다.

이 길은 지금은 DMZ에 의해 끊어졌지만 언젠가는 금강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두타연에서 금강산 장안사까지 거리는 30㎞가 약간 넘는다. 일제 강점기 때만 해도 양구에서 금강산까지 4시간이면 걸어서 갔다고 한다.

두타연은 안보 관광지여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 군에 의해 관광이 제한될 수 있다.

이처럼 양구는 금강산과 가깝다. 파로호 동북쪽에 있는 가칠봉(1,242m)은 금강산 줄기가 서남쪽으로 뻗은 뒤 마지막으로 솟구친 큰 산이다.

북한에 있는 금강산 봉우리들에 가칠봉의 7개 봉우리를 합해야 금강산의 전체 봉우리 수가 1만2천개가 된다는 말이 있다.

파로호 수변길 3개 코스는 가칠봉이 다시 서남쪽으로 뻗어 만든 성곡령, 검무정골, 숫돌봉 일대에 있다.

수입천 지류 [사진/전수영 기자]
수입천 지류 [사진/전수영 기자]

B 코스가 끝나는 영환산장 가까이에는 제법 큰 계곡이 흐른다. 수입천 지류인 이 계곡은 금강산에서 발원해 내려와 파로호로 들어간다. 여름이라 계곡 수량은 많았고 물줄기는 세차고 맑았다.

파로호는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과 이어지니 수도권의 많은 국민이 마시는 수돗물에는 금강산 물이 조금씩 섞여 있을지 모른다.

코스 중간에 이정표라고 할 만한 특이한 지형지물은 별로 없었다. 그냥 파로호의 맑고 푸른 물과 원시림, 깨끗한 자연 생태를 '멍 때리며'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걷고 또 걷고, 걷다 보면 어느새 오르막 내리막을 세 번 반복하게 된다.

이 수변 길은 해발 400m쯤에 있지만, 코스 후반 길은 경사가 별로 없어 평지처럼 느껴진다.

코스 중간쯤에 파로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지어진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서서 고요한 수면을 바라보면 마음마저 잔잔해지는 것 같다.

좀 더 가니 꽤 넓은 소나무 군락지가 있다. 호수 옆 솔밭쉼터다. 하늘을 찌를 듯이 자란 키 큰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푸른 허공이 물인지, 하늘인지 얼른 분간되지 않는다.

의자 등 약간의 편의시설이 있어 잠시 쉬거나 요기를 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솔밭쉼터 [사진/전수영 기자]
솔밭쉼터 [사진/전수영 기자]

탐방로의 폭은 평균 1m가 될까? 두 사람이 같이 걷기엔 좁은 길이었다.

이 탐방로는 오래전 주민들이 땔감을 나르거나 인근 군부대가 병사들의 훈련을 위해 사용했던 길을 정비해 만들었다. 작은 토끼 길이 탐방로로 탈바꿈한 셈이다.

길은 흙과 돌, 바위가 적당히 섞여 있고, 물에 젖은 낙엽이 곳곳에 수북이 덮여 있었다.

큰 돌무더기가 흩어져 있는 너덜겅도 있었다. 돌 표면에는 초록색 이끼가 융단처럼 덮여 있다. 이 돌들은 풍화와 중력 작용으로 쪼개지고, 굴러떨어진 것들이다. 산사태로 무너진 돌들과는 다르다. 애추라고도 한다.

애추를 덮은 이끼는 깨끗할 뿐 아니라 푹신하고 따뜻하기도 해 산짐승에게 휴식과 치유의 터가 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탐방객이 줄어서인지 거미줄이 탐방로를 가로질러 쳐진 데가 많았다. 길바닥에는 먹이를 찾거나 흙 목욕을 하고 간 멧돼지 흔적이 여기저기 있었다.

산길이라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지점도 있었다. 깊은 야산에는 멧돼지가 출몰하고 휴대전화 통화가 안 되는 곳도 있는 만큼 혼자서 하는 산행은 삼가는 게 좋겠다. 2명 이상이 함께 걷고, 멧돼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 여러 사람이 같이 다니는 게 안전하다.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반바지가 편하지만 뱀을 만날 수도 있는 만큼 긴바지를 입는 게 바람직하다. 다리와 발을 보호하는 등산용 스패츠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파로호 수변 탐방로 [사진/전수영 기자]
파로호 수변 탐방로 [사진/전수영 기자]

◇ 남한 최북단의 인공호수, 파로호

양구군과 화천군에 걸쳐 있는 파로호는 남한 최북단에 있는 인공호수다. 평화의 댐이 더 북쪽에 있지만, 이 댐은 인공호수를 만들지는 않는다.

양구는 발밑이 38선, 머리 위가 휴전선이다. 광복 후에 북한 땅이었다가 한국전쟁 때 수복된 지역이다. 일제 수탈과 전쟁의 아픔이 배 있는 곳이다.

파로호는 일제가 대륙 침략에 필요한 군수 산업용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1938년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에 북한강 협곡을 막아 수력발전용 화천댐을 만들면서 생겼다. 당시에는 화천 저수지로 불렸다.

파로호로 불리게 된 것은 한국전쟁을 치르면서다. 화천전투 때 중공군 수만 명을 수장한 곳이라 하여,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파로호라고 명명했다. '파로'(破虜)란 '오랑캐를 격파하다'는 뜻이다.

지금은 중국과 경제, 외교 관계가 밀접해졌을 뿐 아니라 한국의 국격이 높아진 만큼 파로호의 이름을 좀 더 품위 있게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거론되는 명칭 중 하나는 '대봉호'이다. 공중에서 본 모양이 날아가는 봉황을 닮았다고 해서 파로호는 오래전 대봉호로 불리기도 했다.

파로호 [사진/전수영 기자]
파로호 [사진/전수영 기자]

파로호는 면적이 38.9㎢, 저수량이 약 9억t이다. 화천수력발전소 출력은 10만8천㎾다. 호반이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파로호 남쪽에 있는 사명산(1,198m) 정상에 오르면 양구, 화천, 인제, 춘천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파로호는 상수원보호구역이기도 해 물이 맑고 깨끗하다. 붕어, 송어, 잉어, 장어 등 여러 담수어가 풍부해 전국 제1의 낚시터이기도 하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평일이어서인지 낚시꾼이 눈에 많이 띄지는 않았다. 주말에는 낚시객이 적지 않다고 한다. 낚시야말로 감염병을 피하기에 적절한 여가 활동일 터다.

양구는 태백산맥의 연봉들에 둘러싸여 군 전체가 높고 험한 산지를 이룬다. 군 동북부에 있는 도솔산은 태백산맥 중에서도 험한 산으로 분류된다.

양구는 태백산맥 분수령의 일부를 차지해 한반도 동·서부 식생계의 경계를 이룬다. 그 때문에 희귀한 동식물이 많다. 산과 물, 생태가 다양하고 아름다운 곳이 양구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0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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