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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중국 5번째 직할시는 카슈가르?

송고시간2020-08-29 10:30

카슈가르의 이슬람 사원 ‘이드카흐’ 앞 광장.
카슈가르의 이슬람 사원 ‘이드카흐’ 앞 광장.

[최종명 제공]

늘 읽고 싶은 책이 많았다. 부인이 메모지를 건네며 생필품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책을 잔뜩 들고 돌아왔다. 부인은 뒷면에 책 목록이 적힌 사실을 몰랐다. 얼마 후 둘은 이혼했다.

푸단대학교 정치경제학과 교수 시절 왕후닝의 숨겨진 일화다. 현재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7인 상무위원 중 한 명으로 주요 직책은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다. 장쩌민 전 주석 시대인 1995년 이후 당의 브레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구상을 발표한다. 중앙정책연구실을 총괄하는 왕후닝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올해 8월 초 느닷없이 중국과학원이 직할시 승격을 제안했다. 일대일로 전략과 도시 발전계획에 발맞춰 직할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선전, 칭다오, 다롄과 함께 카스가 물망에 올랐다.

일파만파, 심지어 국내 언론도 보도했다. 베이징, 상하이, 텐진, 충칭에 이은 5번째 직할시 논쟁이다. 무엇보다 중국 영토의 서쪽 끝인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카스가 거론돼 뜬금없어 보였다.

카스는 카슈가르(Kashgar)를 줄인 말이다. 실크로드의 중요 거점이다. 기원전 타클라마칸 사막 오아시스 왕국 중 하나인 소륵(疏勒)이다. 흉노의 북방에 살던 정령이 남하해 6세기경 카슈가르를 장악한다.

9세기에는 카라한 왕국이 카슈가르로 천도하고, 불교가 왕래한 실크로드에서 최초로 960년에 이슬람으로 개종한다. 13세기에 당시 최강 몽골로부터 위구르(Uighur)라는 이름을 받는다. 연합, 즉 파트너란 뜻이다.

몽골 지배권은 청나라에 승계돼 새로운 강역인 신강(新疆)이 된다. 청나라 말기 이슬람교도 회족이 간쑤(甘肅)에서 민란을 일으킨다. 토벌에 나선 좌종당은 카슈가르까지 진군해 당시 야쿱이 통치하던 이슬람 왕국을 멸망시킨다. 1949년 건국한 중국의 영토다.

카슈가르의 재래시장 ‘바자르’ 입구
카슈가르의 재래시장 ‘바자르’ 입구

[최종명 제공]

2012년 9월 카스 답사를 갔다. 재래시장인 바자르와 이슬람 사원인 이드카흐 광장에 앉으니 위구르 민족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베이징에서는 직선거리로 3천500km 떨어져 있다. 1인당 GDP가 3천 달러가량인 극빈 지역이다. 면적은 16만㎡로 충칭보다 2배 넓고, 2천만 명이 넘는 충칭과 비교하면 인구도 462만 명으로 작다. 도시화 비율은 23% 정도다.

직할시 면모를 갖추는 일보다 위구르 독립이 빠를지도 모른다. 동남쪽으로 가면 티베트로 통하고 서쪽으로 가면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이른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과도 가깝다.

일대일로는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21세기 프로젝트다. 세계의 중심에 우뚝 올라서려는 중국은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실크로드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를 직할시로 승격하려는 것인지 모른다.

당나라 태종 시대의 육상 실크로드, 명나라 성조(영락제) 시대의 해상 실크로드는 세계 최강이었다. 시진핑 시대는 타임머신을 타고 화려한 르네상스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왕후닝을 통과하지 못한 전략을 누구의 입을 빌린다 해도 함부로 내놓을 수 없다.

'직할시 카슈가르'는 매력이 넘치는 화두다. 실크로드 위의 오아시스 왕국을 직할시로 탈바꿈시켜 세계 전략의 선봉 도시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중국과학원의 입장(메모지) 뒷면에 숨은 뜻이 보이는 듯하다.

최종명
최종명

'13억 인과의 대화' '민, 란' 저자 | 중국 현장 취재 16년, 여행기(7권) 집필중 | '인문학 중국 발품' 강의 및 중국 문화여행 동행 | www.youy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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