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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드디어 '감격의 승리'…김광현 첫 승 꿈 이루기까지

송고시간2020-08-23 12:08

MLB 진출 꿈 한 차례 무산 후 늦은 나이에 도전

코로나19로 숙소도 구하지 못한 상태서 리그 준비

'푸른 꿈을 펼쳐라'
'푸른 꿈을 펼쳐라'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던 김광현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K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본격적으로 꾸기 시작한 건 2014년이다.

KBO리그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성공을 보며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시즌 개막 전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당당히 밝혔다.

결과는 안 좋았다. 첫 번째 도전은 쓴맛만 남겼다. 김광현의 영입 의사를 밝힌 구단 중 최고 응찰액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0만 달러(약 23억원)였다.

2년 전 류현진이 기록한 2천573만7천737달러33센트(약 307억원)에 비해 1/10도 되지 않는 액수고, 김광현과 SK의 기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광현과 SK는 해당 액수를 수용하고 본격적인 연봉 협상에 나섰지만, 다시 좌절을 겪었다. 미국서 진행한 샌디에이고와 협상에서 계약에 합의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귀국했다.

그렇게 첫 번째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2014년 메이저리그 추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광현
2014년 메이저리그 추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광현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광현의 시련은 계속됐다. 2017년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오른 수술대.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꿈은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는 2016년 SK와 4년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꿈의 무대를 끝내 포기하지 못했다. 그는 더 지체하면 적지 않은 나이 탓에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지난해 다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김광현은 FA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탓에 해외 진출 대상자는 아니었지만, SK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김광현의 미국 진출을 허락하면서 재도전의 문이 열렸다.

김광현은 인생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겠다며 메이저리그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렸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95억원)에 계약했다.

적지 않은 나이인 데다 선발 보장이 되지 않은 계약이었지만, 김광현은 도전의 길을 선택했다.

지난해 12월 입단 기자회견 하는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지난해 12월 입단 기자회견 하는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세인트루이스 구단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으로 건너간 김광현은 외로움과 싸웠다. 주변에 아는 이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자세로 힘든 상황을 이겨냈다.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지 않아 스프링캠프 훈련장에 너무 일찍 도착했다가 숙소에 돌아갔던 사연, 훈련을 마치고 언제 퇴근해야 하는지 몰라 한참 동안 눈치를 봤던 사연을 스스럼없이 본인 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힘들었지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빠른 속도로 몸 상태를 올린 김광현은 4차례 시범경기에서 8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선발진 진입에 청신호를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성공적인 데뷔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포효하는 김광현
포효하는 김광현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포효하는 김광현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태가 김광현에게 덮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메이저리그는 문을 닫았고, 선수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김광현은 혼자가 됐다. 훈련 장소도, 훈련 상대도 없었다. 가족들은 한국에 있었고, 김광현은 외딴곳에 홀로 남겨졌다.

그는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겪은 듯했다. 지난 3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힘들지만 또 참아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괴로웠지만 김광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지인 플로리다주 주피터 임시거처에서 생활하던 김광현은 한국행 비행기 티켓 대신 연고지인 세인트루이스행 티켓을 끊고 돌파구를 찾았다.

그는 팀 동료 애덤 웨인라이트와 홈구장 부시스타디움 인근 공터에서 캐치볼을 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공을 놓지 않고 인내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메이저리그가 언제 시작할지 몰라 힘든 시기를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메이저리그가 개막한 뒤에도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김광현은 팀 사정상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시작했고, 코로나19가 팀을 덮치면서 주전급 선수들이 줄줄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팀은 경기를 치르지 못했고, 김광현은 다시 선발 투수로 보직이 변경되기도 했다.

역투하는 김광현
역투하는 김광현

[AFP=연합뉴스]

김광현은 18일 시카고 컵스와 더블헤더 1차전에 그토록 꿈꾸던 첫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았다.

엉뚱한 훈련 모자를 쓰고 출전하고, 로진을 마운드에 두고 내려오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3⅓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5일 만인 23일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홈 경기에 데뷔 후 두 번째로 선발 등판했다. 김광현은 더 떨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그랬듯 자신 있게 자기 공을 던지며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6이닝 무실점 호투. 팀은 3-0으로 승리했고, 김광현은 꿈에 그리던 빅리그 첫 승 감격의 순간을 맛봤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장엔 단 한 명의 관중도 없었지만, 김광현에겐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돌고 돌아 세운 첫 승 장면이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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