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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로 전국이 '헉헉'…의료·산업, 농어촌 모두 '기진맥진'

송고시간2020-08-20 15:02

코로나19 대유행 조짐 겹쳐, 땀범벅 의료진들 진료소서 '사투'

기업들 위기 극복 '분투'…고수온 주의보 어민들 양식장 관리 비상

의료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의료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힘들 때마다 아이를 떠올리며 녹아내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호복을 입고 땀범벅이 된 채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지키는 전국의 의료진은 소중한 가족을 생각하며 여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견뎌내는 등 마음을 다잡고 있다.

긴 장마가 지나간 뒤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찜통 같은 여름 무더위가 절정을 치닫고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2차 감염병 유행 위기가 닥친 가운데 폭염까지 겹쳤다.

코로나 최전선에서 희생을 감내하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와 농어촌 등 각 분야에서는 코로나에 맞서랴, 더위와 싸우랴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최전선 '더위로 이중고'
코로나19 최전선 '더위로 이중고'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20일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2020.8.20 walden@yna.co.kr

◇ 전국 의료진, 불볕 더위에도 코로나 방역 악전고투

폭염 경보가 내려진 20일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선별진료소. 코로나 진료에다 불볕더위까지 겹치면서 의료진들이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레벨 D 방호복에 보건용(N95) 마스크·고글·덧신 등 장비를 착용하자마자 땀범벅이 된다.

이따금 의자에 앉아 종이로 부채질을 하거나 냉풍기 바람을 맞는 등 열기를 식혀 보려 하지만, 땡볕에는 속수무책이다.

더위는 지난주까진 그럭저럭 견딜만했다고 한다. 그러다 요 며칠 사이엔 체감 온도가 상상 이상으로 올라서 금세 녹초가 된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한 간호사(35)는 "멀리서 저를 본 네 살배기 딸이 엄마 속도 모르고 '여름 눈사람 같았다'고 해 한바탕 웃은 적 있다"며 "힘들 때마다 아이를 떠올리며 녹아내리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체력적인 사정 만큼이나 경계해야 하는 건 더위로 가중된 심리적 피로감이다.

종착역을 알 수 없어 무기력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의료진은 수심 가득한 검사자 얼굴을 마주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했다.

이귀연 대전 건양대병원 외래 파트장은 "각종 진료와 검사를 위해 대기해야 하는 분들을 위해 서로 격려하며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용광로 옆에서 주조 작업
용광로 옆에서 주조 작업

LS니꼬동제련 근로자들이 1천250도의 용광로 옆에서 주조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코로나·폭염 '이중고'…근로자·회사 극복 안간힘

전국 주요 기업이 여름 휴가가 끝난 뒤 생산 현장에 돌아와 조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코로나 재확산에 폭염까지 덮치자 이중고를 겪으면서도 산업 현장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 현장에서는 철저한 코로나 방역 속에 3만여 명이 넘는 근로자가 1·2조 교대로 근무하며 힘겨운 여름을 이겨내고 있다.

대부분 직사광선을 바로 쬐지 않는 공장 내 건물 안에서 일하지만, 바깥 온도가 높으면 건물 안에 있더라도 땀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근로자에게 매일 빙과류 4만 개를 지급하고, 모든 공장 식당에선 얼음을 제공한다.

주로 실외 공간에서 일하는 조선 산업 특성상 현대중공업 근로자는 여름 근무가 겨울보다 힘들고 체력 소모도 많다.

회사는 직원들이 더위에 지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식염 포도당과 에어 재킷 등을 제공하고, 점심에는 수시로 보양식을 마련한다.

생산 현장 곳곳에 냉방 장치뿐만 아니라 냉수기 700대와 제빙기 160대를 둔다.

섭씨 1천250도 용광로 앞에서 구리 주조 작업을 하는 LS니꼬동제련 온산제련소 근로자들도 이열치열로 더위와 맞서고 있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해마다 겪는 무더위지만 올해는 코로나까지 기승을 부려 직원 건강 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정유업계 에쓰오일은 고온 환경에서 작업 시 1시간 주기로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휴식하고 근무시간을 조정·단축해 한낮 옥외 작업을 삼가도록 했다.

고수온 주의보에 양식장 점검
고수온 주의보에 양식장 점검

[수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고수온 주의보…몰살 위기 어종 살리기 '비상'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진 양식장 현장도 물고기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7일 경남 통영 연안, 전남 완도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수온 특보는 관심, 주의보, 경보로 나뉜다. 두 번째로 심각한 단계인 주의보는 수온이 28℃가 되면 내려진다.

통영 연안은 최근 표층 수온이 29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고수온이 심각하다.

물고기는 온도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 회장은 29도 수온은 물고기에게 열탕, 사우나에서 헤엄치는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치명적인 고수온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강한 햇볕이 며칠째 내리쬐면서 수심 2m까지 표층은 매우 뜨겁고, 아래 중층, 저층은 온도가 21∼23도여서 온도 편차가 매우 크다"며 "표층과 중·저층 온도 차가 1∼2도가 정상인데 사우나, 온탕, 냉탕이 뒤섞여 있으니 고기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아주 심하다"고 말했다.

이윤수 회장은 "소화력이 떨어진 조피볼락 등 일부 어류는 사료를 주지 않는지 꽤 됐다"며 "차광막을 치고, 사료를 줄이는 등 고기들이 고수온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고수온이 당분간 지속할 수 있어 걱정이다.

육지보다 천천히 달궈지는 바다 특성상 이번 달 말쯤 고수온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현재로서는 적조보다 고수온이 어민들에게 더 위협적이다"고 걱정했다.

동해안 해수욕장
동해안 해수욕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피서지 땡볕과 사투 벌이는 안전요원들

역대 최장 장마에 이어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에 주요 피서지 안전요원들도 피서객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땡볕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안전요원들은 올해 기록적인 비가 내리면서 자칫 피서객들이 높은 파도에 휩쓸리는 익수 사고가 나지 않을까 더욱 긴장해야 했다.

이들은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백사장을 잔뜩 달구는 폭염 속에서도 피서객들이 탈수 증세로 쓰러지지 않을까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백사장은 대낮에 33∼34도까지 오르기 때문에 종일 해수욕장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안전요원들에게 있어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것은 피서객을 위해 일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바닷물에 잠시 들어가 몸을 식히기도 하지만, 피부가 따가울 정도의 폭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오일이나 선크림을 바르기도 한다.

2017년부터 여름철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안전 요원을 하는 이모(23)씨는 "우리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피서객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만큼 각종 안전 사항부터 잘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요원을 하면서 앞으로 소방관이나 해양경찰관이 되는 꿈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이해용 이재림 이정훈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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