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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청, 계약서만 보고 "근로자 아냐"…위장 프리랜서의 눈물

송고시간2020-08-17 16:00

회사지휘 받고 통상업무 보며 겸업 불가한데도 노동자 권리 박탈

"근로자성 판단지침 새로 만들어 사용자에게 입증 책임 부과해야"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협의회' 출범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협의회' 출범

2020년 7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협의회 출범식에서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정보기술(IT) 개발자인 A씨는 한 회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업무를 시작했다.

A씨는 회사가 지정한 곳에서 회사 정규직들과 함께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했고 한 달에 한 번 월차를 쓸 수 있었다.

A씨는 보안서약서는 물론 이메일과 메신저, 기타 제반 등록도 해당 회사 이름으로 등록했다.

작업장에 회사 사장이 오면 20분 일찍 와서 대기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는 A씨에게 더는 업무를 할 게 없다며 그만두라고 했으며,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을 냈지만, 근로감독관은 A씨가 근로자가 아니라며 노동청 진정이 아닌 민사소송을 하라고 말했다.

다른 정규직 개발자들과 똑같이 일하고 회사가 지시한 대로 일을 했는데 근로감독관은 A씨가 회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했다는 것만 보고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B씨는 3개월 인턴 후 정직원 전환 조건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3개월 후 회사는 B씨를 개인사업자로 놓고 프리랜서로 고용했다.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4대 보험도 들어주지 않았다. 수없이 야근해도 야근 수당을 받지 못했다.

노무사와 변호사 등 노동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A씨와 B씨처럼 일명 '위장 프리랜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를 17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위장 프리랜서'는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① 회사의 지휘 통제를 받으며 ② 회사의 통상적인 업무를 하고 ③ 겸업을 절대 할 수 없는 노동자인데도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최저임금으로 연차휴가나 퇴직금, 각종 수당 등 가장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일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런 '위장 프리랜서'들을 노동자인지 개인 사업자인지 판단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회사와 프리랜서로 계약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을 근로자가 아니라며 '묻지마 판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근로관계를 계약서보다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지만 근로감독관의 직무유기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진짜 노동자'들이 '위장 프리랜서'가 돼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근로자성 판단 지침을 새롭게 만들어 사용자에게 입증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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