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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윤동주'가 세상과 소통한 곳…기숙사 방 되살린다

송고시간2020-08-15 09:10

모교 연희전문 재학시절 머문 기숙사 건물, '윤동주기념관'으로 재탄생

현대적 해석으로 '창' 등 전시실 꾸며…"역동적 창조 이뤄지길"

연세대 신촌캠퍼스 윤동주기념관 전경
연세대 신촌캠퍼스 윤동주기념관 전경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핀슨관이 윤동주기념관으로 재단장하고 있다. 다가오는 연말 예약제로 개관 예정이다. 사진은 윤동주기념관 전경. 2020.8.15 stop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김정진 기자 = "쉬는 시간마다/ 나는 창녘으로 합니다.// (중략)// 그래도 싸느란 유리창에/ 햇살이 쨍쨍한 무렵/ 상학종이 울어만 싶습니다." (윤동주 '창' 중)

2020년은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은 지 75주년인 동시에 윤동주(1917∼1945) 시인의 75주기이기도 하다. 윤동주는 일제로부터 해방을 약 6달 앞둔 1945년 2월 16일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의 나이 만 27세였다.

광복절인 15일 연세대에 따르면 그가 연희전문학교(연세대 전신) 재학 시절 머물렀던 기숙사 건물 전체가 전시·강연 공간 등을 갖춘 '윤동주기념관'(이하 기념관)으로 새단장되고 있다.

연희전문학교 시절 기숙사로 사용되던 신촌캠퍼스 핀슨관은 그동안 음악대학, 신학과, 대학신문 '연세춘추' 공간 등으로 사용됐다. 학교 측은 2018년부터 이곳을 기념관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왔다.

기념관의 여러 기획전시실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만들기 시작한 공간이 작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윤동주가 생전에 머물렀던 기숙사 방을 고증하고 재해석한 공간이다.

윤동주가 살았던 기숙사 방을 재해석한 전시실
윤동주가 살았던 기숙사 방을 재해석한 전시실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머물렀던 기숙사 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실의 모습이다. 전시실 이름은 윤동주의 시 제목이기도 한 '창'으로 지어졌다. 2020.8.15 stopn@yna.co.kr

◇ 윤동주에게 침잠의 공간이자 소통의 공간이 되어준 '창'

그의 방을 재해석한 전시실의 이름은 '창'이다. 창문은 안과 밖을 분리할 뿐 아니라 외부와 소통하는 기능도 있다. 윤동주의 시편 '창'에서 따온 이 방의 이름은 윤동주에게 기숙사 방이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곳이면서도 함께 기숙한 동료들과 교류하며 세상을 보는 공간이었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책상과 그 위에 정갈하게 놓인 책들, 창문과 창틀에 놓인 연보라색 작은 꽃이 눈에 들어온다. 윤동주가 자주 창밖을 바라보며 시상을 궁리했고, 길을 지나가다 보이는 꽃이 있으면 꺾어 셔츠 앞주머니에 꽂고 다니기도 했다는 주변인들의 말에 착안해 이같이 구성했다고 한다.

윤동주의 기숙사 방을 재해석한 전시실의 책상
윤동주의 기숙사 방을 재해석한 전시실의 책상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머물렀던 기숙사 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실 속 책상의 모습이다. 책상 앞에 붙여진 달력에는 1938년 7월 25일이라 적혀있다. 2020.8.15 stopn@yna.co.kr

◇ "잊혀도 좋은 시간은 없다"…'창'의 시간은 1938년 7월 25일

책상 앞 벽에는 달력이 붙어있다. 지금 '창'의 시간은 1938년 7월 25일이다. 윤동주가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첫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인 북간도 용정(龍井)으로의 귀향을 앞둔 때다.

달력의 날짜는 주기적으로 변한다. 현재는 1938년 7월 25일이지만 언젠가는 윤동주가 졸업을 앞두고 있던 1941년의 어느 날로 바뀌는 등 주기적으로 변화를 준다는 설정이다.

김성연 윤동주기념관 총괄기획실장은 "어느 시공간을 특정해 복원하는 것은 정확성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지만, 어느 시점이 중요한지를 정한다는 점에서도 어려움이 있다"며 "오랜 기간 논의한 결과 날짜를 바꿈으로써 100여년의 세월이 축적된 이 공간의 역사성을 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침대 옆 선반에 놓인 기차표는 당시 경성에서부터 고향인 북간도 용정까지 가기 위해 정류장마다 검문과 검색을 받으며 국경을 건너야 했던 전시체제 속 윤동주의 삶을 상징한다.

김 실장은 "자신이 식민지인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처절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일제 말기 윤동주의 시간은 다가오는 광복 75주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연세대 캠퍼스 내 '윤동주 문학동산'에 놓인 연세문학시비
연세대 캠퍼스 내 '윤동주 문학동산'에 놓인 연세문학시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 내 '윤동주 문학동산'에 놓인 연세문학시비의 모습이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 시비에 적혀 있다. 2020.8.15 stopn@yna.co.kr

◇ '동주의 방' 아닌 모두의 방…"박제된 전시 아닌 역동적 창조 꿈꾼다"

이 방 '창'에서는 다른 학생들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전시실 벽에 붙은 상경대 시간표는 윤동주와 방을 함께 썼다고 회고했던 한 상경대 학생의 흔적이다.

당시 기숙사는 1인 1실이 아닌 다인실이었기에 그와 방을 함께 쓴 학생들이 있었다. 윤동주와 가장 가까웠던 후배 정병욱(서울대학교 교수 역임·고전문학자)씨가 기숙사에서 머물던 시절 그와 함께 봤던 서적도 전시돼 있다.

이는 윤동주의 유품 전체를 연세대에 기증한 유족의 요청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유족 대표는 "윤동주가 살아 있었다면 자신이 이 기숙사 건물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부끄러워했을 것"이라며 "함께 그 시대를 일구어간 다른 분들도 전시실에 담아 달라"는 당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창'을 포함한 기념관 전체가 박제된 전시가 아닌 시간과 사람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공간, 재현이 아닌 창조가 이뤄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동주기념관은 올 연말 문을 연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사전 예약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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